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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시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극우로 내달리고 있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홍 시장은 평소처럼 쉬지 않고 SNS를 통해 본인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내용을 보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그 주변을 ‘용병’, ‘레밍’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12월 3일 이뤄진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볼 수 없으며, 윤 대통령을 탄핵해선 안 된다는 주장으로 정리된다. 특히 비상계엄에 대한 견해는 윤 대통령이 즐겨보고, 지금도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극우 유튜브의 주장을 반복하는 수준이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 후 홍 시장은 4일 오전 8시께 처음 SNS에 글을 게재한 후 12일 낮 1시 현재 현재까지 모두 28개 글을 썼다. 하루에 평균 3개 꼴인데, 지난 11일에만 오전 7시 29분부터 밤 10시 30분까지 총 5개 게시글을 쓰며 한 대표와 이른바 한동훈계로 지칭되는 국민의힘 내 탄핵 찬성 의원들을 맹비난했다.
28개 글은 탄핵에 강하게 반대하는 뜻을 밝히거나, 현 시국의 원인을 한 대표에게 돌리면서 그들의 책임을 묻는 내용이 다수다. 대통령이 위헌적인 비상계엄으로 ‘내란 사태’를 일으킨 것이 현재의 탄핵 추진 이유임에도 그 이유는 온데간데없고, 박근혜 탄핵 시국 당시 유승민 전 의원처럼 국민의힘을 ‘배신’하려고 한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4일 오전 9시 54분께 “박근혜 탄핵 때 유승민 역할을 한동훈이 하고 있다”며 “용병 둘이서 당과 나라를 거덜 내고 있다. 화합해서 거야에 대비해도 힘이 모자랄 지경인데, 두 용병끼리 진흙탕 싸움에 우리만 죽어난다”고 썼고, 6일 오전 9시 45분께에는 “용병 두 사람이 국사가 아닌 개인적 감정을 이유로 저지르고 있는 반목이 나라를 뒤흔다”며 “8년 전 유승민 역할을 지금 한동훈이 똑같이 하고 있는데, 어쩌다 당이 이 지경에 이르렀나”고 썼다.
같은 날 11시 42분께엔 “이미 두 달 전부터 박근혜 탄핵 전야로 가고 있다고 경고했는데도 그걸 알아듣지 못하고 당과 나라는 또다시 나락으로 가고 있다”며 “한국 보수세력이 그렇게 무능하고 나약한 집단이었던가? 철부지 용병이 날뛰는 그 당은 미래가 없다. 그럴 바엔 당을 해체하라”고 했다.
7일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후 밤 11시 16분께 “탄핵이 부결된 건 참으로 다행이다. 또다시 헌정 중단을 겪으면 이 나라는 침몰한다”며 “대통령께선 새로운 마음으로 내각 전면 쇄신과 대통령실 전면 쇄신에 박차를 기해 주시고, 책임 총리에게 내정을 맡기고 외교, 국방에만 전념해 주시라. 선거 주기가 맞지 않아 혼선이 있는 현행 헌법을 개정해 내후년 지방선거 때 대선도 같이 치를 수 있도록 4년 중임제 대통령제로 개헌 추진하시라”고 썼다.
