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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무도한 자에게 권력을 내어주었을 때 국가시스템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처절한 경험을 하며, 대한민국은 다시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있다. 21세기의 민주주의는 형형색색, 각양각색의 응원봉처럼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뉴스민>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에서 응원봉을 든 그들, ‘민주주의자’들을 만나고, 기록한다.
10일 저녁 7시 20분경, 대구 동성로 CGV대구한일극장 앞부터 옛 대구백화점 앞까지 길게 펼쳐진 대구시민시국대회 줄 가운데서 구본원(74) 씨가 함께 온 친구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요청했다. 구 씨는 ‘윤석열 구속, 윤석열 퇴진’이라 적힌 피켓을 머리 위로 들었다. 이내 받아 든 휴대폰 속 사진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대오 뒤쪽으로 이동한 구 씨는 친구에게 다시 휴대폰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피켓을 좀 더 얼굴 가까이 들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사는 구 씨는 과거 35년간 대우 회사원으로 일했다. 대구에서 나고 자랐지만 일을 시작하고부턴 영국, 프랑스 등 해외에 나가 있는 시간이 길었다. 지난 3일에는 동생네 집이 있는 전라도 진도에 가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속보를 보고 너무 놀라서 한 단어만이 생각났다. ‘미친놈.’
지난 토요일 국민의힘에 의해 대통령 탄핵안이 부결된 후 구 씨는 자주 울었다. 대체 세상이 어떻게 되려는지 겁이 나고 걱정됐다. 부산 사람인 아내는 “경상도 사람 보기도 싫다”고 말했다.
구 씨는 해외나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에 주로 거주한 시간이 길었다. 항상 투표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할 수 있을 땐 ‘옳은 일’하는 정당을 찍었다. 국민의힘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지지하는 정당은 과거에도 지금도 없다.
구 씨는 “대구에서도 탄핵 집회를 하는 줄 몰랐다. 지금 해외에 있는 와이프가 어디서 봤는지 대구 집회 소식을 알려줬다. 꼭 참석해서 사진 찍어 보내라고 해서 친구를 데리고 왔다. 와이프는 서울 집회에 참석한다고 비행편을 찾고 있다”며 웃었다.
막상 집회에 참석해 보니 새롭고 좋다. 젊은 사람도, 특이한 피켓도 많다. 구 씨는 자신이 알던 대구가 아니라고 느낀다. 구 씨는 “변했고, 변해야 한다. 이다음에는 국민의힘을 찍어주면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하며 “국회의원이라면 자기 표현을 해야지, 공산당도 아니고, 국회의원이 이러자면 이러고 저러자면 저러는 게 말이 되나. 그럼 아무나 국회의원 하지”라고 덧붙였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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