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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대구광역시환경교육센터(대구환경교육센터, 센터장 정철)는 녹색전환연구소와 <한겨레21>가 진행한 ‘1.5도 라이프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참고해 지역 참가자를 모았다. 녹색전환연구소에서 개발한 탄소배출 계산기를 참고해 참가자들은 한 달 간 매일 탄소일기를 작성해 일상의 탄소배출량을 확인했다. <뉴스민>은 참가자들의 탄소배출 현황을 살펴보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탄소저감정책을 함께 고민해봤다.
[대구 1.5도 라이프] ① 곰탕을 먹었을 뿐인데···탄소배출량이 폭증했다
[대구 1.5도 라이프] ② ‘이동’엔 탄소배출이 그림자처럼 쫓아온다
[대구 1.5도 라이프] ③ 죄다 고기 파는 식당인데···선택지가 없다
[대구 1.5도 라이프] ④ 출퇴근길이 멀어질수록 탄소는 뒷좌석에 몰래 탄다
[대구 1.5도 라이프] ⑤ 옷장을 열었더니 탄소가 쏟아져 나왔다
“사는 것 자체가 탄소배출이구나. 생각보다 환경친화적인 삶을 살지 못했구나.”
김경희(50) 씨가 내놓은 ‘1.5도 라이프 한 달 살기’ 프로젝트 소감이다. 김 씨가 지난 3주간 하루 평균 배출한 탄소는 1만 1,747g(연간 4t)이다. 보통의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저탄소’ 삶을 살아왔다. 우리나라 1인당 탄소배출량은 연평균 14.1t(2022년 기준)이고, ‘1.5도 라이프’ 프로젝트 목표인 일 평균 1만 6,164g(연간 5.9t)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김 씨는 탄소저감이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경희 씨를 포함한 대구 시민 63명은 지난달 30일부터 ‘1.5도 라이프 한 달 살기’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이들은 한 달 동안 매일 먹거리에서부터 여가, 서비스, 상품, 교통, 주거 분야를 나눠 탄소배출을 기록했다. 참가자들은 개인의 실천을 넘어 모두의 일상에서 저탄소 배출이 되기 위한 사회 제도적 노력이 뒤따라야 함을 절감했다. 육식 중심의 외식 먹거리부터 자가용 중심의 교통체계 등 개인의 의지 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했다고 강조했다.
“학교 환경교육, 마트 가격표에 탄소배출량·제품 수명 표기 필요”
“온라인 구매 포장재 걱정했는데···오프라인 소비 탄소배출이 더 커 허탈”
“도시에 재생에너지 활용하는 시설 많아졌으면”
이번 도전을 통해 김경희 씨는 “생활 속의 여러 탄소배출량을 보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탄소배출량을 인식하게 됐다”며 “지난 4월에 독일 여행을 다녀왔는데, 생각 없이 다녀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많은 사람들이 일상 속 탄소배출에 대해 더 인식하길 바란다고도 했다. 그는 “일단 아는 게 중요하다. 알고 나니 마음이 불편해졌고, 방법을 생각하고 줄이려고 노력하다 보니 몸이 고달프다. 그렇지만 나라도 줄여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고, 주변에도 알리게 됐다”며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환경교육을 통해 ‘1.5도 라이프’에 도전하고, 마트에선 가격표 옆에 탄소배출량을 표시하고, 제품의 최대 수명 표기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난 3주간 하루 평균 5,892g(연간 2t)의 탄소를 배출한 전나경(28) 씨도 “무엇보다 인간은 탄소배출 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며 “최선을 다해 저탄소의 삶을 살고 있지만 직장이 달라진다거나 하면 의지와 달리 탄소배출량도 늘어나지 않을까. 줄이는 것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 씨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은 어렵고 복잡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온라인 구매에서 쓰레기 발생 때문에 포장재 양을 고려했는데, 막상 이동이 많은 오프라인 구매에 탄소배출이 더 많아 놀라웠다. 그동안 쓰레기나 일회용품 등을 중요하게 여겼는데, 막상 탄소배출량이 크지 않아 허탈했다”고 했다.
