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초상화 걸자 폐쇄된 전시장···대구문화예술회관, 작품 검열 논란

27년차 올해의 청년작가전 첫 전시실 폐쇄
작가 측 "표현의 자유 침해" 반발
대구문예관, “특정인 비방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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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문화예술회관(관장 김희철)이 1998년부터 운영한 대표 전시프로그램 ‘올해의 청년작가’전이 27년만에 검열 논란을 빚게 됐다. ‘2024 올해의 청년작가’로 선정된 작가 중 1명이 홍준표 대구시장과 노중기 대구미술관장의 논란을 소재로 한 작품을 전시품으로 내놓자 작품 교체를 요구했고, 작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대구문예관은 해당 전시관을 폐쇄 조치했다. [관련기사=대구경실련, ‘홍준표 친구’ 미술관장 선임두고 “용납할 수 없는 인사”(‘24.1.3)]

31일부터 대구문화예술회관은 ‘2024 올해의 청년작가’전을 미술관 1~5전시실에서 개최했다. 지난 24일 대구문예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전시 소식을 전하면서 “지난 1월, 엄정한 심사 과정을 거쳐 뚜렷한 주제 의식을 바탕으로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 가고 있는 김규호, 박소라, 안윤기, 우미란, 이원기 작가를 최종 선정하고 9개월간의 준비 끝에 이번 전시를 선보인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31일 오전 찾은 대구문예관은 이들 중 1명, 안윤기 작가 작품이 전시된 4전시실은 폐쇄된 채로 관객들을 맞았다. 현장에 설치된 전시 소개 조형물에는 안 작가의 작품(UN/NATURAL SPECTACLE)을 “셀럽, 공인, 혹은 인플루언서를 통해 소비되는 라이프 스타일과 규범을 자연적이면서도 비자연적인 스펙터클로 변형한다”고 소개하고 있지만, 4전시실로 통하는 3개 통로는 모두 굳게 잠긴 채 작품을 볼 수 없다.

27년차 올해의 청년작가전 첫 전시실 폐쇄
작가 측 “표현의 자유 침해” 반발
대구문예관, “특정인 비방하는 작품”

▲대구문화예술회관이 ‘2024 올해의 청년작가’로 선정된 안윤기 작가의 작품 전시실을 폐쇄했다. (사진=안윤기)

폐쇄된 전시실에는 노중기 미술관장이 고교 동기인 홍준표 시장을 그린 초상화와 노 관장의 프로필 사진 그리고 관객들이 그것들과 함께 보여질 수 있는 웹캠 등으로 구성된 작품이 놓여 있다. 여기에 연혜원 문화예술기획자가 안 작가의 작품을 보고 쓴 2차 창작물이 함께 게시되어 있다.

안 작가와 연 기획자 등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대구문예관 측은 연 기획자가 쓴 2차 창작물의 내용과 함께 홍 시장 초상화, 노 관장 사진이 전시되는 것에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추정된다. 연 기획자는 2차 창작물을 통해 해명되지 않는 노 관장의 임명 배경을 상상해 그렸는데, 핵심 스토리는 홍 시장과 노 관장 간의 ‘브로맨스’다.

안 작가는 “셀피(셀카)를 찍고 기념하는 형태는 본인을 신화화하는 방법이다. 그 힘이 갖는 다이나믹 그리고 그 복잡성에 대해 이야길 하고 싶었다”고 작품을 설명했고, 연 기획자는 “노중기는 왜 홍준표 초상화를 걸었을까? 찾아봤는데 뚜렷한 답 없이 관장이 됐더라. 시민으로서 그 빈 서사를 채우고 싶었다. 관장직이 탐이 나서 초상을 걸었다기보단 애틋함이 배경에 있다고 하는 게 윤리적으로 더 나은 거 아닐까?”라고 창작물을 설명했다.

하지만 대구문예관 측은 작품 의도를 곱게 보지 않았다. 대구문예관 관계자는 “어제(30일)까지 작품에 홍준표 시장 초상화 등이 사용되는 걸 알지 못했다. 저희에게 작품 목록이나 이미지를 주는 과정에서 노출을 안 시킨 상태에서 제목만 추상적으로 알려줬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작가가 의도적으로 감춘 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 이미지를 안 준 상태에서 어제 오후 전시 영상 설치 같은 걸 하면서 이미지를 확인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관장님 등 전체적인 협의를 통해 폐쇄를 결정했다”며 “세금으로 시에서 시민들을 위해 전시회를 하기 때문에 공익성이 있는 전시가 되어야 하는데 공공기관에서 특정인을 비방하는 내용으로 전시를 하는 건 거부감을 불러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문예관 측은 전시를 하루 앞둔 30일 안 작가에게 작품 교체를 요구했고, 개막전 취소 가능성도 언급했다. 실제로 대구문예관 측은 31일 오후 5시에 예정된 개막전도 취소 결정했다. 그 과정에서 대구문예관 측이 안 작가에게 ‘동성애적인 취향을 강요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주장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안 작가는 “‘동성애’적 취향을 강요했다는 주장은 2차 창작물의 영향으로 보이는데, 문예관 측은 그러면서도 저에게 해당 창작물을 교체해달라는 요구는 하지 않았고, 초상화 교체만 요구했다”며 “노 관장은 초상화에 대해 예술가의 선택을 존중해달라고 했는데, 저는 존중받지 못했다. 청년의 새로운 시선을 보고 싶다고 했지만, 저의 시선은 존중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연 기획자도 “왜 이렇게 해석하는 게 인권적 문제가 있다는 건지 알 수 없다. 퀴어 당사자 활동가이기도 한 저에겐 전혀 비방의 서사가 아니고, 오히려 주변에선 너무 아름답게 써준 게 아니냐고 하더라”며 “본인들은 해명도 없이 세금으로 관장을 시키지 않았나. 그렇게 세금을 쓰는 건 옳은가”라고 꼬집었다.

한편 안 작가와 연 기획자는 작품 전시실 폐쇄 및 전시에서 이들을 배제한 대구문예관 측의 조치가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국가기관의 예술 검열 금지, 예술의 자유의 침해 금지, 예술지원사업의 차별금지 등에 저촉된다고 보고 피해구제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