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밤 8시, 어김없이 성주군청 앞마당에서는 사드 배치 철회 촛불집회가 열렸다. 한 여름밤, 촛불 집회에선 1,500여 명이 다 함께 한여름 더위를 쫓아내는 한 가지 ‘괴담’을 ‘유포’했다.
“촛불(집회) 안 나오면, 사드 온다~”(처녀귀신 톤으로)
보름째 이어지는 성주 촛불집회는 길어지는 시간이 무색할 만큼 여전한 열기로 주민 발길이 이어졌다. 부모와 함께 집회장을 찾은 아이들은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집회장 이곳저곳을 뛰어놀았다.
집회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묵념과 농민가 제창 이후 백철현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의 상황보고 순으로 이어졌다. 백철현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성주 유림단체 상경 기자회견 복장 그대로 집회에 참석해 서울 방문 결과를 설명했다.
백 위원장은 “성주는 유림의 고장이다. 유림 정신의 중심지인 성주 유림 어르신들이 청와대도 울리고, 온 국민을 울릴 수 있도록 필요하다면 언제든 어르신들께서 같이 움직여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또, “국회의장을 만나러 국회를 방문했는데, 지금 복장대로 사드배치 절대 반대 머리띠와 어깨띠를 하고 들어갔다. 국회에선 이런 어깨띠, 머리띠 같은 집회 문구는 들어갈 수 없다고 해서 국회 현관 로비에서 120여 분이 그 자세 그대로 투쟁했다”며 “그래도 국회의장에게 호소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해서 10분만 국회의장실로 들어가도록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날 성주 유림단체 대표단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334회 국회 임시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어 만나지 못했다. 대신 김교홍 국회의장 비서실장을 만나 사드배치 철회 청원문을 전달했다.
백 위원장은 지난 26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제안한 ‘성주안전협의체(가칭)’에 대한 투쟁위 공식 입장도 전달했다. 백 위원장은 “투쟁위는 두 번 다시 국방부와 정부에 속지 않을 것”이라며 “협의체는 ‘성주에 배치해도 안전하다. 같이 잘 해보자’ 이런 뜻이다. 이렇게 살짝 넘어가서 속이려고 한다”고 거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어서 성주 주민 배은하 씨가 자유발언에 나섰다. 배 씨는 이날 성주 유림단체의 상경 기자회견 내용이 왜곡돼 전달되는 것을 우려했다. 배 씨는 “혹시나 어르신들이 한반도 사드가 아니라 성주 사드 반대라고 왜곡 돼서 발표될 거 같다는 우려의 말씀도 있지만, 그분들은 저희 후손들을 위해서 나름의 방식으로 하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수인 투쟁위 기획실무팀장도 발언에 나서 성주 군민이 열린 마음으로 다른 도시 사람들, 그동안 정서적으로 쉽게 어울리지 못했던 사람들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팀장은 “어제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을 우리 가슴에서 장사 지냈죠. 속이 후련하세요? 이제 그분들은 우리 가슴속에서 죽었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생각을 바꿔야 하는데, 아직 그들을 온전히 버리지 못한 것 같다”며 “며칠 전 대구 집회에 가서 성주 이야기를 했다. 그때 민주노총 위원장이 발언할 때 같이 갔던 성주 분들이 일어나서 나오셨다. 우리를 도와주러 왔는데 우리 정서에 맞지 않다고 돌아갔다. 누구나 다 받아들이자. 다 열자”고 강조했다.
끝으로 매번 촛불집회 마지막 발언자로 나서는 배윤호(가천면) 씨는 이날도 하루 동안 언론 동향을 설명했다. 배 씨는 “오늘은 어제 장례식 퍼포먼스도 있고, 오늘 유림단체 기자회견도 있고 해서 많은 보도가 있었고, 생각보다 우리 의견이 많이 반영돼 나갔다”고 말했다.
배 씨는 언론브리핑을 마치며 “10만인 백악관 청원을 운동으로 확산시켜야 하는데, 다음과 네이버 검색할 때 백악관, 사드, 청원으로 검색해서 검색 순위를 올려 호기심을 끌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집회는 밤 10시께, 마무리 노래처럼 정해진 ‘헌법 제1조’를 함께 부르며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