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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항소심에서도 이기면서 A(40) 씨는 대구법원이 인정하는 첫 난민이 됐다. 하지만 A 씨는 확정판결 이후 2개월이 다 되어 시점에서도 난민 인정에 따른 체류자격(F-2)을 부여받지 못한 상태다. 법무부가 A 씨에게 난민인정증명서 발급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소송을 통해 난민 자격이 인정된 후에도 행정절차가 이어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사례다. [관련 기사=대구법원, 난민 첫 인정···’아랍의 봄’ 참가자 난민불인정 취소 판결(‘23.7.9.)]
이집트에서 온 A 씨는 2013년 이집트 ‘아랍의 봄’ 시위에 참여하고 시위자들을 도왔다. 이집트에서 발생한 쿠데타에 반발한 ‘람세스 시위’였다. 시민 반발에도 군사정권이 집권했고, A 씨는 영장 없이 체포돼 수감생활을 하다 풀려났다. 석방 이후 A 씨는 도피 생활을 했는데, 2017년 A 씨가 참여하지도 않은 ‘궐석재판’에서 사실무근의 죄목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이 때문에 A 씨는 2018년 7월 한국에 와서 난민 인정을 신청했다. 법무부는 불인정했고, 이에 대구지방법원에 난민불인정처분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에서 A 씨는 승소했고, 법무부의 항소로 진행된 항소심에서도 지난 9월 최종 승소했다. 난민 인정을 신청한 지 6년 만에 난민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확정판결로 난민 자격이 인정됐지만, 곧바로 난민으로 인정되지는 않았다. 9월, 출입국으로부터 ‘난민인정 증명서’를 발급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난민으로서 체류자격인 F-2비자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출입국에서 난민인정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지연된 거다.
A 씨는 절박한 마음에 출입국을 여러 차례 찾았다. 박해 당사자인 A 씨가 우선 떠나왔지만, 이집트에는 A 씨 아내를 비롯해 자녀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난민 자격으로 가족을 국내에 초청하려 했지만, 여전히 A 씨는 난민인정자(F-2)가 아닌 난민신청자(G-1) 상태다. 난민법에 따르면 난민인정자의 배우자나 미성년 자녀가 입국을 신청하면 비자와 무관하게 입국을 허가해야 한다.
A 씨는 인정증명서 발급을 위해 대구출입국을 두 차례, 거처를 옮기고 나서는 평택출입국을 세 차례 방문했다고 설명한다.
“출입국은 저에게 협조적이지 않았습니다. 경찰서에도 두 번이나 가봤는데 아무것도 해주지 않네요. 결론을 받으려고 7년을 싸우고 있습니다. 저와 아내 모두 너무 힘듭니다. 저랑 같은 처지의 지인 중에는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으려고 5년 동안 노력했는데도 인정받지 못해서 네덜란드로 떠났습니다. 거기서 6개월 만에 난민 인정을 받았습니다. 한국은 인권을 모르는 나라인 것 같습니다. 출입국이 인권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는데, 이건 인종차별로 느낍니다.” (A 씨)
법원에서 난민 인정한 후에도
체류자격 변경까지 시일 가늠할 수 없어
“부모 임종 못 지키는 경우도”
적정한 처리 기한 마련해야
난민 인권 단체는 체류자격 변경이 완료되기까지 행정절차가 지연되는 사례가 자주 확인되며, 절차와 관련한 규정이 없어 난민이 행정 지연에 따른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한다. 법무부에서는 관할 출입국이 해당 업무를 처리하며, 난민 인정에 따른 체류자격 변경을 완수하는 기한과 관련한 규정은 별도로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난민 신청은 매년 1만여 건이지만, 실제 난민으로 인정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2년 신청인 1만 1,539명 중 175명(1.5%)이 난민으로 인정됐고, 2023년은 1만 8,837명이 신청해 101명(0.5%)이 인정됐다. 난민으로 인정된 수(각 175명, 101명)는 애초 불인정했다가 이의신청을 받아들이거나 취소소송이 인용된 사례도 함께 집계된 수치다. 인정된 사례 외에는 심사 중이거나, 자체 철회했거나, 인도적 체류자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인도적 체류자는 2022~2023년 각각 67명, 129명이 인정됐다.
A 씨처럼, 법무부가 불인정한 것에 불복해 이의신청하거나, 불인정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해 신청인이 승소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2022년 불인정자 5,121명 중 법무부가 이의신청을 인용한 사례는 23명(0.4%), 소송이 인용된 사례는 11명(0.2%)이다. 2023년은 5,720명 중 각 18명(0.3%), 7명(0.1%)이다.
난민인권센터는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기까지 오랜 시일이 소모되는데, 이 기간 난민신청인은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소송 등을 통해 난민 자격이 인정된 상황에서도 행정 지연 문제로 불필요한 권리 제한이 이뤄진다고도 설명했다.
김연주 변호사(난민인권센터 활동가)는 “A 씨는 난민 신청 후 심사 결정 받기까지 3년 6개월, 승소까지 총 6년이 걸렸다. 심사 장기화로 여권도 만료돼 출국도 안 되는 난민신청자들은 제3국에서 가족을 만날 수도 없다”며 “여러 난민신청자가 부모 임종을 지키지 못하거나 자녀가 자라는 모습을 보지 못하며 불안정한 지위로 살아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승소 확정판결 후에도 행정 지체가 이어지는 것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판결 후 짧게는 2주 이내에 난민인정증명서를 받는 사례도 있지만, 지연으로 인해 한 달 넘게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사례도 종종 발견된다”며 “기약 없이 기다리게 하는 상황은 난민신청자를 좌절하게 만든다. 내부적 처리 기한을 마련해 행정 지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뉴스민>은 난민불인정처분취소에서 법무부가 패소한 후 최종 비자 발급까지 소요된 기한에 대해 물었으나, 법무부는 별도로 보유하지 않는 자료라고 답했다. 또한 법무부는 난민인정자나 난민불인정처분취소자에 대한 체류자격 변경에는 별도로 정해진 기한이 없으며, 각 출입국의 사정에 따라 유동적이라고도 밝혔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