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폭피해자단체들, “피해자 절규가 일본 내 피폭자 문제로만 각인되어선 안 돼”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 등 5개 단체 공동 성명
“미국의 원폭투하 원죄, 일본의 가해 책임 면죄되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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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 한국원폭피해자2세환우회 등 국내 원폭피해자단체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일본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피단협)를 축하하면서도, 피폭의 피해가 일본 내 피폭자 문제로 국한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벨위원회는 2024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일본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를 선정했다.

15일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 합천원폭자료관, 한국원폭피해자후순회, 한국원폭피해자2세환우회, 합천평화의집 등 5개 단체는 성명을 내고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그동안 원폭피해자의 고통을 증언해 왔던 일본 피단협 피해자들의 절규가 일본 내 피폭자들의 문제로만 각인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일제의 한반도 침략과 전쟁 가해로 비롯된 미국의 원폭투하의 원죄인 일본의 가해 책임이 면죄되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유일한 피폭국이라고 주장하고 전쟁을 일으킨 가해 책임을 이번 수상을 계기로 일본의 두 얼굴, 특유의 배외주의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지 않을지 참으로 우려된다”며 “수상을 계기로 일본 정부는 전향적인 자세로 전쟁 가해와 강제동원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공식 사죄하여야 한다. 미국 또한 민간인을 대상으로 반인류적, 반생명적인 핵무기를 투하한 행위에 대해 공식 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일본 피단협의 수상을 통해 대선을 앞둔 미국이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의 핵감축 등 군사력 유지정책에 변화의 계기가 되길 바라며 각성을 촉구한다”며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이스라엘 등 핵무기 보유국과 한국, 일본 등 잠재국들은 핵무기 자체를 근절할 수 있는 유엔의 TPNW(핵무기금지조약)을 비준하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원폭피해자는 일제에 강제동원되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10만여 명이 피폭되고 5만여 명이 유명을 달리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피폭자 보유국”이라며 “일제의 식민지 지배와 함께 국민 권리와 보편적 인권을 유린당한 피해국으로 피해자가 많은데도 미·일 중심의 국내 정치 질서 속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무시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현재 한국에는 부모가 일본에 강제동원되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삶을 유린당한 채 피폭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태어나면서부터 천형과 같은 질병을 안고, 치유할 수 없는 심신 질환을 앓으면서도 정부와 사회의 무관심 속에 힘들게 살아가는 원폭피해자 2, 3세들의 절절한 삶이 계속되고 있다”며 “아직도 법적인 피폭자로 정의되지 못하는 존재로 삶을 이어가고 있는 피폭 2, 3세들의 현실에서는 이 나라가 국민 보호와 인권이 보장된 정의로운 국가이며 사회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한국의 한 많은 원폭피해자 1세와 2세 등 후손들과 지원단체들은 일본 피단협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이를 계기로 한국의 원폭피해자는 물론 세계의 수많은 피폭자들에게 절망에서 희망의 대물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관심과 성원이 많아지길 소망한다”며 “지구촌의 핵무기 폐기와 핵발전소가 사라지는 “핵없는 세상”이 구현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1일(현지시각) 노벨위원회는 일본 피단협을 2024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피단협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의 피폭 생존자들로 결성된 풀뿌리 민간단체로, 1956년 결성됐다.

노벨위원회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이루고, 핵무기는 결코 다시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증인들의 진술을 드러낸 공로”를 인정했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이 시점, 핵무기가 가장 파괴적인 무기임을 상기해 볼 가치가 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