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선포 그날 대구시민, “너무 놀라서 눈물”···노조 가두행진에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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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적이고 불법적인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대구 시민들도 놀라게 만들었고, 남의 일에 불과했던 노조나 시민단체의 집회와 시위에도 박수를 보내는데 이르게 했다. 4일 동대구역에서 국민의힘 대구경북 시도당 당사로 향하는 민주노총 주축의 가두행진에도 일부 시민들은 박수로 응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국민을 기만하는 일입니다. 계엄령 선포를 보면서 너무 놀라서 눈물이 났어요. 제대로 시행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직도 겁납니다. 국가적 망신이에요. 법적 절차도 지키지 않고 명분도 없어요. 딸이 서울에서 임용고사를 준비하고 있어요. 장갑차가 밤중에 서울에 지나다녔다고 합니다. 헬기가 떴다고 합니다. 밤새 잠 못 잤어요. 아침도 못 먹었어요. 지금 이렇게 아침 햇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10·26을 겪었어요. 그때와 시대가 달라졌다고 느낍니다. 국민들이 현명해요. 국회도 대처를 잘했어요. 국민이 너무 대단해요” (대구 수성구, 60대, 채 모 씨)

▲4일 동대구로에서 가두행진이 진행되고 있다
▲4일 동대구로에서 가두행진이 진행되고 있다

4일 오전 9시 30분부터 동대구역 광장에서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민주노총 대구본부·경북본부, 윤석열심판대구시국회의는 동대구역 광장에서 국민의힘 대구경북 시도당 당사 앞까지 동대구로를 따라 가두행진을 벌였다.

시민들은 장사 준비를 멈추고, 사무 업무를 멈추고 가두행진을 지켜봤다. 시민 반응은 다양했다. 일부 시민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했고, 또는 계엄령을 옹호하는 시민도 일부 보였다. 그러는 한편, 경기침체에 악영향을 준다며 가슴을 치는 시민도 만날 수 있었다.

40대 회사원 이 모 씨는 “마음이 안타까웠다. 불안감보다는,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까. 검찰 총장 할 때는 마음대로 했는데. 지금은 얼마나 답답했으면 저런 되지도 않을 일까지 벌이나 싶었다”고 말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50대 김모 씨(대구 동구)는 “너무 겁났다. 이유도 명분도 없지 않나. 계엄이 종료될 때까지 잠을 못 잤다. 해제되고 나서 장사해야 하니 일단 잤는데 9시에 와서 장사 준비를 하고 있다”며 “계엄은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경기도 개판이고 장사도 안된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가두행진을 마친 시민들은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규탄 발언을 이어갔다. 이재욱 민주노총 경주지부 조직국장은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지난밤에 어디 있었나. 범죄자 윤석열의 민주주의 파괴 행위에 동조하는 세력이 국민의힘 아닌가. 당사 안에 그런 세력이 암암리에 기생하는 것 아닌가. 국민의 이름으로 당사 앞에 나섰다”고 소리쳤다.

이날 행진 과정에서 경찰은 한 차례 미신고 집회인 점을 지적하는 경고 방송을 했으나, 특별한 제지는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당사 앞에는 경찰 기동대 3개 중대가 출동했다.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행동에 나서게 만들었다. 민주노총은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했다. 대구시민사회도 잠시 후 잇따라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경북대학교 교수·학생도 정권 규탄 대자보를 학내에 붙이고 있으며, 가두 행진도 준비하고 있다.

▲4일 동대구로에서 진행된 가두행진에서 시민들이 유인물을 받고 있다.
▲4일 가두행진 끝에 국민의힘 대구시당 당사 앞에 도착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