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통합 무산 책임자들은 무얼하나?···대구·경북 지방자치 비전 토론회

10:17
Voiced by Amazon Polly

“양 지도자의 정략적 발상으로 의심되는 요인이 일을 그르친 바 크다는 지적도 있지만 책임진 사람은 없다고 한다. 책임져야 할 사람한테는 말이 없고 괜히 옆에 있는 박 의장한테 물러나라고 하는 유탄을 맞으셨다. 평소에 궁금했는데, 그때 기분이 어떠셨나?” (김태일 대표)

“선출직한테 임명직이 그렇게 발언하게 되면, 공무원법에도 걸릴 것이고, 선거법에도 저촉될 것이지만, 수석대변인이 너그럽게 봐주자고 하더라. 정치적으로 끌고 갔으면 또 한 번 파장이 올 수도 있다. 대구시 기획조정실장 개인의 뜻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두 번 다시 그런 일은 없도록 경고를 줬으니 괜찮을 거다” (박성만 의장)

“임명직 고위 공무원이 국민의 민의의 대변자, 주권의 대변자인 선출직에게 물러나라, 마라 하는 건 법적 문제 이전에 도의회 수장에게 그렇게 손쉽게 물러나라고 이야기할 정도면, 일반 시도민에 대한 태도는 어떨까를 가늠할 수 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 장면을 보고 분노했다. 요즘 말로 격노했다” (김태일 대표)

“제가 이 자리에서 처음 밝히지만, 그 일이 있은 후 대구시의회 이만규 의장에게 강하게 어필은 했다. 전국 17개 시도 의회가 바라보는데, 임명직 고위 공직자가 선출직 시도의회, 그것도 의장에게 물러나라고 하는 걸 용서하는 것은 대구시의회가 직무유기다. 엄중 조치를 하는 것은 전국 광역의원의 위상 제고도 있다. 특히 시·도의원에게 그렇게 공직자가 발언하면 우리 시도민들에겐 어떻게 대하겠느냐는 거다. 이 부분에 대해선 심각하게 인식하고, 차제에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 (박성만 의장)

지난 26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선 대구경북 브레이크뉴스가 주최하고, 대구경북인터넷기자협회가 후원한 ‘미래를 이끄는 리더십, 대구경북의 지방자치 비전’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태일 공감연대 공동대표(전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장)와 토론자로 나선 박성만 경북도의회 의장은 지난 8월 대구시와 경북도 간 행정통합 논의가 무산되는 과정에서 대구시 기획조정실장이 박 의장을 향해 의장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한 일을 두고 같은 의견을 주고 받았다.

지난달 28일 황순조 대구시 기획조정실장은 박 의장이 홍준표 대구시장을 향해 도 넘는 막말을 하고 있다면서 의장직 사퇴를 촉구했고, 의장직을 사퇴해야 행정통합 논의를 재개할 여지가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당시 박 의장은 홍 시장이 사퇴하면 자신도 사퇴할 것이라며 맞섰다. 이후 대구와 경북의 행정통합은 사실상 무산을 확정했다.

대구경북의 지방자치 비전을 모색하기 위해 열린 토론회는 행정통합 논의가 허무하게 무산되는 과정,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추진이 삐걱대는 과정에서 지역 단체장들의 리더십을 평가하고, 지역발전을 위한 리더십을 모색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김 대표가 좌장을 맡고 박 의장을 포함해 정상환 변호사, 이규현 대구CBS 국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특히 이들은 대구경북통합 무산을 두고 두 단체장의 책임론을 추궁하고, 추진 과정에서 합당한 리더십이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26일 대구경북 브레이크뉴스가 주최한 ‘미래를 이끄는 리더십, 대구경북의 지방자치 비전’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정상환 변호사, 김태일 대표, 박성만 의장, 이규현 국장.

박성만 의장은 “대구와 경북 시도지사는 정치적으로 경륜이 있고 지도력이 있는 분들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앞으로 양보하고 타협하는 과정에서 지도자 리더십을 누가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따라 통합의 물꼬가 터질 수도 있고, 아니면 영원히 가라앉을 수도 있다”며 “통합은 단순히 대구경북의 통합이 아니라 지방자치 부활 30년을 맞아 대한민국의 정치 시스템을 전환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정상환 변호사는 “중앙 정부 입장에서 대구경북 통합의 명분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대구시가 내세운 예산 절감, 행정 효율 명분은 설득력이 없었을 것이고, 경북도가 내건 지방분권은 설득력이 있다”며 “다만, 중앙 정부 입장에선 지방분권을 제대로 하려면 권한을 내줘야 하기 때문에 대구시와 경북도가 깊이 있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했지만, 두 지도자가 정치적 발상으로 접근해 실현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고 평했다.

이규현 국장은 “통합을 추진한 두 분이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통합이 무산되면서 시도민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것 아닌가 싶다. 시도민에게 이 기회에 사과하는 움직은 있어야 할 것 같다”며 “최근 지역 국회의원에게도 의견을 물어 본 적이 있는데, 대구시와 경북도가 합의를 하더라도 결국 국회로 가고, 민주당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 지금 분위기에선 전혀 안 먹힌다. 민주당을 압박할 수 있는게 뭐가 있겠느냐, 주민 투표를 통한 압도적 지지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태일 대표는 “관문형 의사결정이라고 말씀을 드린 바 있는데, 사회적 합의를 튼튼히 하지 않으면 뒤에 드러날 장애물을 돌파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민주당 설득 전에 이해관계가 다양한 국민의힘 내부 설득도 과제다. 그런 걸 돌파할 수 있는 힘은 시도민의 뜻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