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유권자, 3가지로 유형화 가능···기후위기MBTI 응답 분석 결과

진상현 경북대 교수, 한국주관성연구학회 학술지 발표 논문
기후변화 관련 유권자 인식유형 분석 :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중심으로
강제적 국가규제 vs 자발적 차량중독 vs 개인적 생활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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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를 정치 의제화하고 이를 중심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고자 하는 정치 세력에게 도움이 될만한 유권자 인식유형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4.10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뉴스민이 제작한 ‘기후로운 투표생활 유형분석’, 일명 기후위기MBTI 응답 데이터를 중심으로 진상현 경북대 교수(행정학)가 실시한 분석이다. 진 교수는 “연구의 1차적 성과는 유권자들 사이에 존재했던 강제적 국가규제, 자발적 차량중독, 개인적 생활실천이라는 3개 인식유형을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진상현 경북대 교수, 한국주관성연구학회 학술지 발표 논문
기후변화 관련 유권자 인식유형 분석 :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중심으로

▲진상현 경북대 교수는 한국주관성연구학회 학술지 <주관성 연구>에 발표한 논문 ‘기후변화 관련 유권자 인식유형 분석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중심으로’를 통해 기후유권자로 3가지로 유형화한 분석 결과를 내보였다.

9월 발간된 한국주관성연구학회 학술지 <주관성 연구>에는 진상현 교수의 논문 ‘기후변화 관련 유권자 인식유형 분석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중심으로’가 게재됐다. 논문은 Q방법론을 활용해 선거 기간 중 뉴스민의 기후위기MBTI에 참여한 응답자 266명이 주어진 40개 진술문에 답한 것을 분석한 결과를 담아냈다.

뉴스민의 기후위기MBTI는 ‘기후위기 걱정으로 일상적인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 ‘재생에너지 RE100과 무탄소에너지 CF100의 차이를 알고 설명할 수 있다’, ‘탄소중립 정책이 단기적으론 내게 손해를 미치더라도 지지할 수 있다’ 등 기후위기 관련 개인 인식을 알 수 있는 진술문 40개를 토대로 유권자 유형을 분류하고, 선거 국면에서 기후위기 이슈를 환기하기 위한 의도로 마련됐다.

응답자들은 ‘매우 그렇다’, ‘조금 그렇다’, ‘그저 그렇다’, ‘조금 그렇지 않다’, ‘매우 그렇지 않다’ 등 5점 척도로 마련된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40개 질술문에 답하면 ‘기후로운 흰수염고래’, ‘현실적인 펭귄’, ‘저돌적인 햄스터’, ‘배부른 비둘기’ 등의 유형이 제시됐다. 전체 응답자는 269명이었지만 진 교수는 이중 불성실한 답변을 제외한 266명의 응답을 분석했다.

첫 번째, 강제적 국가규제 유형
정부 차원 규제 강화에 동의하고,
정책에 대한 입장도 명확
“지금보다 강력한 대책 수립 요구”

▲강제적 국가규제 유형은 전반적으로 정부 차원의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드러냈고, 정부 정책에 대한 자신의 판단과 입장도 명확히 강조하는 특징을 보였다. (이미지=Microsoft designer)

진 교수는 분석을 통해 3가지 유권자 인식유형을 확인했다. 첫 번째 인식유형은 ‘강제적 국가규제’로 이름 붙여졌다. 강제적 국가규제 유형은 전반적으로 정부 차원의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드러냈고, 정부 정책에 대한 자신의 판단과 입장도 명확히 강조하는 특징을 보였다.

예를 들어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같은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조속히 시작해야 한다’, ‘2022년 6.7%인 재생에너지 전기 비중을 2030년 40%까지 늘려야 한다’ 같은 정부 규제를 요하는 진술문에서 다른 유형보다 강한 긍정을 드러냈다. 또, ‘윤석열 정부의 원전 신규 건설과 노후 원전 수명 연장은 적절한 정책이다’, ‘2030년 산업 부문 온실가스 목표 14.6%에서 11.4%로의 강화는 적절하다’ 등의 진술문에서 다른 유형보다 강한 반대 견해를 보였다.

