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죄인’ 목에 건 영남대 박정희 동상···민주동문회, “철거해야”

계란, 밀가루 던지고 검은 천 가리는 등 반대 퍼포먼스도
학교 관계자 신고로 경찰 출동도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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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민주동문회는 최근 영남대 교내에 설치된 박정희 동상 철거를 요구하며 활동에 나섰다. 이들은 박정희 동상에 ‘역사의 죄인. 다카키 마사오. 죄수번호 : 1017’이라는 팻말을 걸었다. 계란과 밀가루를 던지고 검은천으로 가리는 등 반대 의사를 표했다.

▲ 최근 영남대 학내에 설치된 박정희 동상에 반발해 ‘영남대학교 민주동문회’는 철거를 요청하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박정희 동상에 계란과 밀가루를 던지고, 검은 천으로 가리기도 했다.

10일 오후 영남대학교 민주동문회는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 천마아너스파크에 설치된 박정희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상 설치를 규탄했다. 기자회견에는 영남대학교 민주동문회 관계자 4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친일반민족행위자, 독재자, 학살자, 강탈자 박정희 동상 설치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영남대는 박정희 동상 설치 과정과 내용을 전면 공개하고, 영남학원 사유화 진행하는 최외출 총장을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23일 영남대는 박정희 동상 제막식을 열었다. 박정희 동상은 가로·세로 2m, 높이 0.3m의 화강석 좌대 위에 높이 2.5m, 가로·세로 0.8m의 청동 재질로 제작됐다. 동상 아래에는 영남대학교 설립자 박정희 선생이라고 적혀있고, 동상 왼쪽에는 ‘국민교육헌장’ 전문이, 오른쪽에는 박 전 대통령 약력이 소개돼 있다.

이형근 영남대학교 민주동문회장은 “최외출 총장의 영남대 사유화의 과정에서 박정희 동상이 세워졌다. 설립 과정도 석연치 않다”며 “정관을 바꿔 박정희를 교주에서 설립자로 바꾸기도 했다. 교육자로서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것 같다. 어느 교육기관에서 학교에 친일 반민족 행위자 박정희 동상을 세울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권오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영남대분회장도 “영남대는 구 대구대와 청구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역사를 볼 때 그 누구의 사유물이 되어서 안 된다. 정치권력에 기대서도 안 되고, 오로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설립 취지대로 운영되어야 한다”면서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 없이 세워진 동상은 즉각 철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10일 오후 영남대학교 민주동문회는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 천마아너스파크에 설치된 박정희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상 설치를 규탄했다.

임성종 박정희동상반대 범시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11월에는 경북도청에, 12월에는 동대구역 광장에 만들어지는 것까지 올해 모두 4개의 박정희 동상이 만들어졌거나 세워진다. 대구와 경북이 박정희 도시로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아이들은 초·중·고등학교때 박정희를 민주주의를 파괴한 독재자로 배우는데, 대학에 들어와서 박정희 동상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겠냐”며 “왜곡된 역사 인식을 줄 수 있는 박정희 동상은 반드시 철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남대 관계자 신고로 기자회견 도중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영남대 관계자와 경찰은 기자회견 취지와 주최측이 누군지 확인했고, 기자회견이 끝날 때까지 인근에서 대기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