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1.5도 라이프] ① 곰탕을 먹었을 뿐인데···탄소배출량이 폭증했다

대구시민 63명의 탄소 줄이기 한달 체험기
제로웨이스트샵 운영하는 전희택 참가자
전기밥솥과 정수기가 집에 없는 이유
2박 3일 서울 출장에 압력밥솥 들고 가 도시락 싸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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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대구광역시환경교육센터(대구환경교육센터, 센터장 정철)는 녹색전환연구소와 <한겨레21>가 진행한 ‘1.5도 라이프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참고해 지역 참가자를 모았다. 녹색전환연구소에서 개발한 탄소배출 계산기를 참고해 참가자들은 한 달 간 매일 탄소일기를 작성해 일상의 탄소배출량을 확인했다. <뉴스민>은 전 씨를 포함한 참가자들의 탄소배출 현황을 살펴보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탄소저감정책을 함께 고민해봤다.

[대구 1.5도 라이프] ② ‘이동’엔 탄소배출이 그림자처럼 쫓아온다
[대구 1.5도 라이프] ③ 죄다 고기 파는 식당인데···선택지가 없다
[대구 1.5도 라이프] ④ 출퇴근길이 멀어질수록 탄소는 뒷좌석에 몰래 탄다
[대구 1.5도 라이프] ⑤ 옷장을 열었더니 탄소가 쏟아져 나왔다
[대구 1.5도 라이프] ⑥ “친환경적으로 산다고 여겼는데···삶이 곧 탄소배출”

▲외식을 하면 주로 육류가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채식 메뉴가 많아지면 탄소저감에 더 좋겠죠.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진=microsoft designer)

도전 넷째날 생각 없이 곰탕을 먹고, ‘탄소일기’를 쓰려니 탄소배출량이 무려 9,738g으로 계산됐다. 전희택(44) 씨는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도전 첫째날과 둘째날 먹은 육류 식단이 각각 1,925g, 2,567g였던 것을 감안하면 생각지도 못한 탄소배출이었다. 탄소일기를 기록하는 엑셀 스프레드 셀은 경고 카드를 주는 것처럼 노란색이 자동으로 표시됐다.

전 씨는 “곰탕이 이렇게 탄소배출이 많은 줄 미처 몰랐다. 이번 도전을 하면서 일상 속에서 잘 모르고 있었던 탄소배출량에 대해 알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 씨를 포함한 대구시민 63명은 지난달 30일부터 ‘1.5도 라이프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 달 동안 매일 탄소배출량을 기록하고,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실천 활동을 하고 있다. 탄소배출 부문은 먹거리에서부터 여가, 서비스, 상품, 교통, 주거 분야를 나눠 기록했다.

대구시민 63명의 탄소 줄이기 한달 체험기
제로웨이스트샵 운영하는 전희택 참가자
전기밥솥과 정수기가 집에 없는 이유
2박 3일 서울 출장에 압력밥솥 들고 가 도시락 싸기도

대구광역시환경교육센터(대구환경교육센터, 센터장 정철)는 녹색전환연구소와 <한겨레21>가 진행한 ‘1.5도 라이프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참고해 지역 참가자를 모았다. 녹색전환연구소에서 개발한 탄소배출 계산기를 참고해 참가자들은 한 달 간 매일 탄소일기를 작성해 일상의 탄소배출량을 확인했다. <뉴스민>은 전 씨를 포함한 참가자들의 탄소배출 현황을 살펴보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탄소저감정책을 함께 고민해봤다.

우리나라 1인당 탄소배출량은 2022년 기준 연평균 14.1톤으로 추정된다. 녹색전환연구소는 탄소중립의 기준 연도로 삼는 2018년 1인당 탄소배출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연간 5.9t(일간 1만 6,164g)을 참가자들의 배출량 목표로 삼았다.

3주 차 기준 전 씨의 배출량을 연간(일간)으로 환산하면 5.1t(1만 3,976g)이다. 목표량 보다 낮은 수치로 1인당 평균 배출량과 비교해도 많이 낮은 편이다.

▲ 전희택 씨는 1주차 먹거리 부문 3,6909g에서 3,5436g(2주차), 2,1039g(3주차)로 감소했다. 소비 부문의 거의 비슷했고, 주거 부문에서도 소폭 감소했다. 서비스 발생량은 없었고, 여가 부문에선 2주차에만 발생했다. 교통 부문은 2,1338g에서 3,7183g(2주차)로 늘었다가 2,4478g로 변화했다.