탄소일기에 따르면 온라인 배송은 440g의 탄소가 배출되고, 빠른 배송은 700g으로 늘어난다. 오프라인 매장이라면 1,340g으로 더 증가한다. 테이크아웃 음료잔 이용은 52g, 음식 배달 일회용기는 240g 등이다.
지난 3주간 하루 평균 8,112g(연간 3t)의 탄소를 배출한 진미림(52) 씨도 평소 친환경적인 삶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를 위한 사회적 뒷받침이 뒤따라야 한다고 느꼈다. 진 씨는 “육류 소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성장기 아이들이 있다 보니 육류 소비가 많았는데, 쇠고기 대신 두부, 닭고기, 돼지고기 정도로 변화를 주려고 했다”며 “평소에는 대중교통이나 도보로 이동을 많이 하지만, 주말에 여행이나 마트 갈 때 자가용을 이용했다. 평소라면 자차로 이동했을텐데 기차를 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진 씨는 “빨대 하나 아끼는 것 보다 대중교통 이용이 탄소배출 저감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탄소일기를 쓰면서 탄소배출에 더 경각심을 가지게 됐다”며 “‘1.5도 라이프’를 위한 다양한 선택지를 정부와 지자체에서 제시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주간 하루 평균 1만 2,324g(연간 4t)의 탄소를 배출한 곽성미(45) 씨는 탄소일기에 기록하지 못한 탄소배출량도 떠올렸다. 곽 씨는 “미용실이나 병원도 다녀왔는데 막상 입력하는 란이 없더라. 미용실에서 머리를 할 때 상당한 전기와 물을 썼을테고, 진료를 받을 때도 약을 사거나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될 것 같다”며 “도시에서 태양광 에너지 같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전기를 만드는 시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곽 씨는 “더 많은 분이 체험을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막연하게 절약한다가 아니라 수치를 통해 느낄 수 있어서 생활 전반에 행동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며 “좋아하는 라떼를 참고 아메리카노를 주문할 만큼”이라고 덧붙였다.
녹색전환연구소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1.5도 라이프’ 탄소일기의 주요 탄소배출량을 국내 상황에 맞게 목록을 만들었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생활 주요 부분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많은 시민이 체감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적 노력을 촉구하기 위해 탄소일기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했다.
고이지선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텀블러나 손수건 사용 같은 실천은 많이 알려졌다. 손쉽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많이 배출되는 데에서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며 “탄소저감을 위한 실천을 더 확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다양하게 배치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일상 생활 모든 분야에서 탄소가 배출되지만 주요 항목에 대한 자료가 국내에 거의 없었다. 한국인의 생활을 기준으로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배출되는지 자료를 축적할 필요도 있었다”며 “물품 하나에 탄소배출이 얼마나 되는지 이런 구체적 자료도 거의 전무한 상황으로, 기업에서 관련 정보 제공이 의무화 되어 있지 않다. 향후 관련 정보 제공 등이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고이지선 선임연구원은 사회적 책임도 강조했다. 그는 “참가자 혼자서는 탄소저감이 쉽지 않다고 느끼는 게 바로 이 프로젝트의 의도”라며 “사회적으로 지원책이 따라오지 않으면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은 힘들 수밖에 없다. 특히 집밥 보다 외식이 3배 정도 더 탄소배출이 이뤄진다거나, 교통 부분에서도 탄소배출이 많은데 이는 결국 개인이 혼자 바꾸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1.5도 라이프 프로젝트를 실천하신 분 가운데 가장 적게 배출하신 분이 1.7톤(연간)이었거든요. 근데 그분은 그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으신 분이에요. 20년 동안 비건을 했고, 단독주택에 사는데 옥상에 태양광 설비가 있어요. 전기차를 쓰는데 태양광을 활용해 발생한 전기로 충전하거든요. 이 시스템이 만들어진 사람은 저탄소 삶이 가능하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아요. 그냥 결심만으로는 힘들다는 거죠. 그래서 이러한 시스템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만들 건가, 이런 게 더 필요하다는 얘기를 드리고 싶어요. ‘1.5도 라이프’를 통해 개인의 실천과 사회적 제도가 함께 맞물려서 더 많은 고민들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고이지선 선임연구원)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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