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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농성 300일, 해고 640일. 공장에 불이 난 후 공장 철수에 나선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 노동자 7명이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 1월, 사측의 공장 철거를 막고자 불탄 공장 옥상에 올라간 해고노동자 박정혜(39), 소현숙(42) 씨. 눈 내리는 날 올라가 폭염, 폭우를 견디고 다시 겨울의 들머리에 서기까지, 고공농성 일수가 더해가는 동안 이들은 땅으로 내려가고 싶다고 수없이 생각했다.
고공농성을 바라보는 이들도 안타까운 심정은 마찬가지다. 하루빨리, 해를 넘기지 않고 안전한 지상으로 내려오길 바라면서도, 해고자들이 먼저 고용승계를 쟁취하는 것 또한 염원하기 때문이다. 2일 고공농성 300일을 맞아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공농성장 아래 전국 27개 지역에서 노동자·시민 1,00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농성장 아래 모여, 두 해고노동자가 승리해 땅을 딛을 마지막 순간까지 연대하겠다며 기운을 전했다.
오후 2시 40분, 고공농성 300일 옵티칼로 가는 연대버스 문화제가 열렸다. 연대버스 문화제는 톨게이트 고공농성 도명화(톨게이트지부), 철탑 고공농성 문기주(쌍용자동차 비정규직), 크레인 고공농성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한진중공업) 등 고공농성을 했던 노동자 등 58명의 제안으로 마련됐다.
연대버스 참가자들은 고공농성 중인 해고자들이 내려다볼 수 있도록 한국옵티칼 고객 안내실 벽면에 종이 스티커를 붙여 ‘박정혜, 소현숙 힘내라’라고 썼다. 그리고 집회 중에도 같은 말을 외쳐 힘을 전했다. 이들은 끝까지 연대한다는 의미로 ‘이겨서 땅을 딛고 싶어요’라고 쓰인 ‘연대의 깃발’을 만들어 농성장과 땅을 이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309일 고공농성을 하고 결국 복직했다. 회사는 안 된다고 했지만, 결국 현장에 들어가서 조합원들을 눈으로 봤다”며 “박정혜, 소현숙 동지도 내려와 동지들과 현장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얼마나 사람이 그리울까. 이 연대버스가 오늘로 시작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정현 신부는 “올라가는 날 눈이 내렸다고 하더라. 저기서 어떻게 견뎠을까. 쓰다 버릴 기계가 아니라고 말하려 올라가, 그 어려움을 극복했다”며 “외로워하지 마시오. 우리가 이렇게 왔으니. 승리할 때까지 건강 잘 챙겨주시고, 건강하게 내려와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현환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은 “두 동지가 하늘감옥에서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자리를 지키는 것은 니토덴코에 우리가 옳다고, 니토덴코가 버렸지만 반드시 공장으로 되돌아가겠다는 의지”라며 “어떤 탄압이 있더라도 강한 의지로 이겨서 함께 땅을 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혜 씨는 “세상과 단절된 기분도 들고, 공장에서 일하던 생각도 들어 공허함 느낄 때도 있지만, 오늘은 공허함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연대의 힘이 제일 강하다. 꼭 승리해서 동지들 옆으로 갈 것”이라고, 소현숙 씨는 “칼바람 맞으며 고공에 오르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노동자를 쓰다 버리면 되는 존재로 여기는 자본에 절대로 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LCD 편광 필름을 생산하는 업체로 일본 니토덴코가 100% 지분을 가진 외국투자기업이다. 2003년 구미4국가산업단지에 입주했다. 한때 직원이 700여 명, 2017년 기준 매출액은 7,843억 원에 달했으나, 주요 납품업체인 LG디스플레이 공장 이전으로 매출액이 줄었다. 2018년, 2019년에는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해 60명 수준으로 생산직이 줄었지만, 2022년에는 200여 명으로 늘었다. 2022년 10월 화재가 발생해 공장 1개 동이 전소했다.
한편 지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서 관계 회사인 한국니토덴코로 10명이 전적한 사례가 확인된 바 있다. 해고노동자들은 전례가 있는 만큼 니토덴코가 해고노동자 7명을 고용승계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한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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