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에 쏠리는 전국 폐기물···주민들, ‘조례 제정’으로 해법 모색

'경북지역 산업폐기물 실태 증언대회 및 조례 제정·개정 토론회' 개최
경주·고령·영주 등 피해지역 주민들 한자리에
환경정책위원회 설치·주민감시권 보장 등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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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상당수 폐기물이 경북 지역에 몰려들면서 지역주민들을 중심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피해지역 주민들은 한자리에 모여 피해 상황과 대응 현황을 공유하면서 제도적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주민들은 주민들의 알 권리를 확보하고, 폐기물 시설 입지 제한 권한을 행사하기 위한 조례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6일 오후 ‘경북지역 산업폐기물 실태 증언대회 및 조례 제정·개정 토론회’가 대구 수성구 광덕빌딩 ‘생명평화 나눔의집’에서 열렸다. 토론회는 산업·의료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한 경북지역 공동대책위원회, 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세상과 함께 후원으로 이뤄졌다.

1부는 경북지역 피해 실태 증언으로 ▲경주 지역 산업폐기물 매집장 추진현장(이강희 경주시의원) ▲산업폐기물 대응 활동과 고령군 조례 개정 사례(곽상수 난개발과 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한 고령군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 ▲김천 폐플라스틱(SRF) 소각장 현황(최현정 김천SRF소각시설 범시민연대 집행위원장) ▲영주 납폐기물제련공장 관련 납공장 허가에서 드러난 문제(황선종 반대 대책위원회 간사) ▲포항시 남구 오천읍의 환경 문제(고일래 C624천의 환경을 생각하는 모임 위원장)이 차례로 나섰다.

먼저 이강희 경주시의원은 “산업단지와 함께 폐기물처리장이 같이 들어오고 있다.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경주는 산업폐기물 매립장 매립량이 전국 최고 수준”이라면서 “현재도 두 곳이 추진 중인데, 사측은 주민들을 찬반으로 갈라 갈등을 조장하면서 지역이 황폐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 이강희 경주시의원은 “현재 경주는 산업폐기물 매립장 매립량이 기초지자체 단위로 보면 전국 최고 수준”이라며 우려를 밝혔다.

이 의원은 경주시 안강읍 두류리에 한 민간사업자가 추진 중인 신규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언급하면서, “행정 소송에서 기각됐으나 경북행정심판위원회를 통해 조건부 적합 통보를 받았다. 행정심판위원 명단 도 비공개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논의도 공정하고 심도 있게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고령군에선 현재 ▲다산면 : 아림환경 의료폐기물 소각장 반대 주민대책위, 월성일반산업단지 산업폐기물매립장 설립반대 노곡리·월성리 공동대책위원회 ▲개진면 : 개포 지정폐기물 매립장 반대투쟁위원회 ▲쌍림면 : 한마음산업 산업폐기물 소각장 반대대책위 ▲운수면·대가야읍·덕곡면·쌍림면 : 안전한 수돗물과 계정리 공원묘지반대 고령군대책위원회 등이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산업단지 주변 월성리, 노곡리 등은 70% 이상이 자연녹지, 농림지역이다. 매립장 500m 거리에는 한국수자원공사 노천 수돗물 정수시설이 있다. 1.7km 거리에는 수돗물 공급 광역취수장도 있다”면서 “침출수 누수가 될 경우 주민들 건강과 낙동강 생태계 피해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구 성서산업단지와 인접한 경계지에 각종 ‘오염단지’가 들어서 있다”며 “현재 월성산업단지 지정폐기물 반대 의견을 모으고 있다. 1,000여 명의 주민 서명을 받았고 향후 집회와 시위, 각 기관에 민원 제기를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곽상수 난개발과 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한 고령군 공동대책위원장은 “지난해 의회에 환경정책조례 제정을 요구하고, 올해 4월 의회에 의원 입법 형태로 올라왔다. 그때 우리가 의견서도 제출했다. 지난 9월 19일 관련 조례가 제정됐다”고도 했다.

