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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탄 공장에도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24일 저녁 어둑해진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앞에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활동가, 아사히글라스지회 조합원, KEC지회 조합원 등 시민 30여 명이 모였다. 일본 기업의 일방적 해고에 맞서 352일째 공장 옥상에서 고공농성 중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박정혜, 소현숙은 공장 아래를 향해 “산타 동지들이 와서 외롭지 않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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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5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대경여연)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앞에서 ‘높고 그리고 낮은 크리스마스’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들은 공장 앞에서 함께 저녁을 먹고 박정혜, 소현숙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했다. 선물은 책, 견과류 세트다. 조합원 자녀들에게 줄 과자도 준비했다. 프로그램은 공장마당에서 함께 노래와 이야기를 나누며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낸 뒤, 25일 돌아오는 일정으로 마련됐다.
오후 6시, 참가자들은 간단한 집회를 시작했다. 이정미 대경여연 상임대표는 “우리 주변에 싸워야 할 대상이 많다. 등 뒤 공장 옥상에는 올해 1월부터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이들은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기 때문에 싸운다”며 “우리는 일상을 위협하는 대통령과 싸우고, 생존이라는 당연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 기업과 싸우고 있다. 예수는 이천 년 전 가장 낮은 곳에서 태어났다. 오늘 하루 추위를 견디며 이 싸움에 동참한다는 각오를 다지자”고 말했다.
김태영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장도 “우리는 2016년과는 다른, 새로운 광장을 만나고 있다. 촛불 무대를 넘어선 연대를 보며 매일 감사의 마음을 느낀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동지들에게도 이런 연대의 마음이 모이는 것 같다”며 “두 사람이 옥상에서 무사히 내려올 수 있도록 각자가 참여하는 촛불 광장에서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이들이 반드시 땅을 딛도록, 민주노총도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최현환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은 “고공에 있는 두 동지에게 미안하고 감사하다. 조합원들이 오사카 본사에 가는 원정 투쟁을 새롭게 준비하고 있다.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믿는다”며 “구미 공장 뿐 아니라 옵티칼 평택 공장, 오사카 본사까지 소수 인원으로 3개 거점을 갖고 투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연대해 준 많은 동지가 있어서 계속할 수 있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프로그램에 참석한 A 씨(26)는 “경주여성노동자회 회원으로 참석했다. 기사로만 접하다 실제 와서 고공농성 중인 두 사람을 보니 울컥했다. 하지만 같이 춤추고 노래를 부르니 마냥 슬프지만은 않다. 이들이 내려오는 날까지 연대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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