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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더위에 이은 급격한 기온 변화로 단풍이 예년보다 늦어지고 색도 연해졌지만, 경북 청도 적천사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면서 단풍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은 평일이었지만, 주차장 두 곳 중 한 곳이 가득 찼고 단풍객들은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연신 스마트폰을 눌렀다. 천왕문 안에서 바깥의 은행나무를 찍는 사람들은 줄을 지어 순서를 기다리기도 했다.
이지현 적천사 사무장은 “더위와 가뭄으로 단풍 들기 전에 떨어진 잎이 있고, 며칠 전 바람도 심하게 불었다. 밟히는 열매도 있어 치울 수밖에 없었는데, 은행 보러 오신 분들은 많이 아쉬워 하신다. 이번 주말부터 며칠이면 꽤 많이 떨어질 듯하다”고 말했다.
적천사는 청도 화악산에 자리한 신라 천년고찰로 대웅전에서 이어지는 천왕문 앞에 심긴 은행나무 두 그루가 유명하다. 수령 800년 암나무와 수령 500년의 수나무인데, 천연기념물인 암나무는 고려의 보조국사 지눌이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심은 것이라고 전한다.
동화사의 말사인 적천사는 서기 664년(문무왕 4년) 원효대사가 수도하기 위해 지은 토굴이 기원이다. 828년(흥덕왕 3년) 심지왕사가 중창, 고려시대에 와서는 보조국사 지눌이 1175년(명종 5년) 크게 중창했다. 천연기념물인 은행나무 말고도 조선 괘불탱화(1695년)와 그 지주를 합쳐 보물 ‘적천사괘불탱및지주’로 지정돼 있다.
달성의 도동서원 앞 수령 400년 은행나무 단풍이 그리는 황금빛 풍경도 절경이다. 높이 25m, 둘레 약 8.8m의 이 은행나무는 초록빛이 남은 풍성한 잎을 지키고 있어 다음 주까지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도동서원은 조선 전기 성리학자 한훤당 김굉필 선생을 배향한 서원으로, ‘도동(道東)’은 ‘성리학의 도가 동쪽으로 왔다’라는 뜻이다.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서도 비켜난 47개 서원 가운데 하나로 우리나라 5대 서원에 든다. 2019년에 ‘한국의 서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정용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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