이어 “탄핵을 초래한 근본 원인은 당 대표와 대통령의 불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고, 다음날 낮 1시 49분에도 “이런 사태가 오게 된 건 초보 대통령과 초보 당 대표 검사 둘이서 반목하다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거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홍 시장은 국회 의석 90석만 있으면 탄핵을 당하더라도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 시장은 지난 10일 오후 “한동훈과 레밍들은 모두 나가라. 탄핵을 당해도 한국 보수세력이 당하는 게 아니라 두 용병이 당하는 거다. 90석만 뭉치면 DJ처럼 정권을 다시 잡을 수 있다”고 했고, 11일 낮에도 “이 당은 레밍들이 좀 있어서 탄핵은 불가피하게 당할지 모르나 탄핵당한 후 제일 먼저 할 일은 당 정비를 하는거다. 90석만 가져도 대선을 치를 수 있고 정권 재창출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상계엄에 대한 인식 반헌법적
“충정은 이해···경솔한 한밤중의 해프닝”
“민주당이 내란죄로 포장해 국민, 언론 선동”
보수 정권 재창출을 위해 탄핵은 안되고, 대통령과 반목해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한동훈 대표를 밀어내려는 시도로 볼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홍 시장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조치에 대한 반헌법적 인식도 반복해 드러냈다. 비상계엄을 “충정”으로 말미암은 “경솔한 한밤중의 해프닝” 정도로 치부하면서, 내란이라는 지적에 대해 “민주당이 내란죄로 포장해 국민과 언론을 선동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비상계엄을 선포하더라도 헌법에 따라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없는 국회를 ‘타격’하고자 총을 든 군을 동원했고, 대통령으로부터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폭로가 이어짐에도 대통령의 비상계엄 조치를 옹호하는 주장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특히 홍 시장은 11일 밤 10시 30분께 “지난 비상계엄 선포를 나는 뜬금없는 한밤의 해프닝이었다고 말 한 일이 있다. 민주당은 이를 내란죄로 포장해 국민과 언론을 선동하고 있다”며 “정치적 문제를 법리적으로 따지는 게 맞느냐라는 생각이 들어 그사이 말을 자제하고 있었는데 몇 가지 의문점을 짚겠다”고 장문의 글을 올렸다.
홍 시장은 “최종 판단권은 수사기관에 있는 게 아니고 헌법상 헌재와 대법원에 달려 있다”며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내가 보기엔 직권남용죄는 될지 모르겠으나 내란죄 프레임은 탄핵을 성사시켜 사법리스크로 시간 없는 이재명 대표가 조기 대선을 추진하기 위한 음모적 책략”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내란죄는 원래 정권 찬탈이 목적인데 이미 대통령 자리에 있는 사람이 찬탈할 정권이 있는지? 비상계엄 선포권은 국정에 관한 대통령의 권한이고 고도의 통치행위로서 사법심사의 대상이 안 되는데 그걸 두고 내란으로 볼 수 있는지”라며 “비상계엄 사유 판단이 부적절하다고 해서 그게 바로 내란죄로 연결될 수 있는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야당의 20여 회에 걸친 탄핵소추로 국정이 마비되고 심지어 자기를 수사한 검사도 탄핵하는 건 입법 폭력으로 국헌문란이 아닌지, 국민 여론을 탄핵으로 몰아가기 위해 문재인의 적폐 청산 프레임처럼 야당이 내란죄 프레임을 씌우는 건 아닌지”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전 새로 내놓은 담화문의 주장과 거의 일치하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며 “거대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가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괴물이 된 것이다. 이것이 국정 마비요, 국가 위기 상황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이냐”고 주장했다.
이어 “국정 마비의 망국적 비상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대통령의 법적 권한으로 행사한 비상계엄 조치는,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고, 오로지 국회의 해제 요구만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며 “나라를 살리려는 비상조치를 나라를 망치려는 내란 행위로 보는 것은, 여러 헌법학자와 법률가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우리 헌법과 법체계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 행위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홍 시장과 윤 대통령의 주장은 1979년 내란을 일으켜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 신군부의 주장과 일치한다. 1997년 이들에 대한 내란죄를 묻는 대법원 상고심에서 전두환 등은 “1980년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대통령의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 행위는 고도의 정치적·군사적 성격”이라면서도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해진 경우 법원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심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비상계엄의 전국확대조치가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전두환 등에게 내란죄를 물었다.
윤 대통령과 같은 의견을 피력하며 홍 시장이 향해 가는 곳은 ‘비상계엄은 내란으로 볼 수 없’으며, ‘대통령 탄핵을 해서도 안 된다’는 헌법 질서 밖의 대한민국이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