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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고 있다. 여권은 내란에 동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홍준표 대구시장은 누구보다 빠르게 조기 대선을 이야기하며 몸풀기에 나섰다. 대구경북 독립언론 <뉴스민>은 공개적으로 임기가 정해진 시장직을 ‘조기 졸업’하고 대선에 나설 뜻을 밝힌 우리 지역 단체장, 홍 시장이 대통령의 자격이 있는지 검증하는 일환으로 그가 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쏟아내는 주장의 팩트체크를 해보기로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레밍’에 빗대 정치 논평하기를 즐긴다. 25일 저녁에도 레밍을 소환해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등을 비난했다. 홍 시장은 “그간 내가 한동훈의 실체를 공격해 왔기 때문에 최근 이를 반격하는 한동훈 레밍들의 반발 정도야 흔쾌히 받아 주겠다”며 “유 모 전 의원이 나를 보고 윤통 레밍 1호라는 말도 그는 늘 사욕과 분풀이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 어떤 음해를 하더라도 괘념치 않는다”고 밝혔다.
이처럼 홍 시장은 자신의 정적을 비난할 때 자주 ‘레밍’에 빗댄다. 올해만 해도 지난 5월 10일 한동훈 전 대표를 비판하면서 당을 향해서 “더 이상 배알도 없는 정당, 그렇게 모질게 당하고도 레밍처럼 맹종하는 정당이 되어선 안 된다”고 하면서 레밍을 소환한 후 십수 차례 레밍을 불러왔다.
흥미롭게도 정치권에서 레밍이 소환되기 시작한 것도 홍 시장과 적잖은 인연은 있다. 레밍이 본격적으로 정치권에서 소환된 건 2017년이다. 그해 7월 수해 중에도 충북도의회가 외유를 다녀오면서 논란을 빚었고, 자유한국당(옛 국민의힘) 소속 김학철 당시 도의원이 국민을 레밍에 빗대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당시 한국당 대표였던 홍 시장은 직접 현장에 나가 수해복구에 열심인 모습을 보이려 했지만, 김 의원의 발언으로 묻혀버렸다. 홍 시장은 김 의원 등에 대한 징계를 지시했고, 당에서 제명했다.
홍 시장이 처음 레밍을 언급하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9년 무렵이다. 그해 1월 17일 SNS를 통해 “황교안 레밍 신드롬으로 모처럼 한국당이 활기를 되찾아 반갑다”고 썼다. 2019년에만 “비판을 분열로 매도하는 레밍 근성 탓에 보수 우파가 궤멸됐다”(5월)거나 “양 진영에 몸담지 않으면 공천이 보장되지 않으니 모두가 레밍처럼 어느 한쪽 진영에 가담해서 무조건 맹목적으로 수장을 따라가는 무뇌정치(無腦政治)시대가 된 것”(11월)이라며 레밍에 빗대 당을 비난했다.
그 이후에도 수시로, 틈이 날 때마다 홍 시장은 ‘레밍’을 소환해서 당을 비난하거나, 자신과 정견이 다른 누군가를 비난하는데 사용했다. 홍 시장의 ‘레밍’ 활용법은 그때그때 다르다. 25일 쓴 것처럼 당 주류에 반대되는 움직임을 하는 이들을 향해서 “레밍”이라며 비난할 때도 있고, 2019년처럼 “맹목적으로 수장을 따라가는 무뇌정치”라며 당내 주류(친박)를 비난할 때도 쓰곤 했다.
레밍신드롬이 생각 없이 맹목적으로 우두머리를 추종하는 현상을 이르는 걸 고려하면, 2019년의 활용은 적절한 용법이겠지만, 최근의 한동훈 대표를 향해 쓰는 용법은 적절성에 의문은 생긴다. 우두머리(윤석열)를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않다가, 우두머리를 엄호하는 홍 시장을 비롯한 친윤으로부터 비난 받고 있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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