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박정희 동상 밀가루 투척 이유로 압수수색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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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경북 경산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이 영남대 캠퍼스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에 계란과 밀가루를 던진 영남대 민주동문회 회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주요 혐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이다. 지역 시민사회는 이례적인 수사라 비판하며 내일 오전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지난달 10일 영남대 민주동문회는 영남대 교내에 설치된 박정희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동상에 계란과 밀가루를 던지거나 검은 천으로 가리는 등 반대 의사를 표했다. 영남대 관계자 신고로 기자회견 도중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은 이날 기자회견이 사전에 신고되지 않아 집시법 위반에 해당한다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영남대 총동창회도 민주동문회장, 비정규교수노조 영남대 분회장 등 3명에 대해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산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관련기사=‘역사의 죄인’ 목에 건 영남대 박정희 동상···민주동문회, “철거해야” (24.11.10)]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피의자가 추가 미신고 집회 행위를 계획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피의자 조사 시 ‘다른 일정에 참여하려다 우연히 모여 즉흥적이고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행위’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할 개연성이 있다”고 적시했다.

또한 “피의자가 휴대전화 기기 임의제출 등 자료 확보 시도에 응할 가능성이 매우 낮고 자료 삭제나 파기할 우려가 있으므로 피의자 행위가 사전에 계획되고 조직된 집회임을 명확히 하고 다른 집회 참여자들의 공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함”이라고 필요성을 덧붙였다.

▲ 11월 10일 오후 ‘영남대학교 민주동문회’는 학내에 설치된 박정희 동상의 철거를 요청하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형근 영남대 민주동문회 회장은 “3일 전 경찰에서 연락이 와 조사가 필요하니 27일 금요일 2시에 시간이 되는지 물었다. 그래서 ‘시간이 된다. 다만 장례지도사로 일하니 장례가 발생하면 그 시간이 어려울 수 있다. 미리 연락하면 (일정을) 변경할 수 있냐’고 다시 물었고, 경찰에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 목요일인 오늘 아침 9시 50분 갑자기 경찰에서 압수수색을 나왔다”며 “영장을 보여준 뒤 집과 차를 수색했고, 휴대폰을 가져갔다. 당황스러워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장지혁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기자회견이었기 때문에 집회 신고를 안 했고,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경찰이 집시법 위반 건, 그것도 한 달 반 지난 건에 대해 압수수색까지 나선 건 이례적”이라며 “과도한 처사일뿐더러 시점도 이상하다.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이 연일 논란이 되고 있지 않냐”고 말했다.

오금식 경산경찰서 수사과장은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선 알려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윤석열퇴진 대구시국회의, 박정희우상화반대범시민운동본부는 내일 오후 1시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내란수괴 옹호, 박정희동상 불법 설치, 명태균게이트 의혹 홍준표 사퇴촉구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