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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무도한 자에게 권력을 내어주었을 때 국가시스템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처절한 경험을 하며, 대한민국은 다시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있다. 21세기의 민주주의는 형형색색, 각양각색의 응원봉처럼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뉴스민>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에서 응원봉을 든 그들, ‘민주주의자’들을 만나고, 기록한다.
‘특전사’ 출신 김경훈(46) 씨는 가족들과 11일 저녁 대구 중구 CGV대구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윤석열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에 참석했다. 김 씨 옆에는 아내와 큰 아들, 유아차에는 잠든 작은 아들까지 네 가족이 모두 함께 했다. 김 씨 가족은 행진 행렬 거의 끝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대구 중구 주민인 김 씨는 “저희 집에서 별로 멀지 않아서 아이들과 부담 없이 나왔다. 날씨도 별로 춥지 않고, 산책하기 딱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 씨는 “예전에 박근혜 탄핵 집회 때도 아내와 같이 나왔는데, (윤석열 탄핵 집회도) 당연히 나와야 할 일”이라며 “생각 보다 집회 참여 인원이 적은데 더 많이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옆에서 걷던 김 씨의 아내는 “오늘 집회에 참여해보니 다들 응원봉을 들고 나왔다. 우리도 응원봉을 어디 빌려서라도 가지고 나와야 하나”라고 거들었다.
김 씨는 “박근혜 탄핵 정국 보다 (윤석열 탄핵) 지금이 더 심각하지 않냐. 그때 보다 공감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며 “주변 사람들도 윤석열과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적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대통령 비상계엄 발표가 있던 날, 김 씨는 아내와 함께 잠도 못자고 계속 유튜브를 봤다고 했다. 비상계엄을 두곤 한 마디로 “미친거죠”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 씨는 “아내에게 (북한과 가까운) 파주에 사는 지인이 전화가 오기도 하고, 전쟁이 나거나 하는 큰 일이 생길까봐 걱정하는 이야기들이 있었다”며 “저는 특전사 출신인데, 현장에 나간 군인들도 시키니까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김 씨는 탄핵 표결이 예정된 오는 14일에도 집회에 나올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중요한 날이니까. (집회에) 나오려고 한다”며 “탄핵 결과는 두고봐야 겠지만, 혹시 탄핵이 안되더라도 또 탄핵 표결을 시도하면서 무조건 (탄핵이)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국민의힘에 많은 지지를 보내는 TK가 콘크리트로 불려지는 현실에 대한 속상함과 함께 약간의 기대감도 전했다. 김 씨는 “TK가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불리지 않나. 국민의힘이 잘못해도 계속해서 지지를 보내주니까 우리를 ‘개돼지’로 보는 것 같다”며 “대구에서 살다보니 평소에 정치 이야기는 잘 안했는데, 이번 기회에 대구도 좀 바뀌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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