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10년 차 요양보호사 박봉금입니다. 휴무로 빠지는 동료가 있으면 요양보호사 1명이 적게는 8명, 많게는 20명까지 혼자 케어합니다. 어르신을 존중하면서 케어하는 건 꿈도 못 꿉니다. 식사 시간에 이리저리 뛰며 정신없이 음식을 먹이다 보면 어르신을 학대하는 것 같아 자괴감이 듭니다. 우리 요양보호사들이 편히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할 시간은 당연히 없습니다. 같은 일을 하는데도 시설, 센터마다 임금이 다르기도 합니다. 우리가 행복하게 일하며 존엄케어를 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는 표준임금가이드라인을 도입해 주십시오. 처우 개선을 해주십시오.”
10월 29일 국제돌봄의 날을 맞아 동인동 대구시청 앞에서 열린 대구지역 돌봄노동자 기자회견에서 10년 차 요양보호사 박봉금 씨가 과중한 업무와 저임금 문제를 호소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이날 기자회견은 전국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이들은 “인구 증가와 고령화, 가족형태의 변화, 여성의 사회 활동 확대 등으로 돌봄경제가 성장했지만 돌봄노동의 가치는 저평가됐다”고 지적하며, 정부에 ▲표준임금 가이드라인 도입 ▲정부로부터 유일하게 받는 장기근속장려금 수당의 금액 인상, 구간·대상 확대 ▲돌봄의 공공성 강화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문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돌봄노동자는 110만 1,000명으로 2008년에 비해 두 배 증가했다. 돌봄노동자의 92.5%는 여성이며 이중 절반 이상이 50대다. 월평균 임금은 152.8만 원으로, 전체 취업자 월평균 임금인 266.5만 원의 57.3%에 불과하다.
가장 큰 문제는 돌봄 재정을 국가가 책임지고 있는 데 반해 돌봄의 공급체계는 민간에 맡겨진 기형적 구조다. 노조는 장기 요양의 경우 국공립 시설 비율이 1%가 되지 않고, 이마저도 국공립 시설 중 직접 운영하는 한 두 개 시설을 제외하면 모두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등 무늬만 국공립 시설이기 때문에 돌봄 서비스의 질은 낮고 돌봄 노동은 저평가돼 있다고 본다.
김후연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대구경북지부 부지부장은 “돌봄노동자들은 1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에 머물러 있다. 휴게 시간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이동시간을 근무로 인정하지도 않는다.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로 늘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현실”이라며 “감정노동자임에도 보호받지 못하고 성추행 등 피해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계속 처우 개선을 요구해도 정부는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제돌봄의 날을 맞아 또다시 요구한다. 돌봄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현장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촉구했다.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돌봄은 절대 대수에게 필수적이고 중요한 일이다. 그만큼 돌봄의 공공성과 돌봄노동자의 처우가 좋아져야 하는데 정부는 어떻게든 책임을 줄이고 지속적인 이윤 창출이 가능한 시장에 맡기려 하고 있다”며 “여기에 홍준표 시장은 노인 돌봄사업을 유사중복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예산절감 대상으로 삼았다. 예산이 없어 기관이 문을 닫는다면 돌봄 대상자와 종사자는 어떻게 하는가. 저임금 고용불안에도 정부보다 더 책임감 있게 자리를 지키는 돌봄노동자들의 얘기를 들어달라”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