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여성인권센터 토론회···성매매방지법 시행 20년, 앞으로 과제는?

쉼터, 자활지원센터, 상담소 활동 성과 전해
"성매매 경험 여성 지원 위한 제도와 법 개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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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9월 23일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되고, 20년이 흘렀지만 한계도 여전하다. 다양한 방식으로 성매매 산업이 진화하고 있어 법의 변화가 요청되고 있다. 특히 성매매 여성 처벌에 대한 규정도 문제로 지적된다. 반성매매 활동에 나서는 여성단체 측은 그동안의 활동 성과를 전하면서, 성매매방지법 개정과 탈성매매를 위한 제도적 지원을 촉구했다.

▲ 28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대구인권교육센터에서 대구여성인권센터 주최로 ‘성매매방지법 시행 20년 기념 대구토론회’가 열렸다.

28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대구인권교육센터에서 대구여성인권센터 주최로 ‘성매매방지법 시행 20년 기념 대구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반성매매 운동의 역사로 함께 만들어갈 20년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젠더폭력과 여성인권 ‘성산업 착취구조에 대항해온 20년-군산화재참사에서 오늘까지’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정책자문위원) ▲보호체계를 넘어 사회적 자원으로서의 쉼터 운동(장은희 대구여성인권센터 쉼터 원장) ▲통합지원시스템내에서의 자활지원센터 역할(최민혜 대구여성인권센터 자활지원센터 소장) ▲대구지역 반성매매 운동의 성과와 과제-상담소 힘내 활동을 중심으로(김하나 상담소 힘내 소장) 등의 발제가 이뤄졌다.

이어 ▲청소년 성매매의 특성을 바탕으로 대구지역 반성매매운동을 위한 연대와 협력 방안 모색(김영애 대구성착취피해아동청소년지원센터 팀장) ▲온라인으로 간 성매매 산업: 여성운동 단체에게 던져진 디지털성폭력 과제(김도현 대구여성의전화 부설 디지털 성폭력특화사업부 활동가)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대구여성인권센터, 성매매 경험여성들에
상담과 쉼터, 그룹홈, 자활사업 등 도와
쉽게 돈벌기 위해 성매매 한다?
쉼터서 만난 여성들 대부분 가족 불화, 가정폭력 노출

장은희 대구여성인권센터 쉼터 ‘단디이음’ 원장은 “여성들의 탈성매매를 위해 업주와 물리적 공간 분리가 필요했고, 그래서 쉼터는 최우선 과제였다”면서 “성매매 재유입 예방적 차원 교육과 탈성매매 지원 프로그램을 위해서도 중요했다. 2004년 복권기금으로 대구 중구에 쉼터를 개소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쉼터는 2004년부터 2023년까지 연인원 1,000여 명이 이용한 것으로 확인된다. 주로 20대(입소자 67%, 이용자 38%)와 30대(입소자 25%, 이용자 11%) 여성이 이용하고, 이용자의 학력은 고졸(입소자 42%, 이용자 47%)과 중졸(입소자, 이용자 17%)이 많았는데, 고등학교 졸업을 하지 못한 경우 검정고시 지원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입소 경로는 성매매 피해 상담소 등 성매매 방지 기관 연계로 오는 경우가 71%로 상당수를 차지했다.

장은희 원장은 “국가와 현장단체의 공고한 협력 체계를 기반으로 시민의식 개선 활동과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을 때 우리가 만나는 여성들이 비로소 안전하게 사회에 통합될 수 있다. 동시에 피해자 지원 쉼터는 탈업과 전업을 위한 사회적 자원의 역할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쉼터를 통해 만난 여성들 대부분은 가족과의 불화, 가정폭력, 가난, 학대 등으로 인해 가족들과 분리되면서 사회적 방임을 경험한다”며 “사람들은 여성들이 쉽게 돈을 벌기 위해 성매매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여성들은 기본적인 숙식을 확보하기 위해 성매매 폭력에 유입되는 악순환 구조로 빠져든다. 성매매방지법 제정 전후에도 달라지지 않는 사실”이라고 짚었다.

