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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민주통일운동가 이재형 선생의 20주기 추모제가 경북대 여정남 공원에서 열렸다. 추모제을 통해 4.9통일열사 50주기 행사위원회도 결성됐다. 1975년 4월 9일은 인혁당 사건 희생자들의 사형 집행이 이뤄진 날로, 내년이 50주기를 맞는다.
오후 2시 열린 추모제는 (사)4.9인혁열사계승사업회·경북대민주동문회·여정남기념사업회 주최로 개최됐다. 민중의례로 시작된 추모제는 ▲경북대 사회학과 20학번 이채은 씨의 이재형 선생의 약력 소개 ▲추모사 ▲추모공연(민중가수 박성운) ▲유가족 인사 ▲ 4.9통일열사 50주기 행사위원회 경과보고 ▲ 4.9통일열사 결성 선언 ▲헌화 ▲단체사진 순으로 진행됐다.
이재형 선생은 1939년 1월 경북 상주군에서 출생해 1958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고, 1960년 4.19민주혁명 학생시위를 주도했다. 1964년 6.3한일회담 반대투쟁을 주도하고, 1974년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으로 구속되고, 이듬해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1982년 특별사면으로 출옥해 1990년~2004년 경북대민주동문회 고문과 사월혁명회 활동을 했고, 지난 2004년 12월 21일 오랜 수감 생활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추모사에 나선 배한동 씨는 “경북대는 전국학생운동의 산실이 된 곳”이라며 “이재형 선배님은 돌아가셨지만, 이 나라 민주화를 위해서 자주통일을 위해서 노력하는 혁명가라 단언할 수 있다. 사진에 보다시피 굉장히 온화한 얼굴을 가졌지만, 내면적으로는 굉장히 강한 의지를 가지셨던 분”이라고 말했다.
4월혁명회 공동의장 임구호 씨는 “선배님은 60년 전 학생운동 조직과 학습에 전력하셨다. 특히 대구경북의 학생운동을 투쟁 전선으로 이끌었다. 조직운동가로 은인자중하며, 후배들에게 태산이던 선배님”이라며 “이 땅의 자주와 평화, 공정과 복지의 대중사회가 이뤄지지 않는한 산자는 물론 죽은 자에게도 안식은 없다. 선배님 세상을 지켜보시며 사랑하는 후배들을 격려해달라”고 했다.
임성종 대구경북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 연대회의 대표는 “먼저 선배들께 죄송함을 전한다. 지난 8개월 동안 싸우고, 시민들의 뜻을 모았지만 어제밤에 기습적으로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동상이 세워졌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박정희의 망령이 민주주의 광장에 다시 돌아왔다”면서 “그 망령은 동상으로 부활해서 섰지만 우리 열사들의 정신은 꺾지 못할 것이다. 박정희 정권에 맞섰던 우리 선배님의 정신, 80년 전두환 군부 독재에 맞섰던 우리 선배님들의 정신들이 2024년 12월 3일 군부의 장갑차를 막아선 시민정신으로 자라났던 것을 기억한다”고 강조했다.
4.9통일열사 50주기 행사위원회 결성
한편, 이날 4.9통일열사 50주기 행사위원회도 결성됐다. 이들은 앞으로 50주기 공식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2025년 3월 29일), 기념 문화제(2025년 4월 5일, 동대구역 광장), 기행, 학술토론회, 기념전시회 등을 준비하고 있다. 위원회는 인혁당 사건으로 사법살인을 당한 서도원, 도예종, 송상진, 하재완, 우홍선, 김용원, 이수병, 여정남의 이름을 외치면서 결성 선언문을 낭독했다. 결성 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윤석열을 탄핵한 민중의 힘을 통해 당신들이 지켜낸 민주주의의 승리를 다시 확인했다”며 “이곳 대구경북에서도 수구 기득권의 콘크리트를 부숴버리기 시작했다. ‘TK딸들’이 앞장섰다”고 했다.
이어 “2025년 4월 9일 여덟분의 인혁당 열사들이 희생당한지 50년이 되는 날, 우리는 추모만 하지 않을 것”이라며 “독재의 망령을 끊어내고 새로운 민주개혁의 출발점으로 삼겠다. 윤석열과 국민의힘, 박정희로부터 이어진 독재의 후예들을 완전히 청산하고, 인혁당 열사들이 염원했던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의 세상을 결의하는 대동의 마당을 열겠다”고 짚었다.
특히 “노동과 인권, 기후위기 해결과 젠더평등 실현을 통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연대의 장을 만들겠다”며 “형형색색 응원봉을 흔들며 민주주의를 지켜낸 청년들과 함께 새로운 광장의 축제를 만들겠다”고 했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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