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저녁 8시, 벌써 열아홉 번째를 맞은 데다 일요일이었지만, 성주 주민 1,500여 명은 사드 배치 철회를 위한 촛불을 밝혔다. 집회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성주 곳곳에 비가 내렸지만, 집회가 열리는 성주군청에는 소나기가 짧게 내리는 데 그쳤다.
일요일 촛불집회는 발언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문화공연을 늘려 참여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제로 꾸려졌다. 문화제는 투쟁위 보고만 그대로 이어갈 뿐, 매번 집회 마지막을 장식했던 언론브리핑도 생략했고, 주민 자유발언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받지 않았다. 사회자도 이재동 성주군농민회장을 대신해 차재근 성주 풍물패 마실 대표가 맡았다.
성주 공공도서관 소속 기타 밴드 ‘여섯 줄의 행복’의 공연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 성주 ‘월항면 한울림 풍물패’의 풍물놀이, ‘풍물 마실’의 판소리, 월항면 주민 김종국 씨의 피리 공연, 충남 홍성에서 온 ‘세월호 문화연대’의 음악 공연과 짧은 연극, 성주 출신 배재협 씨의 통기타 노래 공연 순으로 이어졌다.
여섯 개 공연 중 마실의 판소리 공연이 가장 큰 호응을 얻었다. 심청가 가운데 심봉사가 눈을 뜨는 대목을 공연하면서 “세상을 바로 보는 눈에 대한 이야기다. 이미 뜬 분도 계시고, 이제 막 뜬 분도 계시고, 아직 안 뜬 분도 다 같이 있는 걸로 안다. 다 같이 이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는 눈을 떠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촛불 집회 중간 두 차례 짧은 자유 발언이 허락됐다. 신상숙 성주여중고 총동창회장은 ‘여섯 줄의 행복’ 공연 직후 나와 동창회가 모금한 투쟁기금 1,350만 원을 전달했다.
신상숙 회장은 “힘내시고 끝까지 사드 철회를 위해 전진해주시길 바란다”며 “우리 손으로 한반도, 성주 사드 배치 철회를 이뤄내자”고 말했다. 신상숙 회장을 비롯한 동창회원들은 기금 전달 이후 함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집회 분위기를 돋웠다.
또, 성주 출신이지만 지금은 경기도 성남에 살고 있다는 한 참석자도 집회 말미에 마이크를 잡았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가족과 함께 친정을 찾았다는 이 참석자는 “친정어머니께 저녁에 전화를 드리면 고스톱을 치고 있어야 할 시간에 이 자리에 앉아서 데모하신다고 하더라”며 “어머니의 근심, 한숨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또, “옛말에 수적천석이라는 말이 있다. 작은 물방울이 큰 바위를 뚫는다는 말이다. 여러분의 작은 마음이 모여서 큰일을 이룰 것이라 믿는다”고 쉬지 않고 집회를 이어가는 고향 주민들에게 응원의 인사를 전했다.
한편,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는 새누리당 당 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자들에게 사드배치철회를 요청하는 공개서한을 발송하기로 했다. 또 충청, 호남권에 진행되는 전당대회에 투쟁위원을 파견해 1인 시위 및 의견을 전하기 위한 직접 행동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