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항쟁 78주기 위령제···“국가폭력 진상규명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1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 용계리 있는 위령탑서 열려
유족들, 정부에 상시 진상규명·배보상·미래세대 교육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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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요 아버지 어머니
한 서린 담배 연기 타고 오세요
오세요 아버지 어머니
산발한 머리카락 타고 오세요
대구역 공화당길 붉은 물든 길 걸어
가창골로 오세요
10월의 하얀 구절초 곱게곱게 핀
사랑 길만 짚어 오세요
해방이 되어도 뒤틀린 이 세상
건국의 푸른 꿈 안고
생존과 자주와 민주 외치고
소식 끊어진 아버지
사랑하는 부모 처자 뒤로 두고
가세요 가세요 10월의 그리운이여
사랑길만 짚어 가세요

-10월 그리운이여, 10월항쟁 유족회 작사·문진오 작곡

1일 오전 대구 달성군 가창면 용계리 10월항쟁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에서 열린 합동위령제에서 ’10월의 그리운이여’가 울려 퍼졌다. 대구 10월항쟁 78주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74주기 합동위령제를 통해 유족을 위로하고 민간인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위령제에는 200여 명이 참석했고, 추모제 입구에는 추모시와 유족회 활동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사진전도 열렸다.

▲ 1일 오전 대구 10월항쟁 78주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74주기 합동위령제가 대구 달성군 가창면 용계리에 있는 위령탑에서 열렸다. 위령제를 통해 유족들을 위로하고 민간인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유족들은 정부에 국가폭력으로 인한 진상규명이 상시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진실규명과 배·보상을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 미래세대에 10월항쟁과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에 대한 올바른 교육도 강조했다.

위령제는 식전 행사로 혜강스님(대한불교조계종 능화사 주지스님), 장수연 목사(대구경북목화자정의평화협의회 상임대표), 성용규 신부(신평천주교회 주임신부)가 차례로 종교의례를 진행했고, 오구굿(김동언·김동열 제23호 부산기장오구굿보존회 보유자)과 함께 ’10월항쟁을 기억하는 시민모임 4610’의 공연도 펼쳐졌다.

시민모임은 ‘시월이 동백에게’, ‘그날이 오면’을 통해 10월항쟁의 의미를 되새겼다. 소프라노 이수아 씨는 ’10월의 그리운이여’, ‘얼굴’ 등 추모의 노래를 불러 유족을 위로했다. 10월의 그리운이여는 유족들이 가사를 붙인 노래다.

▲ 10월항쟁 78주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74주기 합동위령제에서 채영희 (사)10월항쟁유족회 이사장 분향재배를 시작으로 전통제례도 이어졌다.
▲ 10월항쟁 78주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74주기 합동위령제에서 오구굿(김동언·김동열 제23호 부산기장오구굿보존회 보유자)이 열리고 있다.
▲ 10월항쟁을 기억하는 시민모임 4610 공연도 펼쳐졌다. 시민합창단은 ‘시월이 동백에게’, ‘그날이 오면’을 통해 10월항쟁의 의미를 되새겼다.

합동추모제에서 채영희 이사장은 “우리는 그해 10월을 기억하고 노래하며 아름다운 가창골에 다시 모였다. 우리 부모 형제가 재판 절차도 없이 학살당한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며 “이 공원을 ’10월 평화공원’으로 만들어 많은 이들이 찾아와 억울하게 가신 영혼을 위로할 수 있게 하자”고 말했다.

임미애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도 참석해, “원혼들 뿐 아니라 살아있는 우리를 위로하는 자리가 아닐까 한다”며 “국회 내에서 10월항쟁과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이 자리에 참석한 정치인이 없다고 하는 사회자의 말에 가슴이 뜨끔하다. 유족분들의 목소리를 국회 내에서 낼 수 있도록 함께 하겠다”고 언급했다.

김일수 10월항쟁을 기억하는 시민모임 4610 대표는 시민모임의 활동을 소개하며 시민 참여를 독려했다. 김 대표는 “올해 대구 시민들이 10월항쟁의 역사적 의미를 알리고 기억하기 위해 시민모임을 발족했다. 10월항쟁 강연회를 개최했고, 매달 학술모임과 10월노래단 활동을 하고 있다”며 “이달 말에는 시민 대상 ’10월의 길’ 답사를 추진하고, 앞으로 ‘일제강점기 대구 독립운동아카데미’와 ‘4610 인문학 아카데미’도 계획하고 있다.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 임미애(더불어민주당, 비례) 국회의원도 위령제에 참석해 추모사를 전했다.     

홍준표 시장은 올해도 위령제엔 불참했고, 변순미 행정과장이 추모사를 대독했다. 홍 시장은 “앞으로 우리 시도 지역의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무고한 희생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 나가겠다”며 “다시 한번, 10월항쟁을 비롯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분들의 영령을 추모하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한편, 이달 ’10월 항쟁 78주년 기념사업’이 대구 곳곳에서 전개된다. 지난달 30일 10월항쟁 전야예술제를 시작으로 ▲10월항쟁 진실규명·명예회복 및 정신계승 78주년 대구경북시도민대회(1일 오후 7시, 대구 중구 중앙로 한일극장 앞) ▲10월 문학제(5일 오전 11시, 가창골 10월항쟁 위령탑, (사)한국작가회의 대구경북지회 주최) ▲10월항쟁 78주년 기념 강연회(10일 오후 4시,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10월항쟁 78주년 김천지역 10월항쟁 유적지 답사(11일 오전 9시,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주최) ▲대구노동역사기행(26일 오전 8시 30분, 대구노동운동역사자료실·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주최) 등이 열린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