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왜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나섰을까?”···대구시민포럼 개최

국제플라스틱 협약 기념 대구시민포럼
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 주최로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강연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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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9%, 2:1, 19%.

이 숫자는 플라스틱 문제에 왜 전 세계가 나서서 머리를 맞댈 수밖에 없는 지를 설명한다. 현재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의 육지 기원 비율, 2020년 기준 플라스틱 재활용 비율, 폐기물 처리 인프라 성장률 대비 플라스틱 폐기물 성장률 비율, 2040년 총 전세계 탄소배출량 중 플라스틱 관련 사업 비중이다.

이달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플라스틱 협약 5차 정부간협상위원회를 앞두고, 대구에서 플라스틱 문제와 협약 의미를 살피는 포럼이 15일 개최됐다. 포럼은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대구녹색소비자연대 주최로 열렸다. ‘국제플라스틱협약의 주요 쟁점 및 과제’를 주제로,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과 전은정 대구가톨릭대학교 보건안전학과 교수가 기조강연자로 나섰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먼저 플라스틱이 문제인 이유를 설명하고, 이번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쟁점, 그리고 대응 방안에 대해 전반적으로 짚었다. 홍 소장은 플라스틱을 “일단 사용량이 너무 많다. 플라스틱 99%는 석유를 연료로 정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납사(나프타)”라며 “좁은 의미의 플라스틱은 합성수지를 뜻하지만 넓은 의미의 플라스틱은 합성고분자물질 전체를 통칭하는 의미로 사용된다”고 정의했다.

▲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그러면서 “석유 사용이 줄어들지 않는 한 플라스틱 사용은 줄이기 어렵고, 그래서 기후변화협약에서 화석연료 퇴출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석유 에너지 퇴출에 따라 풍선효과처럼 플라스틱 원료로 몰려들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대응도 요구된다”고 짚었다.

특히 “생분해성 플라스틱도 대안이 될 수 없는데, 분해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바이오매스 플라스틱 역시 양이 많아질수록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미세플라스틱 문제해결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홍 소장은 플라스틱 국제협약에 대한 국가별 입장을 소비국, 중간입장국, 후발생산국을 ‘강, 중, 약 규제 그룹’으로 바꿔 설명했다. 플라스틱을 두고, ▲규제대상 플라스틱 ▲제품순환성 ▲미세플라스틱 ▲플라스틱 제품의 감량, 재사용, 리필, 수리 ▲대안재, 대체재 ▲EPR ▲플라스틱 배출 및 방출 ▲폐기물 관리 ▲투명성, 추적, 모니터링, 표지 ▲재원조달 ▲기술 이전 및 역량 강화 등에서 그룹별 입장 차이를 설명했다.

예를 들어 EPR(생산자책임재활용 제도:사용 후 발생되는 폐기물의 회수 및 재활용까지 생산자의 책임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것)를 두고, 소비국(강한 규제그룹)은 국가별 EPR 도입을 의무화를 주장하지만 중간그룹은 권고에 그치고, 후발생산국(약한규제그룹)은 국가별 자율관리에 맡기자는 입장 차를 보일 수 있다.

특히 한국은 국제플라스틱 협약 우호국 연합(HAC)에 속해 있지만, 신규 플라스틱 감축에 소극적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홍 소장은 “그동안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던 우리나라가 (협약을 코앞에 앞두고) 최근에야 입장을 밝혔다. 부처 장관의 입에서 처음으로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지지한다는 언급은 의미가 있다”면서 “그렇지만 이것이 말로 끝날지, 구체적인 조치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홍 소장은 플라스틱 국제협약 추진의 어려움으로 “플라스틱 유해성에 대해 과학자들이 합의가 명확하지 않아 산유국을 중심으로 반발이 나오고 있다”며 “플라스틱 대안의 경제적, 기술적, 환경적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점도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플라스틱 국제협약은 법적 구속력 있는 강한 협약 도출을 위해 협의기간이 연장되거나, 산유국 등 요구가 반영된 약한 협약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전은정 교수도 기조강연를 통해 “플라스틱은 유엔이 지목한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손실, 환경오염 등 전지구적인 문제를 모두 유발하는 소재”라며 “우리나라의 1인당 플라스틱 쓰레기가 세계 3위 수준이고, 생산규모는 세계 4위, 우리나라 제조업 5위가 플라스틱 산업이다. 우리 산업에 플라스틱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플라스틱 협약에서 우리나라는 국내 산업계의 이해관계와 환경 문제 해결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있다”며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캠페인, 재활용 시스템 개선, 친환경 소재 개발, 국제 협력 강화, 플라스틱 산업의 전환, 시민참여 확대, 국제협상 주도 등을 통해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진행된 토론 순서에선 정현수 대구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가 좌장을 맡고, 김홍태 대구광역시 재활용팀장, 전희택 제로웨이스트 예스 대표, 김성임 (사)소비자기후행동 대구경북 대표, 안홍태 탄소중립섬유소재산업협의회 이사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 15일 오후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주최로 ‘국제플라스틱협약의 주요 쟁점 및 과제’를 주제로 진행됐다.

한편, 국제플라스틱 협약 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는 이달 25일부터 내달 1일까지 부산에서 개최된다. INC-5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정부간협상위원회는 유엔 산하 환경부문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유엔환경총회(UNEA) 결의에 따라 해양 플라스틱을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 성안을 위해 조직된 정부 간 협상 기구다. 2022년 우루과이에서 1차 회의를 시작으로 지난해 5월과 11월, 올해 4월 각각 프랑스 파리와 케냐 나이로비, 캐나다 오타와에서 2~4차 회의가 열렸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