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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비상계엄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구 지역 시민사회의 동력을 키우고 있다. 4일 대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윤석열퇴진대구시국회의’가 주최한 ‘윤석열 퇴진! 대구시국시민대회’는 지난해부터 시국회의가 주최해 온 윤석열 규탄 및 퇴진 시국대회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주최 측은 최소 1,000여 명이 이날 시국대회에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오후 5시께부터 열린 시국대회에는 민주노총 대구본부를 주축으로 해서 진보당, 정의당, 녹색당, 노동당 등 시국대회에 참여하는 제정당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윤석열 대통령에게 분노하는 시민들이 참석했다. 참여자는 시국대회 시작 시점에는 500명 가량으로 추산됐지만, 행진이 시작되고 끝날 무렵에는 1,000여 명까지 늘었다.
선두에는 민주노총 대구본부를 중심으로 한 노동단체와 정당 관계자가 섰고, 그 뒤로 대구지역 시민단체와 경북대 학생들의 행렬도 뒤따랐다. 피켓 등을 들지 않은 일반 시민들도 상당수 함께했다. 행진 진행 마이크를 잡은 김무강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정책기획국장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윤석열은 내려와라”고 외치면, 뒤따르는 시민들도 그 말을 함께 외치며 “내려오라”고 호응했다.
행진 대열 중간쯤에 서 있던 직장인 김 모 씨(29, 여)는 평소 시민단체나 노동단체에 속해있지 않고, 정치에도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김 씨는 “어제 SNS와 지인에게 받은 카톡을 보고 계엄령 선포 사실을 알고 너무 화가 났다”면서 “밤새 마음 졸이면서 계속 새로고침 하면서 올라오는 기사를 읽었고, 그러느라 잠도 못 잤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SNS에서 집회 소식을 접하고는 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혼자 오기는 무서워서 동네 아는 오빠와 함께 왔다”며 “제 주변 사람들도 다들 저랑 반응이 똑같다. 대통령이 탄핵이 되지 않으면 나쁜 선례가 되어 이런 일이 또 일어난다”고 걱정했다.
특히 김 씨는 북구에 살고 있다면서 이날 새벽 우재준 의원(대구 북구갑)이 국민의힘 대구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표를 보탠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우 의원을 포함해 18명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졌다.
함께 동행한 이 모 씨(42, 남)도 “저도 어제 그 소식을 SNS에서 접하고는 밤새 기사를 보느라 한잠도 못 자고 출근했다가 퇴근하고 여기로 왔다. 저녁도 못 먹고 이러고 있다”며 “저희가 5시 30분쯤 와서 맨 끝줄이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대열 중간 정도에 있더라. 인원이 계속해서 늘어나더라”고 말했다.
이 씨는 “대통령은 반드시 탄핵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정상화될 수 있다”며 “추경호 원내대표 등 상당수 국민의힘 의원들이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한일극장에서 공평네거리, 봉산육거리, 반월당네거리, 중앙네거리를 거쳐 약 2.4km를 행진한 후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마무리 집회로 종료됐다.
마무리 발언에 나선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은 “윤석열의 계엄 담화문을 보면서 분노와 울분이 치밀어 올랐고, 40년 전 군부독재 쿠데타 세력을 끝내기 위해 산화하신 선배들, 망월동에 묻혀 있는 5.18 영혼들이 너무 생각났다”며 “어제의 그 꼴을 보려고 우리 선배 노동자들이 선배 시민들이 목숨 바쳐 투쟁했던가? 너무나 억울하고 비참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가만히 있으면 또 다시 우리는 선배들이 당했던, 광주 5.18 시민들이 당했던 고통보다 더 처절하게 당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내일 아침에 거리로 나가면, 경찰이 아니라 이젠 총 든 군인들과 대치해야 한다는 암울한 생각도 했지만, 선배들, 열사들이 외쳤듯 민주노총이 나가자고 결의했다”며 “오늘 시민들의 위대한 힘은 경찰까지 복종시켰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경찰도 안다. 죽어가는 권력은 윤석열이고 살아있는 권력은 시민”이라며 “오늘밤 이 집회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윤석열은 며칠 남지 않은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어떤 짓을 할지 모른다. 아직도 군 통수권자로서 군대를 동원할 수 있다. 윤석열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도록 국민이 살아있다는 걸 증명하자. 내일도 다시 한일극장에서 만나자”고 독려했다.
장은미,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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