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행정통합 4자 합의···’특별시지만, 특별시가 아니다’

대구시·경북도·행안부·지방시대위 4자 기관 합의문
통합 자치단체는 ‘대구경북특별시’로, 시·군은 그대로
현행법상 서로 상충하는 합의···지방자치법 개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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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시지만, 특별시가 아니다.’

21일 대구시와 경북도, 행정안전부, 지방시대위원회가 도출한 대구경북행정통합 공동 합의는 이렇게 한 줄 요약된다. 4개 기관은 합의문 1항에 통합 설치되는 자치단체를 ‘대구경북특별시’로 한다고 했지만, 2항에서 시·군·자치구는 통합 후에도 종전 사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혀 현행 법률과 상충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특별시와 광역시, 특별자치시, 도, 특별자치도를 광역자치 행정기구로 두고, 그 아래 기초자치 행정기구는 시·군·구를 두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시와 군은 도와 특별자치도 아래에 둘 수 있고, 구와 군은 특별시(구)와 광역시(군·구) 아래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현행법에 근거해 해석하면 기존의 경상북도 아래에 있던 기초자치시·군은 통합에 따라 폐지 후 구로 전환하거나, 그대로 둔다면 법률을 개정하는 등의 후속 조치가 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경상북도는 명칭은 ‘특별시’가 맞지만 그 법률적 지위나 기능은 현행법이 명시하는 ‘특별시’와 다르다고 설명한다. 시·군이 갖는 자치 권한이 구가 갖는 것보다 많기 때문에 경북도 입장에선 이를 명확하게 구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양측의 통합 논의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던 것도 이전까지 대구시가 주장하는 통합 방식이 시·군 권한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될 공산이 크다는 반발이 일었기 때문이다.

김호진 경상북도 기획조정실장은 “엄밀한 의미에선 ‘대구경북특별시’는 명칭이지, 법률상 ‘특별시’ 개념과는 다르다”며 “광역지자체가 통합된 사례가 없는데, 합쳐서 만든 것이 꼭 특·광역시 체제여야 하느냐는 단정하기 어렵다. 기존의 시·군 기능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합의문에 담았는데, 시·군 기능이 그대로 유지되는 건 도 체제”라고 말했다.

김호진 실장은 “엄밀히 보면 두 개의 체제가 병존하는 시스템이다. 일본 도쿄도 사례를 언급한 것도 그런 이유”라며 “도쿄부와 도쿄시를 통합해 도쿄도를 만들었을 때, 우리의 시·군에 해당하는 시·정·촌과 특별구가 현재도 병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그래서 합의문에서도 ‘특별시 체제’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위상은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이고, 시·군 기능도 그대로 유지한다는 걸 전제로 했다”며 “명칭에서 오해의 소지가 조금 있을 수 있는데 입법 과정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21일 대구시, 경북도, 행정안전부, 지방시대위원장 4개 기관장이 모여 대구경북해정통합을 위한 공동합의문을 작성했다. (사진=대구시)

경북도 설명에 기초하면 향후 대구경북통합이 입법 단계에 이르게 될 경우, 합의문에서 정한 ‘대구경북특별시’라는 명칭을 변경하거나, 대구경북특별시 아래에는 시·군·구를 모두 둘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 개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행정안전부 미래지향적지방행정체계자문위원회에서도 관련된 논의가 일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혜수 경북대 교수(행정학, 전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장)은 “지방자치단체의 관할을 정하고 있는 지방자치법 3조에 대구경북특별시 아래에 시·군·구를 둘 수 있도록 개정하면 된다”며 “예를 들어 ‘부’라거나 ‘주’라는 명칭을 쓰면 시도지사의 권한을 주고 있는 개별법 5,400여 개를 모두 개정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는데 지방자치법을 개정하면 그런 문제도 없고, 서울의 경우에도 김포, 고양 편입을 하려면 같은 개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입법 추진 과정에서 구체적 논의가 필요한 숙제를 남기긴 했지만 4개 기관이 합의에 이르면서 대구경북행정통합은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합의문 7항에서 의견수렴 절차는 경북도의회와 대구시의회 의견 청취를 원칙으로 하고, 충분한 주민 의견수렴을 위해 노력한다고만 정해서 잠시 갈등을 빚었던 주민투표 문제도 일단락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른바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되는 통합에 대한 반대 여론은 남은 상황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논평을 내고 “거친 행정의 표본”이라며 4개 기관 합의를 평했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제일 문제는 시민이 없고 로드맵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런 행정통합은 광역단체장의 거친 설전 후에 나온 시민의 비난을 미봉책으로 덮겠다는 2차 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지난 17일 대구경북(통합)우리손으로 준비위원회도 입장문을 내고 “ 대구시와 경북도는 이번 중재안을 기반으로 통합 논의를 이어가되 두 자치단체와 정부 중심으로 의견을 조율할 것이 아니라 두 지역 주민 의사를 적극적으로 수렴해 통합안을 마련하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