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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대구광역시환경교육센터(대구환경교육센터, 센터장 정철)는 녹색전환연구소와 <한겨레21>가 진행한 ‘1.5도 라이프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참고해 지역 참가자를 모았다. 녹색전환연구소에서 개발한 탄소배출 계산기를 참고해 참가자들은 한 달 간 매일 탄소일기를 작성해 일상의 탄소배출량을 확인했다. <뉴스민>은 참가자들의 탄소배출 현황을 살펴보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탄소저감정책을 함께 고민해봤다.
비수도권 직장인들의 출근 소요 시간은 평균 34.5분(2024년 잡코리아 조사)인데, 자가용을 기준으로 하면 대략 20km 정도 거리로 환산할 수 있다. 상당수 직장인은 매일 적지 않은 거리를 이동하며 일한다. 우리나라 자동차 누적등록 대수는 약 2,550만대(2023년 기준)로 인구 2명당 1대 꼴이다. 대부분 가구에 1대 이상 차량을 보유한다는 의미다. 2명당 1대를 가지고 하루 평균 왕복 40km를 출퇴근하는 생활은 자연스레 그 뒤를 탄소발자국이 뒤따르게 한다.
먹거리 보다 탄소 감축이 더 어려운 분야가 교통이다. 지난달 30일부터 대구에서 ‘1.5도 라이프 한 달 살기’ 프로젝트에 도전한 전희택, 황인랑 씨 등 시민 63명은 한 달 동안 먹거리 뿐 아니라 교통 등의 분야에서도 탄소배출량을 기록했다. 뉴스민이 확보한 ‘1.5도 라이프 한 달 살기’ 프로젝트 참가자 9명의 탄소일기장을 보면, 탄소배출량 가운데 교통 분야 감축이 이뤄진 사례는 2명에 그쳤다. 먹거리 분야에선 9명 중 5명이 감축을 이뤄냈지만, 교통 분야에선 4명은 활동이 이어질수록 오히려 탄소배출이 더 증가했다.
1km 이동을 각기 다른 교통수단으로 이동한다면 탄소배출량은 어떨까?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경우 버스(91g), 지하철(52g), 철도(14g)로 차이가 크다. 특히 철도는 자전거(16g)와 큰 차이가 없다. 자가용도 크기와 연료 종류에 따라 배출량은 차이를 보인다. 소형(128g), 중형(161g), 대형(206g), 수소차(224g), 하이브리드(115g), 전기차(중형125g, 대형 135g)로, 하이브리드 차량이 가장 배출량이 적다.
이용자 가운데 도전 기간 중 비행기를 이용한 참가자는 없었지만 교통수단 중 탄소배출량이 가장 큰 것은 바로 비행기다. 1시간만 이용해도 5만 6,000g으로, 2~5시간의 경우 16만 3,000g, 6시간 이상 장거리면 26만 5,000g에 달한다.
교통 분야에서 탄소배출을 줄인 참가자는 황인랑, 권준석 씨 두 사람이다. 직장은 대구, 자택은 경북에 있어서 주말마다 대구와 경북 경주를 오가는 황인랑 씨는 업무상 대구 시내 뿐 아니라 타지역으로도 이동이 잦은 편이다. 황 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감축에 나섰지만, “불가피하게 자가용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적지 않아 탄소배출에 따른 고민이 든다”고 말했다.
반대로 권준석(29) 씨는 직장과 거리가 가까워 교통 부문 탄소 배출을 줄이기 용이했다. 대구 북구 산격동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권 씨의 직장과 집 거리는 2km 정도다. 평소 도보를 주로 이용하지만 시간이 빠듯하거나 날씨가 안 좋을 때 가끔 버스를 이용한다. 권 씨의 교통 부문 탄소배출량은 1주차 3만 8,276g에서 1만 1,373g(2주차), 65g(3주차)로 크게 줄었다. 3주차엔 도보로만 출퇴근한 영향이 크다.
권 씨는 “최근엔 날씨가 좋아서 도보로 출퇴근을 더 자주 했고, 주말 업무로 외출을 하지 못해서 교통 이용량이 급격히 줄었다. 도보 이용을 늘렸더니 저절로 다이어트 효과도 있다”며 “평소에 아예 차 탈 일이 없는 것은 아니고 관용차나 동료들 차를 타고 출장을 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철도를 이용해 다른 지역에 다녀올 일도 있었는데, 기차의 탄소배출량이 생각보다 적어서 놀랐다”며 “앞으로 기차로 갈 수 있는 지역이면 버스 보다 기차를 애용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권 씨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참가자는 출퇴근에 적잖은 시간을 소요했고, 교통 부문 탄소배출을 감축하는데 실패했다. 경산시 진량읍에서 대구 남구까지 자동차와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하는 이충희(26) 씨가 대표적이다.
이 씨의 출퇴근 이동거리는 30km가 조금 넘는다. 이 씨의 출근길을 살펴보면 아침에 집에서 자가용을 타고 지하철 안심역까지 이동한 다음 지하철로 갈아타고 직장까지 간다. 거리로 따지면 자동차 13km, 지하철 18km 정도다. 하루 출퇴근(왕복)에 소요되는 교통에서의 탄소배출량이 지하철 1,872g에 자가용 3,328g 정도로 환산된다.
이 씨는 “집 위치가 경산에서도 안쪽에 있다 보니 대중교통만 타고 출퇴근 하기가 어렵다”며 “지하철을 탈 수 있는 곳까지는 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간혹 출장 때문에 차량을 회사에 가지고 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주말 동안엔 교통 부문에서 대략 1만 240g에서 1만 2,800g 정도 더 많은 탄소배출을 했다. 2만 9,611g까지 치솟은 주말도 있다. 이 씨는 “‘장거리 데이트’로 왕복 100km 자동차 운전을 해서 이동 하다 보니 주말에 특히 탄소배출량이 늘었다”고 했다.
이 씨는 교통 부문 탄소배출이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씨는 “여러 분야 가운데 정책과 제도로 바꿀 수 있는 탄소배출 분야가 바로 교통 부문이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의 관심과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최은령(28) 씨는 다른 참가자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교통 부문 탄소배출이 적다. 대학원 진학 준비를 하는 최 씨는 바깥 활동이 많지 않은 편이다. 태블릿PC를 활용해 공부를 하고, 취미생활인 업사이클링 공예도 집에서 주로 한다. 외출 목적은 주로 병원 진료였는데, 병원까지 거리도 13km 정도로 멀지 않았다.
다만 최 씨의 교통 분야 탄소배출량은 1주차 3,770g였고, 2주차와 3주차엔 6,285g, 9,877g로 소폭 늘었다. 최 씨는 병원에 입원했던 1주차에 비해 재활 병원까지 이동거리가 늘었고, 병원 방문 횟수 증가와 택시 이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통 분야 탄소 저감이 어려웠다는 최 씨는 “일반버스의 계단을 이용하기 어려워서 저상버스를 타야 하는데, 버스 시간대가 맞지 않는 날은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야 해서 본의 아니게 탄소 배출이 더 늘었다”고 아쉬워 했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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