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알권리 침해’ 정보공개법 곧 국회 제출···시민단체, “국회, 악법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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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제도를 퇴보시키는 개악을 준비 중인 정부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대통령 재가 절차를 거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정부의 정보공개제도 퇴행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는 국회 제출 이전부터 이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개악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정부가 정보공개제도를 퇴행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지=Microsoft designer)

지난 7월 31일 행정안전부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행안부는 “정보공개 제도의 취지를 벗어난 부당하거나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악의적인 반복 청구 등 오남용 사례로 인해 공공기관 업무 담당자의 고충 및 행정력 낭비가 심화된다”며 “비정상적 정보공개 청구를 최소화하고 정상적 정보공개 청구를 신속·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정보공개법을 일부개정하려는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행안부는 국민의 정보공개 청구권을 정의하는 5조에 “정보의 공개를 청구하는(이하 청구인)는 공공기관에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를 해선 아니 된다”는 규정을 새로 넣고, ‘부당한 청구 등의 처리’에 대응하는 새로운 조항(11조의 3)을 신설해서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에 해당하는 경우”는 정보공개심의회를 통해 공공기관이 자체 종결할 수 있도록 정했다.

행안부는 같은 조에서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에 해당하는 사례를 “추정”하고 있는데, ▲실제로 해당 정보를 취득하거나 활용할 의사가 없이 정보공개 제도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 하는 경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담당자를 괴롭힐 목적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하는 경우 ▲정보를 특정하지 아니하거나 방대한 양의 정보공개를 청구하여 공공기관의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이다.

모두 청구인의 ‘내심’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공공기관이 임의로 ‘추정’할 수 없는 영역으로, 공공기관이 불편한 정보공개를 자체 종결하는데 악용될 여지가 크다. 실제로 대구시의 경우 <뉴스민>의 정보공개청구를 비공개 결정하고, 그 이유를 ‘악의적’이라거나 ‘공무원을 괴롭힐 목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관련기사=[#053/054] 정보공개 업무를 맡은 대구 공무원 노동자에게(‘23.12.18), 대구경실련, ‘대구시 공무원 골프대회 관련 위법·부당 처분’ 주민감사청구(‘24.1.17)]

때문에 정보공개센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정부가 개악 의사를 밝힌 시점에서부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해왔다. 이들은 개정안이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반부패와 권력 감시 기능을 무력화하며, 권력기관의 정보 은폐가 늘어나 민주주의가 후퇴하게 된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29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고 개정안 심의 절차를 마쳤고, 곧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 입법의 경우 국무회의에서 개정안 심의를 마치면 대통령 재가를 받아 국회에 제출하게 되는데, 대통령 재가와 국회 제출까지 통상 7일에서 10일가량이 소요된다.

이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알권리침해법대응TF는 성명을 내고 정부의 정보공개법 개악 시도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그동안 드러난 윤석열 정부의 정보 은폐 행태를 제도화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려는 명백한 반민주적 행보”라며 “개정안은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라는 모호한 기준을 도입해 시민의 정보공개청구를 종결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알권리를 포함한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정보공개의 원칙을 뒤집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정보은폐 행태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대통령비서실은 ‘사적 채용’ 의혹이 제기된 직원명단 공개 요구에 대해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 1심과 2심 법원이 모두 “국가안보 위험 주장이 설득력이 없고, 공익을 위해 공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음에도, 대통령비서실은 상고를 통한 정보공개 지연이라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검찰 특수활동비 공개 거부도 마찬가지”라며 “이런 상황에서 추진되는 정보공개법 개정안은 우리 사회의 투명성과 민주주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눈과 귀를 가로막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 시민의 알권리를 지키기 위한 시민사회의 연대와 대응은 계속될 것이며, 국민의 알권리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국회에도 요구한다. 시민의 대표자로서 국회의 역할은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정부의 폭주를 견제하는 것이다. 국회는 공무원 보호를 핑계 삼아 정보 은폐를 제도화하려는 뻔한 수작에 넘어가지 말고, 반민주적 악법을 막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