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H무역 김경숙처럼 저항···한국옵티칼 고공농성 노동자 올해의 여성노동운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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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엄마, 우리를 버리고 도망간 사장들처럼 돈 많은 사람들은 자기만 잘 살면 돈 없는 우리들쯤이야 자기들 맘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보죠? 하지만 돈 없는 사람들은 착한 마음을 지니고 살아갑니다. 우리들의 처지를 기억하며 성실하고 정의롭게 살아야 하고요. 그래야 저 나쁜 사장들과 다를 테니까요. 우리가 힘을 합치면 우리의 문제는 곧 해결됩니다.” (1979년 8월 김경숙 열사가 모친에게 쓴 편지 중)

불탄 한국옵티칼하이테그 공장 위에서 300일 가까이 고공농성 중인 두 여성노동자가 제11회 올해의 여성노동운동상 김경숙 상을 받았다.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박정혜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조직2부장이다.

지난 25일 오후 5시 김경숙열사기념사업회, 한국여성노동자회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농성장 아래에서 ‘사라진 공장, 꺼지지 않는 저항의 불꽃’ 제11회 올해의 여성노동운동상 김경숙상 시상식을 열었다.

▲25일 제11회 올해의 여성노동운동상 ‘김경숙상’ 시상식이 열렸다. (사진=금속노조 구미지부)

이들의 투쟁이 지금 시대에서 독재와 자본에 항거했던 김경숙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는 투쟁이라는 의미다. YH무역의 여성노동자였던 김경숙 열사는 회사가 위장 폐업하자 1979년 8월 신민당 당사를 점거하며 농성을 벌였다. 경찰이 농성 중이던 이들을 강제 진압하던 중 김경숙 열사가 추락해 사망했다. 이 사건은 박정희 정권을 무너뜨린 10.26 사건의 도화선으로도 평가된다.

이들은 “1979년 YH무역의 여성 노동자들은 부당한 공장 폐쇄에 맞서 싸우며 노동자 생존권과 존엄을 지키려는 투쟁을 벌였다”며 “오늘, 두 여성노동자가 외국자본의 일방적 공장 폐쇄에 맞서 험난한 고공농성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김경숙 열사와 YH무역 노조의 투쟁을 그대로 닮은 옵티칼하이테크지회의 투쟁은 여성노동자의 연대와 저항의 역사를 상기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경숙 열사가 떠난 지 45년, 오늘도 탄압과 차별에 저항하는 김경숙들이 존재한다. 투쟁과 연대로 역사의 진보를 열어내고, 성평등 노동 가치를 위한 걸음을 걸어가는 이 시대의 김경숙들에게 감사와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라고 덧붙였다.

▲김경숙상 상패와 꽃다발을 바구니에 매달아 올려보내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구미지부)

상을 받은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은 “불나고 한 달 만에 청산을 발표했다. 법인이 달라서 받아줄 수 없다는 니토덴코와 싸우고 있다. 우리가 투쟁한다는 이유로 가압류하고 노조사무실 단전단수도 했다. 간절한 노동자의 목소리를 내려고 올라왔다. 우리가 옳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며 “당연한 요구라 생각하기에 내려갈 수 없다. 간절한 시점에 상을 받게 됐다. 아직까지 많은 노동자가 길 위에서 싸우고 있다. 선배 열사가 있어서 우리도 싸울 수 있다. 후회하지 않는다. 이 상을 받는 사람은 승리했다고 알고 있다. 우리도 꼭 승리할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소현숙 조직1부장은 “노동자의 고통을 외면하는 자본과 투쟁이 2년이 다 됐다. 고공에 올라온 지 300일 다 돼 간다. 차가운 바람 부는 새벽에 고공에 올라가는 계단에서 많은 눈물 흘렸다. 살아보니까 노동자가 부당함에 저항하는 방법이 많지 않더라. 아직도 옛날에 자본과 싸우던 방식과 지금의 방식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물러난다면 기업과 자본은 앞으로도 노동자를 배불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할 것이다. 최선을 다해 저항해서 일터로 돌아갈 것이다. 자본에 반드시 사과를 받고 고용승계 받고 싶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격려 덕분이었다. 오늘 받은 상이 부끄럽지 않도록 연대를 잊지 않고 승리해서 지상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패와 꽃다발은 바구니에 담겨 밧줄로 고공농성장으로 올려졌다. 오는 11월 2일은 고공농성 300일로, 전국에서 연대 시민이 한국옵티칼 고공농성장 앞에 모일 예정이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