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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서문시장에서 만난 대구시민들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무리수였고,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는 행위였다고 비판적인 의견을 밝혔다. 시민들은 탄핵 이야기가 나오는 대통령이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자충수를 뒀다고 했다.
달서구에서 사는 이정연 씨(40, 여)는 뉴스를 보고 깜짝놀라 국회에서 계엄령 해제 결의안이 통과되는 것을 보고 새벽 2시 넘어 잠에 들었다. 이 씨는 “저는 별로 정치에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었는데, 이번 사태를 보고 이건 아니지 싶었다”며 “속보를 뜨는 것 보고 새벽까지 라이브 방송을 보면서 이게 ‘서울의 봄’ 영화인가, 대통령이 그걸 인상깊게 본건가 했다”고 했다.
이 씨는 “본인이 탄핵 당할까봐 선방을 친 게 아닌가 싶다. 국방부 장관을 꼭두각시로 세웠다”며 “이게 나라가 거꾸로 가는 건가 싶었다.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 (무리한 계엄령 선포는) 탄핵감”이라고 언급했다.
경북 칠곡에서 물건을 떼러 서문시장에 들른 김규영 씨(76, 남)는 “(대통령이) 계엄령을 할 문제도 아닌데 국민들을 불안하게 했다”며 “나는 무슨 일이 터졌나 해서 걱정이 앞섰다. 계엄령을 할 만한 사유가 맞으면 군인이든 경찰이든 나올 수 있지만, 이유가 미흡하다. 황당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탄핵여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한동훈 대표와 자꾸 갈등을 일으켜 집안 싸움을 하는 때부터 자기관리를 좀 못한다 싶었다”며 “자기가 잘 못하겠으면 차라리 남을 주든지”라고 덧붙였다.
반려견을 개모차에 태워 함께 서문시장에 나온 이수현 씨(31, 남)도 놀랐던 심정을 전했다. 이 씨는 “어제 속보를 보고 잠을 못자고 계속 뉴스를 찾아봤다. 나이가 어리다 보니 처음엔 계엄령이 무슨 의미인가 싶었다”며 “국회 해제 요구안이 통과되는 걸 보고 안도하고 잠에 들었다. 그래도 혹시 전쟁이 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됐고 아침에도 일어나자마자 뉴스를 계속 찾아봤다.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수성구에 사는 김 모 씨(34, 여)는 늦은밤 주말부부를 하고 있는 남편으로부터 걱정하는 전화를 받고 계엄령 소식을 알았다. 김 씨는 “원래 12시쯤 자는데, 남편이 전화와서 그런 말을 하길래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싶어서 뉴스를 찾아봤다. 대통령 탄핵 이야기가 계속 나오니까 국민은 고려 않고 그런 결정을 한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 주변의 가족과 친구들도 계엄령 선포에 대해 다 부정적 의견을 말하더라”면서 “(대구가 대통령 지지가 많은 편인데) 나도 다른 대구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밤새 뜬눈으로 계속 라이브 방송과 기사 등을 찾아봤다는 배웅규(60) 씨는 격한 말을 쏟아내며 대통령의 계엄령이 잘못됐다고 했다. 일 때문에 서문시장을 찾은 배 씨는 “이게 나라인가. 대통령이 잘못된 결정을 하면 참모진이라도 옆에서 말려야 했을 것이 아닌가”라면서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너무 다르지 않나. 제 정신인 사람이 거기에 있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차라리 피해를 안주고 조용히 내려온다던지 해야하는데, 법을 잘 안다는 (검사 출신) 대통령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안보실 같은데도 모르고 했다는 말이 있는데, 대통령이 탄핵 당해도 나라는 안 망한다. 지금 상황에 대해 대통령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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