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풀’보다 ‘케어풀’ 대구였으면···돌봄노동자 처우 개선 시급”

    대구 돌봄노동자 증언대회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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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기준 대구 합계출산율은 0.702명으로 전국 평균(0.721명)보다 낮은 하위권이고, 올해 4월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도 20%를 넘어서면서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사회가 고령화될수록 수요가 늘어날 돌봄 서비스 노동자들은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을까. 대구시가 민간위탁으로 운영하는 노인생활지원사, 아이돌보미 등 돌봄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을 점검하고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는 ‘대구시 민간위탁 생활지원사 아이돌보미 노동실태 증언대회’가 열렸다. 증언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지자체의 예산 배정, 이용자 의식 개선을 위한 교육 강화 등을 요구했다. (관련기사=돌봄수요 늘어나는데, 갈 길 먼 대구 노인생활지원사·아이돌보미 처우 개선(‘24.09.10))

    ▲25일 오후 1시 민주노총 대구본부 3층 대강당에서 ‘대구시 민간위탁 생활지원사 아이돌보미 노동실태 증언대회’가 열렸다. 증언대회는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민주노총 대구본부 부설 노동상담소가 함께 주최했다.

    증언대회는 노동자들의 증언에 앞서 ‘대구시 노인생활지원사·아이돌보미 노동현황과 개선과제 연구용역’ 중간 결과 발표가 이뤄졌다. 연구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기준 대구에서 일하는 노인생활지원사는 1,915명이고 아이돌보미는 1,431명이다. 이들은 정부 지침과 예산에 따라 일하지만, 대구시로부터 위탁받은 수탁기관에 고용된다.

    연구는 설문조사와 초점집단 면접으로 진행됐다. 설문조사에는 노인생활지원사 334명, 아이돌보미 108명이 참여했다. 증언대회에서 공개된 내용은 설문조사 주관식 응답과 초점집단 면접 응답에 집중됐다.

    노인생활지원사를 대상으로한 조사에선 이용자가 가사도우미로 알고 신청하거나 요양보호사의 역할을 요구하는 경우, 차량 제공을 요구하거나 성추행과 폭언 등 인권 침해가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는 답변이 여럿 확인됐다. 이를 바탕으로 노인생활지원사들은 ▲이용자 대상 교육이 강화돼야 하고 ▲센터에서 휴게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줘야 하며 ▲지자체에서 복지후생 수당 및 휴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개선 과제를 제시했다.

    아이돌보미 대상 조사에서도 이용자의 인식, 주변인(지역민)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나왔다. 이용자가 취소 고지를 사전에 하지 않거나, 센터와 이용자, 지역민의 직업군에 대한 인식 부재로 상시 감시하며, 근로시간 60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최소 근로시간 월 60시간 보장 ▲돌봄 대상자에 따른 수당 차등화 ▲장기근속 수당 보장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최종 연구보고서는 10월 중 나올 예정이다. 연구를 담당한 장지은 계명대학교 여성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대구시는 타 지자체에 있는 ‘노인돌봄노동자 권리보장 및 처우개선에 관한 조례’가 없다.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며 “아이돌보미는 관련 조례는 있지만 예산 배정이 없어 유명무실하다. 조례가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구시장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 연구원은 “파워풀보다는 케어풀 대구가 되면 좋겠다. 돌봄으로 가득 찬 도시가 된다면 고령화, 저출생 이라는 오명을 벗어 모두가 살기 좋은 도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사자 증언에는 배연희 노인생활지원사, 구미숙 아이돌보미가, 토론에는 이용순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대구본부 사무국장이 참석했다.

    이어진 노동자 증언 시간에는 배연희 노인생활지원사, 구미숙 아이돌보미 등이 나서 노동 실태를 증언했다. 배연희 지원사는 “다른 돌봄서비스보다 방문 서비스 횟수가 많아 이동 경비가 많이 소요되는데도 이동 수당이 없고, 전화 문의나 전용 앱 사용으로 인한 휴대폰 사용 빈도가 높은데도 통신비가 지급되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생활지원사는 업무 시 필수적으로 ‘맞춤광장’ 어플을 사용한다. 이 어플을 사용하면 GPS 위치 확인이 가능해 인권 침해 논란이 있다. 이는 생활지원사로 하여금 대상자의 요구를 수용하기 보다 근무지 이탈 없이 그 자리에 머물게 하는 수단이 된다. 심지어 노인맞춤돌봄이 아니라 ‘앱맞춤 돌봄’이라는 말도 나온다”며 “손금을 봐준다며 손을 덥석 잡거나 막말, 퇴근 후 전화로 욕설 등 사례도 있다.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고 싶어도 고용이 달려 있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구미숙 아이돌보미도 “대구는 편도 3km 이상이 돼야 교통비가 지급되며, 근속수당은 전혀 지급되지 않고 있다. 경기도 등 다른 지역은 여러 항목의 처우개선비가 지급되고 있다”며 “이용자 가정의 갑작스러운 취소로 실질적인 실업 상태에 놓이는 경우, 아이돌보미를 비인격적으로 대하거나 비상식적인 요구를 하고 업무 외의 일을 요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라고 전했다.

    이용순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대구본부 사무국장은 “가장 급한 건 고용불안을 해소하는 일이다. 보건복지부에서 ‘가급적’ 민간위탁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라고 하다 보니 기관에서는 노인생활지원사를 1년 단위로 계약한다. 고용유지, 고용승계를 통한 고용안정을 이뤄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