곽 위원장은 “시설 추진 과정에 (주민들이 찬반으로 나눠지면서) 지역공동체가 무너진다”며 “주민들은 업체가 들어와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정책위원회 사전심의 단계에서 주민이 위원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황선종 영주납폐기물 제련공장 반대 대책위원회 간사는 현재 진행 중인 소송 상황을 전하면서 대책위의 반대 활동도 언급했다. [관련기사=영주 납 제련 공장 설립 항소심도 팽팽···환경오염 우려 축소 의혹도(‘24.08.31)]

황 간사는 “이 과정이 쉽지는 않았고, 어렵게 싸우기도 했다. 그렇지만 하승수 변호사님이 기꺼이 도와 주셨고, 주민들이 움직였기 때문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상황이 반전될 수 있었다”고 했다.

2부에선 난개발과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광역·기초지자체 조례 제정·개정 방안에 대해 김형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정책팀장이 발제를 진행했다.

김형수 정책팀장은 “영리 업체들이 운영하는 산업폐기물 처리 시설에 대해 주민들의 감시권이 보장되지 않고, 사유지라는 이유로 접근조차 불가능하다. 주변 지역주민들을 지원하는 법적 장치도 없다”면서 “이익은 업체가 가져가고, 피해는 주민들이 입고, 대책 마련은 국민세금으로 하는 정의롭지 못한 상황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본에 따르면 경북에 상당수 폐기물 시설이 있고, 그러면서 많은 양의 폐기물 매립이 이뤄지고 있다. 경북에 전국 의료폐기물소각장 14개 중 3개가 있고, 전국 의료폐기물 소각량 24만 7,503.5톤 중에서 25.24%(6만 2,478.4톤)이 처리되고 있다. 또 전국 산업폐기물 가운데 유해성이 높은 지정폐기물 매립장 24개 가운데 7개가 있어, 전국 매립량 중 29.95%(26만 5,906.6m3)가 매립된다. 사업장배출시설계 폐기물 매립장도 34개 중 10개로, 전국 매립량 39.08%(83만 5,603.2m3)가 묻히고 있다.

▲ 난개발과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광역·기초지자체 조례 제정·개정 방안에 대해 김형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정책팀장이 발제를 진행했다.

김 팀장은 조례를 통해 입지 규제와 함께 엄격한 인허가 심사, 주민들에 대한 의무적 정보 제공 등을 기대했다. 특히 “지역 차원의 자구 노력이 이뤄질 수 있고, 난개발과 환경오염을 막는 효과도 일정 부분 있다. 산업폐기물 시설이 몰려드는 경북, 충북, 충남은 환경영향평가 조례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조례 확산으로 국가 차원의 법률과 정책을 바꾸는 힘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김 팀장은 구체적인 조례 제정 방향으로 크게 사전 예방 조례와 사후적인 감시, 피해조사·피해조사·회복지원 조례 2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올해 9월 기준으로 사회적 갈등 발생이 예상되는 시설에 대해 주민들에게 정보 제공을 하도록 한 조례가 전국 32개 기초지자체에 있다. 경북에선 김천시와 문경시 2곳에 있다”며 “조례는 구체적 대상 시설과 범위, 사전고지 내용, 방법, 업무부서 지정, 의견제출 방법 등을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변경 인허가 신청 시에도 사전고지를 하도록 한다거나, 사각지대가 없도록 최대한 사전고지대상을 폭넓게 지정해야 한다. 또 고지방법도 홈페이지나 읍면동 사무소 게시가 아닌 문자와 같이 접근성이 높은 방식을 택한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환경 정책에 대한 심의와 자문을 위한 환경정책위원회 설치 조례가 내실화 있게 운영될 필요도 짚었다. 그는 “경북 지역에서도 상당수 환경정책위원회 조례가 있긴 하지만 전북 익산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반적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다”며 “익산시는 지역에 환경오염과 갈등을 일으키는 시설을 구체적으로 정해 심의와 자문을 할 수 있도록 조례를 통해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