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자들] ③ ‘덕질’이 탄핵 집회로 이끄는 과정, “평범한 덕질로 돌아가고파”

아이돌 '보넥도' 원도어, 김보경·박하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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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무도한 자에게 권력을 내어주었을 때 국가시스템이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처절한 경험을 하며, 대한민국은 다시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있다. 21세기의 민주주의는 형형색색, 각양각색의 응원봉처럼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뉴스민>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에서 응원봉을 든 그들, ‘민주주의자’들을 만나고, 기록한다.

2023년 데뷔한 아이돌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 이하 보넥도)의 ‘원도어'(팬덤명)인 대학생 김보경(20, 서구), 박하영(20, 경북 칠곡) 씨는 9일 저녁 대구 중구 CGV대구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윤석열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에 참석했다. 두 사람은 무대 인근에서 공연에 호응하며, 리듬에 맞춰 “윤석열 퇴진”을 외쳤다. 이들은 SNS를 통해 만난 ‘덕질 메이트(팬활동 친구)’다.

이들은 계엄이 평범한 일상이 깨질 수 있다는 걸 ‘덕질’을 통해 깨쳤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고대한 보넥도 멤버의 라이브 방송 마저 취소시켰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선포 이튿날(4일)이 보넥도 멤버 명재현 씨의 생일이어서 그의 생일 라이브 방송이 예정되었지만, 계엄의 여파로 이뤄지지 않은거다. 하영 씨는 “라이브를 엄청 고대하고 있었는데 윤석열 때문에 취소가 된 것이다. 너무 화가 났다”고 말했다.

매일 뉴스를 보느라 아이돌 응원도 잠깐 미루고 있다는 하영 씨는 “내 탐라(트위터 타임라인)가 원래 덕질을 하는 보넥도로 가득차 있었는데, 계엄이 터지곤 윤석열과 국민의힘으로 더럽혀지고 있다. 엉망”이라고 토로했다.

▲ 2023년 데뷔한 아이돌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 이하 보넥도)의 ‘원도어'(팬덤명)인 대학생 김보경(20, 서구), 박하영(20, 경북 칠곡) 씨는 9일 저녁 대구 중구 CGV대구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윤석열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에 참석했다. (사진=정용태 기자)

옆에서 “윤석열 퇴진하라”고 외치던 보경 씨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손에 보넥도 응원봉을 든 보경 씨는 “(비상계엄 선포가 있던) 그날 밤에도 평소처럼 트위터에서 즐겁게 덕질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는 소식을 거의 실시간으로 접했는데, 다들 비상계엄이 생소하니까 이게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계속 찾아보고 공유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보경 씨는 “그렇지만 정확한 정보와 부정확한 정보가 뒤섞여 있어서 여러 정보가 쏟아져도 불안함과 혼란스러움은 커졌다”며 “여전히 그 불안함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니 계속해서 뉴스를 거의 실시간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회의 두번째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의결이 예정된 14일은 인천에서 보넥도 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보경 씨는 “티켓팅에 성공해서 콘서트에 가기로 되어 있다. 그런데 두 번째 계엄 이야기도 나오고 여전히 불안한 정치 상황이 지속되니까 혹시나 콘서트가 취소될까봐 마음을 졸이고 있다”고 걱정했다.

이들은 스스로를 ‘정치 저관여층’이라고 했다. 하영 씨는 “정치에 관심이 있던 편이 아니고, 언론을 봐도 윤석열의 정책에 대해서는 잘 알기 힘들었다”며 “그렇지만 대통령직을 잘 수행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있었다. 그러던 중에 계엄 상황이 터져서 윤석열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고 설명했다.

보경 씨도 “저도 마찬가지다. 정치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평범한 덕후”라며 “지난 토요일에도 생중계를 보면서 탄핵안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을 지켜보면서 제발 돌아와 달라고, 5명만 오라고 얼마나 빌었는지 모른다. 윤석열이 빠른 시일 내로 퇴진해서 우리가 평범한 덕질을 하던 때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