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탄소인간’의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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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티슈 사용, 음식 포장, 안 입는 옷 버리기, 택배, 자가용 이용 등 주말 하루 일상을 대충 되짚어 봐도 탄소배출량이 벌써 5.432kg이다. 먹거리는 더 심각하다. 저녁은 도보로 집 근처 돼지갈비집을 찾았고, 아침 겸 점심으론 집에서 만든 샐러드 파스타와 라떼 한잔을 먹었다. 과자와 빵 같은 군것질도 좀 했다. 이것만 해도 12.112kg이다.

그 외에도 세탁기나 자동차, 의류, 주방가전, 가구에서부터 에너지(물, 가스, 전기)나 인터넷 서비스도 따져봐야 한다. 심지어 반려동물로 인한 탄소배출은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거다. 강아지(1마리)는 2,110gCO2e, 고양이(1마리)는 849gCO2e로 계산해야 한다. 의류 같은 소비재를 일일이 기입하는 단계에서 결국 공란을 채우는 것을 중단했다. 올해 초 이사를 하면서 적지 않은 가전제품과 가구, 집기들을 구입했다. 나는 영락없는 ‘탄소인간’이다.

지난 7월 녹색전환연구소와 <한겨레21>은 ‘1.5도 라이프 스타일로 한 달 살기’ 공동 기획을 진행했다. 지난달부터 대구에서도 같은 도전이 진행 중이다. 대구광역시환경교육센터 주관으로 지역에서 참가자들이 자신들의 탄소 배출량을 매일 기록하고, 이를 줄여나가는 노력을 실천 중이다. [관련기사=대구시민 63명이 도전하는 ‘1.5도 라이프 한 달 살기’···정책 제안 목표로(‘24.10.21)]

▲ ‘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으로 모인 시민들이 대구시청 앞에서 기후위기 문제를 환기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장정희 당시 녹색당 사무처장은 이산화탄소 감축을 촉구하는 ‘탄소인간’을 통해 탄소 중립을 위한 행동을 촉구했다. (뉴스민 자료사진)

탄소배출량 차이는 이동과 먹거리, 주거형태에 따라 생긴다. 육식이 기본값인 식문화부터 일상적으로 하는 온라인 쇼핑, 자가용 이용 등이 탄소발자국의 주요 배경이다. 반대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먹거리에선 외식과 육식, 커피, 배달을 줄여야 한다. 소비 역시 최소화하거나 중고 물품을 활용하고, 수선과 재활용 같은 전략이 요구된다. 교통에선 대중교통이나 공공자전거 이용, 승용차 주행거리 줄이기 같은 알지만 실천이 어려운 과제도 있다.

탄소감축 도전에 나선 참가자들은 생활에서 세탁을 줄이거나 온수 덜 쓰기 같은 방법을, 여가 전략에선 장거리 여행 최소화 같은 방법도 생각해냈다. 탄소감축 계산 항목 가운데 샤워시간 1분 줄이기나 TV시청 1시간 줄이기, 냉방용품 사용 줄이기, 재생에너지 설치 같은 보기도 제시됐다.

우리 삶과 사회에 더 많은 보기가 등장하면 어떨까. 더 많은 채식 선택지가 있다면, 고장 난 물건을 수선할 수 있는 공공기관 창구와 매장이 있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의 실천을 넘어선 더 많은 사회적 고민이 모인다면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장바구니나 다회용컵 사용만으로는 심각한 지구의 기온 상승를 되돌릴 수 없다. 우리 사회가 공동 과제로 탄소 줄이기를 해나가기 위한 치열한 대안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지금 진행 중인 대구에서의 ‘1.5도 라이프’를 위한 도전도 그래서 기대가 된다. 참가자들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뉴스민>에서도 참가자들의 취재를 계획하고 있다. 참가자들의 고민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탄소인간’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