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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3시 대구 경북대학교 북문 조형물 앞에 천막이 쳐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기습적인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교수·연구자·학생 등 학내 구성원이 모여 결성된 ‘경북대학교 비상시국회의’는 윤석열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릴레이 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경북대학교 비상시국회의는 경북대학교 민주화교수협의회,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경북대지회,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경북대학교 대학생 모임이 모여 결성됐다. 이어 오늘 오후 국공립대조교노조 경북대지회가 합류했으며, 참석 단체는 계속 확대 중이다.
이들은 오후 3시 30분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발족선언문에서 “야당의 예산 삭감이나 탄핵 결의에 정치적으로 반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윤석열은 이를 반국가 세력이 내란을 획책한 일이라 규정하며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황당무계한 일을 저질렀다”며 “이는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야당 정치인을 내란 음모로 잡아들이며 공수부대를 투입해 광주에서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1980년 5월 참극의 줄거리 그대로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 독재로 안 되겠다고 판단한 윤석열이 박정희, 전두환식 군사 파시즘의 길을 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라고 물으며 “어제까지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제밤의 기괴한 공포를 경험한 우리는 더 이상 그렇게 안일할 수 없다”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해고를 선고했다.
이형철 경북대학교 비상시국회의 대표(물리학과 교수)는 “1980년대에 대학을 다녔기 때문에 민주주의 역사가 희생과 피로 이뤄져 있음을 알고 있다. 오늘 아침 우리는 한자리에 모여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민주주의를 재건하기 위해선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며 “대통령에게 권리를 계속 준다면 두 번, 세 번 계엄령을 발동하지 않을 거라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 즉각 행동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안승택 경북대 민주화교수협의회 의장(고고인류학과 교수)은 “어떤 교수는 잘 만든 딥페이크가 아니냐고 했다. 그만큼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라며 “헌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국회에서 이뤄지는 일을 내란 음모라 규정하고 군사력으로 짓밟으려는 일은 있어선 안 되는 일이다. 윤석열 정부가 폭정을 되풀이하기 전에 우리 힘으로 끌어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도 발언에 나섰다. 김상천 씨(경북대 윤리교육과)는 “어제 학생 182명의 연서명을 모아 시국선언을 했다. 그리곤 뒷풀이를 하는 와중에 비상계엄이라는 뉴스를 봤다. 두렵고 불안하지만 윤석열 퇴진을 향해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분명했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학내에서부터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위한 행동을 이어 나갈 생각이다.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채은 씨(경북대 사회학과)도 “어제 친구들과 시국선언을 한 뒤 비상계엄이 선포되는 바람에 신변을 걱정해 주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며 “우리는 권력도, 돈도 없다. 하지만 연대해서 광장으로 나갈 순 있다. 우리가 지금 느끼는 이 두려움과 막연한 불안감을 뚫기 위해 같이 시국회의에 나가자”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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