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홍준표의 잔혹한 공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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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구시 공보관이 교체됐다. 지난 9월 수시 인사 이후 한 달을 겨우 넘긴 시점이다. 갑작스런 인사의 배경에는 한 지역언론이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내놓은 보도 때문이라는 풍문이 파다하다. 보도를 사전에 정리하지 못한 책임을 물은 문책성 인사라는 뜻이다. 그의 새 부임지가 대구정책연구원인 점도 문책성 인사라는 해석에 힘을 더한다. 대구정책연구원은 이미 대구시 4급 이상 간부공무원들에게 유배지로 정의된지 꽤 된다. 오죽하면 대구시의회에서조차 ‘정책연구원이 귀양소냐’는 물음이 나올까.

홍준표 시장 부임 후 여러 인사에 말이 많지만, 공보관 인사 만큼 종잡을 수 없는 것도 없다. 임기 2년 4개월 동안 벌써 5번째 공보관이 임명됐다. 최근에 임명된 김진혁 공보관은 지난 6월에 원스톱기업투자센터장으로 임명된 인물인데, 4개월 만에 완전히 다른 업무를 하게됐다. 김 신임 공보관은 행정고시 출신 ‘늘공’이지만, 홍 시장 취임 초부터 홍 시장의 관심 사업부서를 오간 측근으로 분류된다.

그를 제외하면 2년 4개월 동안 4명이 공보관직을 맡았다가 떠났다. 단순 평균을 내면 1인당 7개월 정도만 이 업무를 맡았다는 의미이지만, 실제는 그보다 못한 이도 많다. 전임 권영진 전 시장이 8년 동안 기용한 대변인이 9명(1명은 전임 시장 시절 임명)인 것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권 전 시장 시절 대변인들은 보통 1년은 직을 유지했고, 정기인사를 통해 교체되곤 했다.

홍 시장의 첫번째 공보관인 조경선 전 공보관은 1년 4개월 가량 이 업무를 했지만, 전임 시장 시절부터 대변인으로 일한 기간을 포함한 것이다. 홍 시장 이후 ‘공보관’으론 6개월 가량 일하다 2023년 상반기 국장급 정기인사 때 교체됐다. 후임 김희석 전 공보관은 5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도시관리본부로 자리를 옮겼다. 이때도 좌천성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인사 직전에 대구MBC가 시사프로그램 ‘시사톡톡’을 통해 대구경북신공항특별법 검증 방송을 했고, 홍 시장이 노발대발했기 때문이다. 홍 시장은 이후 대구MBC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고, 취재거부를 선언하기까지 했다. 해당 보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문책성 인사라는 게 공공연한 사실로 전해졌다.

▲홍준표 시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구시)

물론 대구시는 신상필벌을 인사의 우선 조건으로 두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홍 시장도 “일 못하는 공무원들은 그 자리에 두지 않는다. 일주일 일 시켜보고, 열흘 일 시켜보고 바꿀 수도 있다. 일 못하는 공무원을 그 자리에 오래 놔두면 그게 시민들에 대한 죄악”이라고 하니 얼마나 일을 못했으면 그랬을까 싶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일못함’을 평가하는 기준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공보관의 일은 대구시 정책을 적절하게 시민에게 알리는 것일거다. 그 과정에서 언론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순 있겠지만, 그것이 특정 언론의 보도를 좌지우지 하는 일까지 의미할 순 없을거다. 하지만 문책성 인사를 당한 이들은 특정 언론의 특정 보도가 문제가 됐다고 전해진다. 어디까지나 공보관은 대구시의 공보관이지, 언론사의 데스크가 아닐텐데도 말이다.

오히려 법정에서 법적 근거도 없는 일로 판명된 대구MBC 취재거부를 진두 지휘한 공보관은 홍준표호의 최장수 공보관이 됐고, 최근 영전까지 했다. 해당 판결이 있은 후 시민사회단체는 해당 공보관이 대구시의회에서 취재거부와 관련한 위증을 했다며 고발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유야무야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이쯤되면, 문책성 인사를 당했다는 공보관들이 일을 못하는 것인지, 인사권자가 일을 못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게 된다. 어쩌면 측근 공보관이 임명된 지금부터 확실하게 알 수 있게 될지 모르겠다. 정말 공보관(公報官)이 문제인지, 보도지침 시절을 연상케하는 인사권자의 구시대적 공보관(公報觀)이 문제인지 말이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ms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