전 씨는 ‘곰탕’을 먹은 1주차에 비해 2, 3주차에 먹거리 부문 탄소 감축이 상당히 이뤄졌다. 다만 2주차에 다녀온 3박 4일 서울 출장으로 여가, 교통 부문에서 탄소배출량이 늘었다. 출장이 ‘국내 여행 중 숙박’으로 포함됐고, 장거리 자가용 이동에 따른 결과다. 국내 숙박은 하루에 2만 8,397g, 서울까지 이동한 거리에 따른 자가용(하이브리드 차량 기준) 탄소배출량은 1만 2,880g나 됐다.

전 씨는 “서울에서 열린 ‘ESG친환경대전’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 10일 3박 4일로 가족과 함께 출장을 갔는데 여가로 분류돼 탄소배출량이 엄청 높아졌다. 약간 억울한 기분이 든다”며 “조리가 가능한 작은 숙소를 잡고 압력밥솥과 같은 조리 도구를 직접 챙겨 가서 밥을 해 먹었다. 도시락을 싸고, 물은 수돗물을 끓여 텀블러에 가지고 다녔다”고 설명했다.

3인 가구인 전 씨는 소비와 주거 에너지에서 1, 2인 가구와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적은 탄소배출량을 기록했다. 전 씨는 “물건을 자주 구입하지 않고, 오래 쓰려고 하는 편”이라며 “샤워 시간을 줄이는 항목이 있어서 10분 하던 샤워를 5분으로 줄여봤다. 평소 아이 빨래 등 평균 6회 정도 세탁을 했는데, 횟수도 2회 정도 줄였다”고 설명했다.

전 씨 가족은 물티슈나 휴지, 일회용품 사용을 거의 하지 않고, 전기사용량이 많은 전기밥솥과 정수기도 없다. 3년 전부터 아내와 함께 대구 수성구 매호동에 제로웨이스트샵 운영도 하고 있다. 환경교육강사로도 활동하는 전 씨는 가족들과 미니멀한 삶을 추구한다.

▲ ‘1.5도 라이프 한 달 살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전희택 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제로웨이스트샵 ‘예쓰’에서 아내 노정현 씨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스스로 친환경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한다고 자부했지만 탄소저감은 생각 보다 어려웠다. 전 씨는 “프리랜서 강사 활동도 함께 하다 보니 규칙적이지 않은 일정이 많다”며 “이동 거리가 길고 짐도 있어서 교통수단에 제약이 크다. 밖에 있는 시간도 길다 보니 먹거리 선택지도 많지 않아 늘 고민스럽다”고 덧붙였다.

제로웨이스트샵을 열게 된 계기도 쓰레기 문제에 대한 각성에서 비롯됐다. 코로나 팬더믹 시기 넘쳐 나는 쓰레기를 보면서 아내와 함께 220일 동안 ‘플라스틱 일기’를 기록해 나갔다.

전 씨의 아내, 노정현(35) 씨는 “대면 활동이 어려워 택배 이용이 잦았고 쓰레기가 많이 나왔다. 호기롭게 쓰레기를 한번 줄여보자고 했다. 그러다 보니 20리터 짜리 쓰레기 봉지가 10리터로 바뀌었고, 나중엔 일주일 동안 이걸 다 못 채웠다”며 “어느 순간 쓰레기를 줄이는 게 자연스런 습관이 됐다. 우리딸 역시 물티슈를 쓰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거 전 씨는 플라스틱 자재를 판매하는 영업사원으로 7년 동안 일한 적도 있지만, 현재 전 씨 가족은 플라스틱 없는 삶을 꿈꾼다.

전 씨는 더 많은 사람들이 ‘1.5도 라이프’에 함께 도전하길 희망한다. 전 씨는 “이번 도전을 하면서 탄소배출이 적게 될 수 있는 대안을 한 번 더 고민하게 됐다”며 “대부분 사람들이 환경문제를 어렵게 생각하는 건 모 아니면 도, 이렇게 극단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쉽게 탄소저감에 동참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전희택 씨 가족은 제로웨이스트샵을 열기 전 쓰레기 줄이기에 도전했다. 처음 시작할 때 20리터 쓰레기 봉투는 어느새 10리터로 줄었고, 이마저도 다 채우기 힘들 정도로 쓰레기 양을 줄였다. (사진=전희택 제공)

“외식을 하면 주로 육류가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채식 메뉴가 많아지면 탄소저감에 더 좋겠죠.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고장이 나면 수리를 해서 쓰거나, 다시 채우는 리필 문화를 통해 버려지는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문화가 필요해요. 모두의 작은 실천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길 바랍니다. 저는 우리 7살 딸아이가 살아갈 환경이 지금 보다 더 나빠지지 않았으면 해요.”

(계속)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