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미조직 노동자 70% 노조 가입 의사

11:11
Voiced by Amazon Polly

민주노총이 전국 노동자 밀집지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구의 노동조합 미가입 노동자 중 약 70%가 노조 가입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노동조건 관련 물음에 대한 대구 노동자의 응답을 보면 대부분 전국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는데, 유일하게 노동조합 가입 의사만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이를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노총은 8월 26일부터 한 달간 전국 각 지역 노동자 밀집지역에서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현수막과 선전물의 QR코드를 접속해 작성하는 방식으로, 전국에서 8,209명이 참여했고 대구에선 347명이 응답했다.

대구 응답자 347명의 고용 형태는 정규직 61.1%, 비정규직 26.2%, 특고·프리랜서 9.5%, 사업주·자영업자 1.7%, 무직 0.9%, 기타 0.6%이다. 근무지로 구분하면 산업단지 근무가 85명(24.5%), 비산업단지 근무가 262명(75.5%)이며, 노동조합 가입 여부로는 미가입이 291명(83.9%), 민주노총 가입 36명(10.4%), 한국노총 가입 12명(3.5%), 상급단체 없는 노동조합 가입이 8명(2.3%)이다.

지난달 22일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은 이런 내용이 담긴 워킹페이퍼 ‘2024 전국 노동환경 실태조사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심각한 수준의 저임금 문제, 포괄임금제 남용, 산업단지 장시간 노동, 제한적인 연차 휴가 사용과 저조한 휴게시설 설치를 확인했다”며 “직장 불만사항 1위는 저임금, 2위는 복리후생 취약, 3위는 미래 불투명이었으며 노사협의회 및 근로자 대표의 존재 비율이 낮고 기능도 미흡하다. 저임금 노동자와 작은 사업장 노동자는 더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있다”고 분석했다.

▲노동조합에 미가입했다고 응답한 291명 중 향후 노조에 가입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68.7%에 달했다. (표=민주노총 대구본부)

4일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대구지역 응답만 별도로 뽑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대구는 노동조합 효용성은 전국 평균보다 낮지만 노동조합 가입 의사는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대구 미조직 노동자 중 49.5%(전국 61.5%)가 노동조합이 부당한 대우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걸로 나타났으며, 68.7%(전국 65.1%)는 노동조합에 가입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이를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같은 설문에서 대구는 포괄임금제 적용 비율, 임금체불 경험, 연차·휴일사용, 근로자 대표제도 운영 등 노동조건 관련 항목에 대부분 전국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응답 노동자 중 포괄임금제를 적용받는 대구지역 노동자는 49.7%로, 전국 평균인 44.2%보다 높다. 출퇴근을 매일 기록할 수 있는 사업장 중에도 절반이 넘는 곳에서 포괄임금제를 운영하는 등 불법적인 임금 지급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구 산업단지 근무 노동자(85명) 중 22.4%는 최근 1년 동안 임금체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전국 응답자 평균 14.8%보다 8%p 높다.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산업단지는 조성단계부터 입주와 분양, 관리와 운영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관계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관리하는 지역에서 노동법 위반율이 오히려 높다는 것은 정부의 노동관계법 이행의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봤다.

연차, 휴일 사용 항목에서도 대구는 전국 평균 대비 낮은 결과가 나왔다. 지난 한 해 연차휴가의 30% 이하만 사용한 대구 노동자는 44.2%(전국 35.2%)로, 이중 4.47%는 미사용 연차휴가 수당이 지급되지 않았다. 공휴일과 대체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받는 대구 노동자 비율도 57.3%로, 전국 평균 65.4%보다 낮았다.

대구 노동자 중 회사에 근로자 대표가 있다고 답한 응답은 29.1%(전국 31%)에 불과하고, 이중 24.1%는 회사가 근로자대표를 지정한다고 답해 근로자 대표제도가 위법하게 운영되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노사협의회 설치율도 24.1%(전국 26.9%)에 그쳤다.

임선영 민주노총 대구본부 조직국장은 “노동조건 항목이 대부분 전국 평균보다 낮게 나올거라곤 예상했다”며 “노동조합이 부당한 대우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인식은 전국 평균보다 떨어지고, 노동조합 가입 의사는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온 것은 내부적으로도 유의미한 결과라 보고 있다. 그럼에도 노동조합을 기댈 곳이라 생각하는 심리가 아닐까”라고 분석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