진 교수는 “제1유형(강제적 국가규제)은 기후위기 대응 관련 온실가스 감축 전략으로서 시장 메커니즘의 활용이나 경제적 유인보다 정부의 적극적 규제 및 환경정책의 강화를 통해 배출량을 강제로 감축해야 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친기업적 성향으로 인해 온실가스 감축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던 과거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바탕으로 지금보다 강력한 기후변화 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인식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자발적 차량중독 유형
기후변화 심각한 사회 위기로 인식하지만
국가규제나 개인 실천에 강한 거부감
“편리한 현대 문명에 구속돼 벗어나지 못해”

▲자발적 차량중독 유형은 강제적 국가규제 유형과 마찬가지로 기후변화를 심각한 사회 위기로 인식하고 있지만, 해결책은 그와 정반대로 국가규제에 부정적이고, 개인의 실천에도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미지=Microsoft designer)

두 번째는 ‘자발적 차량중독’ 유형이다. 자발적 차량중독 유형은 강제적 국가규제 유형과 마찬가지로 기후변화를 심각한 사회 위기로 인식하고 있지만, 해결책은 그와 정반대로 국가규제에 부정적이고, 개인의 실천에도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예를 들어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기업의 연구개발·설비확충을 지원해야 한다’, ‘한국의 RE100을 달성하기 위해선 기업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다’ 같은 진술문에서 다른 유형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지지를 보였다. 또,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면, 운행하는 차량을 폐차할 수 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출퇴근시,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을 수 있다’ 등의 진술문에선 다른 두 유형은 찬성했지만 자발적 차량중독 유형은 강하게 반대하는 태도를 보였다.

진 교수는 “제2유형은 기후변화 이슈에 대해 알고 있긴 하지만, 개인적 불편함을 감수할 정도의 강력한 규제에 대해선 거부감을 느끼는 신념 체계”라며 “결과적으로 기업에 대한 지원 및 인센티브 확대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국이 저탄소 국가로 전환에 성공하지 못한 근본적 원인에 대한 성찰은 부족한 인식 유형이다. 자동차라는 편리한 현대 문명에 구속되어 벗어나지 못하는 ‘자발적 차량중독’으로 명명될 수 있다”고 평했다.

세 번째, 개인적 생활실천 유형
가장 높은 개인 실천력 피력하지만
국가 정책에 대한 비판적 인식 약해
“학교나 언론 통해 지구온난화 학습”

▲개인적 생활실천은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높은 개인 실천력을 피력하지만, 국가 정책에 대한 비판적 인식은 약한 특징을 보였다. (이미지=Microsoft designer)

마지막은 ‘개인적 생활실천’ 유형이다. 개인적 생활실천은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높은 개인 실천력을 피력하지만, 국가 정책에 대한 비판적 인식은 약한 특징을 보였다.

진술문을 통해 보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출퇴근시,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을 수 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가정용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할 의향이 있다’ 등에서 다른 유형보다 크게 높은 실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2030년까지 35% 이상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탄소중립기본법은 적절하다’는 진술문에서 세 유형 중 가장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현실에 만족하는 편”으로 분석됐고, ‘무탄소에너지 CF100 보다 재생에너지 RE100이 더 바람직한 기후 대책이다’는 진술문을 통해 세 유형 중 유일하게 CF100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진 교수는 “제3유형(개인적 생활실천)은 학교에서 또는 언론매체를 통해 지구온난화를 학습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기후변화를 체감하진 못한 상태에서 자동차 운행 감축이나 태양광 설치 같은 실천성이 강한 의식을 지님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차원의 국가 정책에 대한 비판은 약한 유형”이라고 짚었다.

끝으로 진 교수는 각 유형의 차이점 뿐 아니라 공통점을 짚으면서 “서로 다른 가치관과 인식 체계 사이에서의 합의 형성이 가능한 영역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진 교수에 따르면, ‘사회적 도전과제 중 기후위기가 가장 심각한 문제다’라는 진술문에서 세 유형은 모두 유사한 강도로 긍정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기후재난은 준비하면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는 진술문에선 유사한 강도로 부정하는 태도를 보여서 기후위기가 심각한 문제이지만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는 모습을 보였다.

진 교수는 “2022년과 2024년 여론조사 모두 공통적으로 기후 문제에 관심 있는 유권자들이 적극적 투표 행위에 대한 낙관적 전망 보여주고 있다”며 “반면 이번 주관성 분석에서 확인된 신념 체계들 가운데 기후변화 의제에 반대할 가장 강력한 가치관이 바로 ‘자발적 차량중독’ 유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국가규제에 반대할 뿐 아니라 개인적 불편을 감수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기존 환경운동 진영의 주장에 거부감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며 “기후정치가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선 이들에 대한 설득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즉 자가용에 중독된 이들에게 걷고 달리는 생태 도시의 삶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거부감을 줄이는 현대 사회의 구조 전환이 함께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