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위법한 정보 비공개’ 손해배상 판결 불복 항소

뉴스민, 공무원 골프대회 검증 취재 일환 정보공개청구
법원 뿐 아니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도 ‘위법’ 결정
대구시, 1심에선 2023년 중앙행심위 결정 기속력 문제삼아
항소심에선 객관적 주의의무 여부에 집중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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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대구시의 불법적인 정보 비공개 결정 때문에 뉴스민 기자가 손해를 입은 것에 대해 배상하라고 한 판결에 대구시가 불복해 항소했다. 대구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졌고,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비판을 제기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결정을 한 셈이다. [관련기사=공무원 골프대회 정보 감춘 대구시, 뉴스민에 100만 원 배상 판결(‘24.11.7)]

지난 26일 대구시는 대구지방법원이 “정보공개거부처분은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대구시에게 뉴스민 기자에 대한 100만 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물린 판결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대구시가 항소하면서 뉴스민이 대구시의 공무원 골프대회 검증을 위해 진행한 정보공개청구 과정에서 대구시가 행한 정보 비공개 처분의 적법성은 항소심 재판부에서도 재차 따져보게 됐다.

▲지난해 5월 열린 제1회 대구광역시 공무원 골프대회에서 홍준표 시장이 티샷을 치고 있다.

법원 뿐 아니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도 ‘위법’ 결정
대구시, 1심에선 2023년 중앙행심위 결정 기속력 문제삼아
항소심에선 객관적 주의의무 여부에 집중할 듯

다만, 1심 재판부가 대구시의 정보 비공개 처분을 불법행위라고 판단하기 이틀 전(5일)에 중앙행정심판위원회(중앙행심위)도 해당 비공개 처분이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한 상황에서 대구시가 추가적인 비용을 들여 재차 소송을 이어가는 점은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대구시 공무원 골프대회 지원 정보 2년 연속 비공개 ‘위법’ 판정(‘24.11.22)]

특히 중앙행심위 결정은 대구시가 1심 재판 과정에서 한 주요 주장 중 하나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대구시는 손해배상 소송이 올해가 아니라 지난해 비공개 처분에 대한 중앙행심위의 결정에서 시작됐다는 점에 착안해 지난해 중앙행심위 결정이 올해 비공개 처분까지 기속력을 미치진 못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즉, 지난해 중앙행심위가 ‘위법·부당’하다고 결정한 비공개 처분과 올해 비공개 처분의 대상 정보가 각각 ‘2023년 직원동호회 계획 문서’와 ‘2024년 직원동호회 계획 문서’로 서로 다르므로, 지난해의 중앙행심위 결정에 근거해 올해의 비공개 결정까지 위법하다고 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5일 중앙행심위는 ‘2024년 직원동호회 계획 문서’에 대한 비공개 처분도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중앙행심위는 결정문을 통해 “이 사건 정보(2024 직원동호회 계획 문서)가 이미 공개된 문서와 비교해 내용이 특별히 다르거나 사회 여건 등의 변화로 달리 판단하여야 할 만한 사정도 확인되지 않”는다며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청구인(대구시)이 공개를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부당하다”고 설명했다.

달리 설명하면, 이젠 기속력이 있는 중앙행심위 결정이 나온 셈이어서 대구시가 어떻게 자신들의 위법성을 반박할 계획인지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물론 대구시는 1심 재판 과정에서도 올해 중앙행심위가 같은 결정을 하더라도 이번 비공개 결정이 손해배상을 해야 할 정도에 이르진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법원 판례가 국가기관의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데는 행정 처분의 불법성 뿐 아니라 ‘객관적 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그 행정 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객관적 주의의무란, 합리적이고 조심성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기준으로 삼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운전자는 도로에서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해 신호를 지키고, 과속하지 않으며, 전방을 주시하는 등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하는 것처럼 공무원이 행정 처분을 할 때도 처분이 위법·부당한 결론에 이르지 않을지에 대한 기본적인 주의를 다해야 한다는 의미다.

1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2023년 중앙행정심판위원회 결정 ▲2024년 직원동호회 계획 문서도 2023년 정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점 ▲동호회 활동의 위축을 주장하지만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는 점 등을 이유로 “피고(홍준표 시장) 소속 담당자 입장에서 원고 요청 자료가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비교적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100만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선고하면서, 이를 다 갚을 때까지 연 12% 비율로 이자를 더하도록 해서 대구시가 항소심에서 승소하거나 별도로 배상금을 공탁하지 않으면 대구시가 세금으로 물어야 할 배상금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