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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의 기쁨을 누렸던 광장에 다시 대구시민들이 모였다.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에 대한 본격 탄핵 심리에 착수했지만, 윤 대통령이 자료 수령을 거부하는 등 심리를 지연하는 상황. 이날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대구시민이 나서 후퇴하는 민주주의의 역사를 바로잡자며 목소리를 모았다. 이들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심판이 이뤄질 때까지 매주 토요일 집회를 이어가기 위해, 시민이 직접 참여해 목소리를 내는 코너를 만드는 등 집회 내용도 새로 구성했다.
21일 오후 5시 대구 동성로 CGV대구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제11차 윤석열퇴진 대구시민 시국대회에는 시민 2,000여 명이 함께했다. 사회를 맡은 이정아 윤석열퇴진 대구시국회의 공동집행위원장(민주노총 대구본부 사무처장)은 “지난 14일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후퇴하는 민주주의 역사를 바로잡겠다고 희망의 응원봉을 들고, 대구시민들이 역사의 한복판에서 나라를 새롭게 만들어 가고 있다”면서 “광장에서 우리가 제대로 목소리 내자”고 말했다.
민중의례로 시작된 대구시민 시국대회는 ▲시국뉴스(현지현 민주노총 대구본부 정책선언국장) ▲자유발언 ▲공연(배호경 의료연대본부 대구가톨릭대의료원분회장, 서민기 국악인·환경운동가) ▲기조발언 등의 순서로 약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됐다.
대구시국회의는 이날부터 시국대회에서 시민 목소리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앞선 시국대회에서는 없던 코너도 새로 마련했다. 사전에 시민의 추천곡과 사연을 신청받아 소개하는 ‘당신의 퇴진 플레이 리스트’ 코너다. 이날은 이랑의 ‘늑대가 나타났다’와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NEXT LEVEL) 2곡이 선정됐다.
이정아 집행위원장은 “‘늑대가 나타났다’는 곡은 지난 2022년 43주년 부마민주항쟁기념식에서 윤석열 정부의 압력으로 검열된 노래”라며 “윤석열은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면서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시대를 불문하고 권력에 복종하지 않거나 힘없는 자들을 마녀, 폭도, 늑대의 이름으로 차별하고 혐오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넥스트 레벨 가사 중에 ‘결속의 나의 무기, 광야로 걸어가, 위협에 맞서서. 난 절대 포기 못해. 저 너머의 문을 열어’라는 내용이 있다”면서 “우리가 결속해서 광야로 걸어가고, 결국엔 윤석열을 제껴 버린 뒤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자는 의지를 담았다”고 덧붙였다.
대구시국회의는 또한 ‘윤석열 퇴진 백일장’ 코너를 통해 현장에서 QR코드로 시민이 메시지를 낼 수 있는 코너도 새로 준비했다. 이날 자유발언에 나선 고등학교 2학년 최미송 씨는 직접 마이크를 잡고 백일장 코너에 참여했다. 최 씨는 “학생이 공부나 하지, 나랏일에 관심을 가져서 뭐하냐는 말을 종종 듣는다”며 “나라가 지금의 상황에 이른 데는 일부 젊은 세대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젠더노소’ 이 나라의 국민이라면 누구든 소리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최 씨는 ‘윤석열 파면’으로 오행시를 발표했다. 최 씨는 “윤석열은 석고대죄도 부족한 마당에 뻔뻔스럽게 버티고 있다. 민중들의 연대는 앞으로도 꺼지지 않을 것”이라며 “윤석열은 즉시 물러나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죄에 걸맞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구에 사는 20대 여성 홍예빈 씨도 “서울 국회 앞에서도, 이곳에서도 목소리를 내는 우리가 있다는 것을 ‘그들’이 잊지말았으면 한다”면서 “입김이 나는 추운 겨울의 거리에 ‘그들’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나와있다. 봄이 되기 전에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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