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비상계엄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경북도청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많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장기 독재를 이어온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제막했다. 제막식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화환이 한켠을 지켰고, 박성만 경북도의회 의장은 인사에 나서 윤 대통령을 지켜야한다고 말했다. 주요 참석자들은 현 시국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으면서, 박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5일 오전 11시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앞 천년숲에서 ‘박정희 대통령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경상북도가 부지를 제공하고, 박정희대통령동상건립추진위원회가 성금 11억 5,000만 원을 투입해 만든 것이다. 동상 하단에는 ‘오천 년 가난을 물리친 위대한 대통령 박정희’이라고 쓰고, 뒷면에는 생전 어록이 새겨졌다. 동상을 둘러싸고 박 전 대통령의 업적, 사진 등을 소개하는 배경석 12개도 갖춰졌다.
제막식 무대엔 ‘박근혜’, ‘대통령 윤석열’ 화환도
제막식 무대에는 오른편에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적힌 화한이, 왼편에는 별다른 호칭 없이 ‘박근혜’라고 적힌 화환이 놓였다. 행사 도중 윤 대통령 화환은 여러 차례 넘어졌고, 행사 관계자가 대통령 이름이 적힌 종이를 치웠다가 다시 가져오는 등 헤프닝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화환 일부가 파손됐고, 결국 관계자는 제막식이 끝날 때까지 화환을 붙잡고 서있었다. 식순에는 윤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하는 순서도 마련됐지만, 사회자는 별다른 설명 없이 바로 다음 순서로 넘어갔다.
제막식은 축하공연과 기념식수 등 사전행사를 비롯해 ▲경과보고 ▲기념사(박몽용 추진위 공동위원장) ▲환영사(이철우 경상북도지사) ▲인사말(박성만 경상북도의회 의장) ▲회고사(양재곤 추진위 공동위원장) ▲축사(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 김춘동 파독연합회 회장 등) ▲격려사(김명환 추진위 상임고문) ▲헌사(김용창 추진위 공동위원장) ▲청년추진단 결의문 낭독(김소연 변호사, 김은구 서울대 트루스포럼 대표) ▲박정희 대통령 육성 영상(국민교육헌장 낭독) ▲축시(이태수 시 ‘박정희’ ▲제막 ▲합창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박정희 공(功)에 주목하는 발언자들
박성만 경북도의회 의장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언급도
제막식 발언자들은 모두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功)에 주목하며 이를 칭송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환영사를 통해 “2016년 경북도청이 경북으로 이전한 다음 가장 큰 잔칫날 같다”며 “지금 젊은이들은 배고픔을 전혀 모른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대한민국이 10번째 경제대국이 된 것은 박정희 대통령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정희 대통령이 없었으면 오늘날 대한민국이 있었겠나. 누구나 공과는 있다. 미국 대통령들도 공과가 있지만, 온 나라에 동상을 세워놨다”며 “여러분 우리편이 아니라고 폄하하지 말고 서로 도와서 국민이 화합하도록 경상북도가 그 중심에 서겠다”고 덧붙였다.
박성만 경북도의회 의장은 “여러분들이 어저께 대한민국의 상황을 보면서 비통한 대한민국을 느꼈다면, 오늘 박정희 대통령 동상을 보면서 위대한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비장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오셨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헌정사 13명의 대통령을 가졌지만, 12명의 몫을 다 합쳐도 박정희 대통령의 8년을 넘어설 수 없다”고 목소리 높혔다.
박 의장은 “‘보수의 정치’ 대한민국을 지켰던 경북의 정신을 기리며 이 자리에서 박정희 대통령과 함께 대한민국을 지켜나가자”며 “여러분께 눈물겹게 호소드린다. 오늘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을 본회의에 상정한다고 한다. 어떻게 지킨 나라, 얻은 정권인데 두 번의 탄핵을 당한단말인가. 지켜주십시오”라고 했다.
박몽용 추진위 공동위원장은 기념사를 통해 “대통령님이 서거한지 45주년 되는 올해 그분의 얼을 기리고, 우리 마음 속에 늘 사모해왔던 모습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하는 큰 뜻을 모아 동상을 건립하게 됐다”며 “(박정희 대통령은) 5천년 가난의 굴레를 끊고 오늘날 10대 경제대국을 일구어 냈고,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근대화 밑거름이 된 제철소, 조선소, 중화학공업 육성 등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영도자였다”고 말했다.
행사장에 깔린 의자만 3,000여 개로 현장에는 5,000여 명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대부분 60대 이상의 노년층으로, 행사장 주변에는 참석자들이 타고 온 대형 버스가 줄지어 섰다. 제막 후 동상이 모습을 드러내자 참석자들은 행사장 곳곳에서 동상을 찍거나, 지인들과 함께 동상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우리 역사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과 함께 가장 많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이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을 포함해 10회 이뤄졌고, 박 전 대통령은 1961년 5.16 군사쿠데타, 1964년 6.3항쟁, 1972년 10월 유신, 1979년 10월 부마민주항쟁 등의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이후 45년 만이자, 민주화 이후 처음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