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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가수 이승환 씨의 경북 구미시 공연이 급작스럽게 취소됐다. ‘윤석열 탄핵 반대’ 극우 성향 집단의 반발이 이어졌고, 구미시는 안전 문제와 함께 ‘정치 선동’을 취소 이유로 밝혔다. 이승환 씨 측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임미애 국회의원도 “표현의 자유와 문화 독립성을 훼손했다”며 비판 목소리를 냈다.
23일 오전 9시 구미시(시장 김장호)는 공연기획사 (주)하늘이엔티에 구미시문화예술회관 대관 취소 공문을 발송했다. 구미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1,183석)에서 오는 25일 오후 5시에 개최될 예정이었던 공연이 갑작스럽게 취소된 것이다. 해당 공연은 전 좌석이 매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환 씨는 지난 11월부터 데뷔 35주년 전국투어 콘서트를 주요 도시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 씨는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문화제에 무료 공연을 하고, 촛불행동 측에 1,213만 원을 기부하는 등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혀왔다.
이날 오전 11시 김장호 구미시장은 구미시청에서 긴급 입장문을 통해 취소 결정을 밝혔다. 김 시장은 “가수 이승환 씨는 국회 앞 탄핵 촉구 촛불문화제에 직접 참여해 공연한 바 있다”며 “구미시 공연이 혹여 공익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에서 허가 조건을 강조하는 공문을 10일 발송했고, 유선상으로도 기획사 측에 구미 공연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정치적 선동 자제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승환 씨는 14일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당일 수원 공연에서 ‘탄핵이 되니 좋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뒷조사를 받았는데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도 마음이 편치 못했다. 앞으로 편안한 세상이 될 것 같다’는 정치적 언급을 했다”며 “이승환 씨의 이러한 정치적으로 편향된 행동과 정치적 언급에 대해 구미지역 13개 시민단체가 공연 취소를 요구하고 지난 19일~20일 두 차례 집회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 시장은 “구미 공연에서도 정치적 언급이 있을 가능성이 높고, 시민단체의 항의 시위 등으로 자칫 시민과 관객의 안전 관리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지역 민간 전문가, 대학교수의 자문을 듣고, 위원회 의견을 수렴했다”고 했다.
이어 “문화예술회관 운영조례 제9조와 9조 1항 6호에 따라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허가취소, 사용정지, 변경, 기타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는 바 20일 안전인력 배치 계획 제출과 ‘정치적 선동 및 오해 등의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요청했다”며 “서약서에 날인할 의사가 없다고 서면으로 밝혔고, SNS을 통한 시민단체에 조롱과 냉소로 비쳐질 소지가 다분한 언급으로 안전이 더욱 우려되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구미시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법적인 문제도 검토해서 결정을 내렸다. 그런 부분도 감수해서 고려한 결정”이라며 “시에서는 전체적인 입장에서 판단했고, 보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자세한 입장은 시의 공식 입장을 참고해달라”고 말했다.
이승환 씨는 같은 날 낮 1시경 SNS를 통해 공식 입장을 전했다. 이 씨는 “구미시 측의 일방적인 콘서트 대관 취소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저는 신속하게 구미시 측에 법적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다. 부당한 대관 취소 결정으로 발생할 법적, 경제적 책임은 구미시의 세금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 결정에 참여한 이들이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미시가 언급한 안전상 문제에도 동의할 수 없다면서, “공연 참석자들에게 공연 반대 집회 측과 물리적 거리를 확보해주시고, 집회 측을 자극할 수 있는 언행을 삼가달라 요청을 드렸다. 집회 신고 장소를 알려준다면 관객들에게 고지하겠다고 했고, 현장 경호인력도 증원 한다고 회관에 통지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경찰 등을 통해 적절한 집회, 시위 자유를 보장하면서 동시에 관람객들의 문화를 향유할 권리도 지켰어야 한다. 취소의 진짜 이유는 서약서 날인 거부”라면서 “‘창작자에게 공공기관이 사전에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문서에 서명 요구를 했고, 그 요구를 따르지 않자 불이익이 발생했다. 안타깝고 비참하다. 우리 사회의 수준을 다시 높일 수 있도록 문제를 지적하고 바꾸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팬들이 피해를 입었다. 티켓 비용 뿐만 아니라 교통비, 숙박비도 있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크리스마스날 공연을 보겠다 기대하였던 일상이 취소됐다. 대신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도 비판 목소리…”문화예술인 탄압”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터져나왔다. 임미애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은 성명서를 내고, 구미시의 콘서트 취소가 표현의 자유와 문화 독립성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임 의원은 “윤석열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155분만에 국회 의결에 의해 엄연히 해제됐다. 그럼에도 김장호 구미시장은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가 여전히 작동되고 있는 줄 착각하나 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구미시의 이번 결정은 정치적 이유로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왔던 독재시대의 망령을 부활시킨 것”이라며 “예술가는 사회와 정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표현할 권리가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본적으로 보장돼야 할 자유”라고 했다.
임 의원은 “구미시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예술과 문화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압력에 휘둘리는 행정은 결고 민주주의와 공존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승환 콘서트 취소는 철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 이영수)도 논평을 통해 구미시의 대관 취소를 비판했다. 이들은 “보수우익단체와 충돌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대관을 취소했다”면서 “윤석열 탄핵집회에서 무료 공연을 했다는 이유로 구미콘서트 취소를 요구하자 이들의 일방 요구를 들어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미 콘서트가 이미 매진된 상태여서 팬들의 실망이 매우 크다”며 “관객과 보수 우익단체간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면 양측의 분리조치를 비롯한 제반 안전사항을 강화함으로써 공연이 무사히 개최되도록 해야한다. 대관을 취소한 것은 김장호 구미시장의 정치적 편향성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며 문화예술인에 대한 탄압”이라고 했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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