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행정통합 주민 설명회, 신중한 경북···대구와 온도 차

김호진 경북도 기조실장, "찬성 기류 부족하면 주민투표도 열어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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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행정통합 경북 지역 주민설명회가 포항에서 처음 열렸다. 경북 지역 설명회는 대구 지역 설명회와 다소 온도 차가 보였다. 경북도는 통합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주민 의사에 따라 주민투표 가능성도 열어두는 등 보다 신중하게 말을 꺼냈고, 참석한 주민들도 대부분 우려와 반대 위주로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다만 경북도를 포함해, 참가자 질문에 답변한 전문가들은 우려나 과제보다는 행정통합의 효과와 필요성을 강조하며 반대 의견을 설득하는 데에 중점을 뒀다.

7일 오전 10시, 포항청소년수련관에서 대구경북행정통합 동부권 설명회가 열렸다. 설명회는 김호진 경상북도 기획조정실장의 행정통합 주요 내용 발표,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의 행정통합 과제 발표, 박승주 세종로국정포럼 이사장 주재 전문가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대구경북행정통합 동부권 설명회에서 김호진 경북도 기조실장이 질문을 받고 있다.

김 실장은 행정통합 취지, 4자 공동 합의문 내용과 쟁점 소개, 성사를 위한 과제 순으로 발표했다.

김 실장은 합의 내용과 관련해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흡수하는 방식이 아니”라며 “특별시에는 시·군이 없다. (4자 공동합의문의)특별시란 특별시 기능과 위상에 준한다는 뜻이다. 시·군 권한 축소가 없다는 걸 명확히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사 활용이나 관할 범위는 미리 정할 수 없다. 시·도민 의견과 통합이 된다면 그 체제에서 시·도민의 동의를 받아 정해야 할 사항”이라며 “현행 청사를 그대로 활용하고, 통합 이후에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안동 청사가 본청이 될 수도, 대구 청사가 본청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주민의견수렴 방식 문제와 관련해 김 실장은 “주민투표를 하게 되면 시간과 비용이 드는 문제가 있다. 시·도민의 뜻이 통합으로 대략적으로 모인다면, 누가 봐도 시·도민의 뜻이 모아졌다고 판단되면 주민투표 절차를 의무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다만 통합 반대의 뜻이 더 강하거나, 찬성이 전체적 기류로 형성되지 못하면 주민투표를 거쳐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끝으로 김 실장은 “경북도의 특별법안을 정부에 제안했다. 우리가 요구해도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특례가 인정되지 않으면, 통합 이유가 없어진다”며 “재정과 특례가 오지 않는 통합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경상북도의 기본적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이 언급한 특례란, 경북도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대구경북행정통합 특별법안을 통해 요구한 권한이양, 규제 개선, 지역 특화산업 육성 등 총 249개 특례를 말한다.

하혜수 교수는 대구경북행정통합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구 감소, 수도권 집중화, 도시 간 격차 강화 등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규모의 경제 효과를 얻을 수 있고, 다국적 기업 유치 등에 유리하다는 내용이다. 하 교수는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정부가) 대도시 특례를 주려고 한다. 4년 전에는 대구·경북 인구는 500만 명이었다. 지금은 492만 명으로 줄었다. 위상이 줄어들면 정부도 부정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행정통합 동부권 설명회가 7일 오전 10시 포항청소년수련관에서 열렸다.

경북, 주민투표도 열어둔다는 입장
토론자들, 행정통합 당위성 설득 치중

이어진 토론에서 토론 좌장을 맡은 박승주 세종로국정포럼 이사장을 포함한 토론자들은 행정통합과 관련해 긍정적인 취지로 설명하며 청중 설득에 치중했다. 전문가 상호 토론이 아닌, 청중 질문에 적합한 토론자가 답변을 내는 방식으로 토론은 이어졌다.

토론자로는 앞선 발표자 2명 외에도 홍근석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 김영철 계명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금창호 한국정책분석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동균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정군우 경북연구원 연구위원, 임규채 경북연구원 사업지원본부장, 나중규 경북연구원 연구본부장이 나섰다.

청중은 대체로 행정통합에 대한 우려와 반대 의견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포항시의원들은 한결 같이 반대 목소리를 냈다. 김은주 포항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행정통합의 장점이 보이지 않고, 위상만 올라간다고 해서 통합의 당위성을 얻는다고 보기 어렵다. 시·군 의견도 잘 들어야 한다. 22개 시·군의 명운이 걸린 일을 대구시와 경북도가 이렇게 추진하는 건 민주적 절차도 훼손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정 포항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동일하지는 않지만 창원이 통합할 때도 장밋빛 전망이 나왔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제주도에서도 자치시가 부활하려는 움직임도 있는데 이러한 사정을 보면서도 통합할 이유가 있나. 지금이라도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시민은 “도와 광역시의 통합은 전례가 없다고 하는데, 그럴수록 더 주민투표를 해야 하지 않나. 지방소멸 문제는 경북만의 문제는 아니다. 교육과 일자리가 핵심인데, 이 문제에 대한 진단과 대책에 대한 내용은 정작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설명회에는 포항 시민들 200여 명이 참석했다. 안동 지역 주민 중에서도 행정통합 반대 취지의 팻말을 들고 참석하기도 했다. 설명회 이후 경상북도는 경산, 안동, 구미에서 권역별 설명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