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구 남구 전세사기 임대인 조 씨 징역 13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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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남구에서 100명 넘는 피해자를 양산한 전세사기 임대인 조 모 (67) 씨에게 징역 13년형이 선고됐다. 조 씨에게 보증금 8,4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한 한 30대 여성은 지난 5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기에도 지속적으로 임대차 계약을 해 피해를 확대시켰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조 씨는 2020년 12월부터 2024년 3월까지 남구 대명동 일대 다가구주택 등 건물 12채를 임대하며 임차인 104명으로부터 임대차 보증금 88억 원 가량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관련기사=신혼부부 꿈, 초년생 희망까지 모두 앗은 ‘조 씨 일가’ 전세사기(‘24.5.23.))

대구지법 형사11단독(재판장 전명환)은 15일 오후 2시,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 된 조 씨에게 징역 13년형을 선고했다.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조 씨가 범행을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임대차 계약 체결 당시 조 씨는 임대차에 따른 수익 외 다른 수익이 없었고, 소유한 전체 다가구 주택의 잔존 가치가 근저당권의 채권 처분과 선순위 임대 보증금보다 훨씬 낮았음에도, 피해자들에게 해당 임대차 목적물만으로 보증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거나 충분한 자력이 있다고 속였다. 선순위 임대차 계약이 전세 계약임에도 월세 계약이라고 속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상당수가 20~30대 사회초년생으로 임대차 보증금이 전 재산에 해당하는 점, 사회초년생이 아니라 하더라도 빌라에 세 들어 사는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은 재산 대부분임을 추측할 수 있는 점,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목숨을 끊은 피해자도 있는 점, 자기 잘못을 진지하게 뉘우친 것인지 의문이 드는 점 등을 피고인에게 불리한 점으로 봤다.

다만 재판부는 이번 재판 과정에서 검찰 공소사실 가운데 피고인 소유 담보 가치가 임대차 보증금 합계액보다 높았을 당시 이뤄진 계약 행위는 무죄로 판단했다. 때문에 법원이 인정하는 이번 사건 피해자는 전체 87명이고, 피해액은 71억 원 가량으로 집계된다.

피해자 A 씨(39)는 “15년 구형도 성에 차지 않는데 13년형이 나왔다. 보증금을 하나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한테는 답답한 결과”라며 “지난 8월 인천 전세사기 임대인이 2심에서 7년형을 받은 걸 보고 충격받았다. 1심에서 받은 징역 15년이 절반 이상 줄었다. 피해자들을 기망하는 행위다. 조 씨도 아마 항소할 텐데, (형이 줄어들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검찰 구형보다 낮은 징역 13년형이 나온 것이 다소 아쉽지만, 피해자들의 심각한 경제적 타격과 사라진 일상, 잃어버린 삶에 대한 희망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고자 한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하지만 이후 항소심 등을 통해서도 반성조차 없는 가해자에게 더 이상의 관용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