최민혜 대구여성인권센터 자활지원센터 ‘생생이랑’ 소장은 “대구지역 7개 성매매방지기관에서 당사자를 연계 받아 상담소와 쉼터, 그룹홈과 함께 자활센터를 통해 성매매 경험 여성들의 탈성매매 과정을 돕고있다”고 설명했다. 2009년 9월 개소한 자활지원센터의 누적 이용자는 3,514명이다. 자활지원센터는 인턴십, 검정고시 등록과 직업훈련 과정을 돕는다.

최민혜 소장은 “성매매 경험 여성들의 통합적 지원을 위해 실질적인 지원 체계를 확충하고, 개인의 자립을 다각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자활지원센터는 전국 13개소 뿐인데, 성매매방지 기관의 연계를 통해 연속적이고 적극적인 지원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로 비장애 성인여성 중심으로 센터가 운영되다 보니 이용자의 장애, 질병, 상황, 나이 등에 따른 맞춤형 정보 제공과 지역 내 사회적 자원 연계 강화도 요구된다”며 “또 안정적인 주거와 자립지원금 확대와 함께 현실적인 예산 확보 문제도 해결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소장은 “자활 과정은 단순히 경제적 자립을 넘어 심리적 치유와 사회적 통합을 아우른다. 센터가 성매매 경험 여성들에게 힘이 되고 성장할 수 있는 공동체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하나 대구여성인권센터 상담소 ‘힘내’ 소장은 “상담소는 전화 및 면접 상담과 현장 긴급구조, 법률 및 의료지원, 지원시설 등 연계, 현장방문상담, 성매매 예방을 위한 홍보 및 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4년 12월 개소한 상담소는 2023년까지 누적 상담 건수가 4만 673건, 현장 지원 사업 9,834건이다. 2006~2023년 기준 상담소 이용 연령별 인원은 30대가 1,698명(38.3%)로 가장 높고, 그 다음 20대 1,324명(29.8%) 순이었다. 2020~2023년 자료에 따르면 성매매 유입 경로는 주로 업주 234건, 친구·지인 164건, 소개업자 113건, 채팅앱 66건 등으로 집계됐다.

▲ 28일 ‘성매매방지법 시행 20년 기념 대구토론회’에서 김하나 대구여성인권센터 상담소 ‘힘내’ 소장이 ‘대구지역 반성매매 운동의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

김하나 소장은 “성매매, 성착취 현장에서 발생하는 선불금, 사채 같은 채무 등이 여성의 성매매 알선 및 강요의 수단으로 작동한다”며 “여성들은 알선자들의 성매매 강요때문에 선불금을 변제하지 못하고 업소를 나온 뒤 사기로 피소되거나, 가족들에게 성매매 경험 사실을 알리겠다는 협박을 받는다”고 전했다.

이어 “탈업소 이후 7~9년이 지난 상황에서 선불금 채무로 대여금 소장 또는 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경우도 있다. 여성들은 다시 상담소로 연락해 법률지원을 요청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외상후 스트레스, 불면, 불안부터
자살, 자해시도까지 성매매 경험 여성의 고통 전해
여성 보호할 수 있는 성매매방지법 개정 필요

김 소장은 “성매매 현장에 있던 여성들은 외상후 스트레스, 불면, 불안 등을 호소하는 비율이 높다”며 “성매매, 성착취 현장을 벗어나더라도 업소 관계자나 채권자가 자신을 찾아올까 하는 불안감과 선불금 채무를 변제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환청을 겪다가 자살, 자해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변화하는 성매매, 성착취 현장에 맞서는 온라인 성착취 예방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정부 차원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며 “또 유사 성행위 업소인 마사지업소 증가에 따른 실태조사와 외국인 여성 지원 및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 체계 방안 마련도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성들이 업소 선불금 대신 사채업자에게 일수나 달돈을 빌리는데, 법정최고이율인 연 20%를 초과해 100~600%의 이자에 달한다”며 “성매매, 성착취 피해 여성들의 취약성을 악용해 돈벌이를 하는 사채업자와 불법채권 추심업체, 성매매 업소에 대한 단속과 엄벌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현행의 성매매처벌법은 피해를 입증하지 못하면 여성을 행위자로 처벌하는데, 여성들은 성매매 현장의 목격자이자 증인”이라며 “알선업자와 성구매자를 강력히 처벌하고, 여성들을 보호 지원하는 법으로 조속히 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