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5백 명이 서울역 집회를 위해 성주를 비운 21일, 또 다른 1천5백여 명의 성주군민들이 9번째 촛불을 밝혔다. 또,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서울에서 내려오는 모든 버스가 성주로 돌아올 때까지 돌아가지 않고, 고생한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사드 배치 결사 반대”를 외쳤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군민 도착때까지 촛불집회 하기로 약속
“대한민국을 지키겠다고 촛불집회 나온 여러분이 영웅”
저녁 8시 성주군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서울역 집회 참석 때문인지 처음에는 5백여 명밖에 모이지 않았지만, 집회가 끝나갈 무렵인 저녁 10시 30분께는 1천5백여 명이 촛불을 밝혔다. 참가자들은 촛불집회 시작과 함께, 서울에 올라간 이들이 모두 돌아올 때까지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9번째 집회는 그동안 앞에서 나서지 않았던 이들이 자유발언자로 이야기를 많이 꺼냈다.
일 때문에 서울에 올라가지 못했다는 한 군민은 “성주군민뿐만 아니라 사드 배치를 반대하시는 분들 다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한다. 일이 손에 안 잡혀서 팩트TV를 보면서 같이 함성 지르고 박수치고 했다. 옆에 같이 일하는 분들도 함께 박수치고 외쳐주더라”며 “정말 고맙고 고생많으셨다”고 말했다.
다른 한 군민은 “30년 동안 장사하다가 몇 년 전에 성주로 들어왔다. 참담한 마음이 든다. 우리군민들이나 경북 사람들이 대통령 선거할 때 80% 이상이 1번을 찍었다. 우리 이야기를 대표로 해달라고 뽑았는데, 미국에 끌려다니고, 힘없는 대한민국 모습을 보니 억울하다”며 “앞으로 나는 진짜 선거가 있다면 빨간색은 안 찍겠다. 우리가 뜻을 이룰 때까지 건강도 챙기고 다들 힘내자”고 말했다.
성주읍 주민 황갑숙 씨는 “오늘 서울서 삭발식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희도 돌아가면서 하루에 10명씩이라도 여기 앉아서 삭발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요즘 시대 영웅이 없다고 하는데 여러분들 옆을 한 번씩 봐 달라. 어떻습니까. 대한민국을 지키겠다고 촛불집회에 나온 여러분들이 이 시대 영웅”이라며 힘을 북돋웠다.
내년 참외농사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월항면 주민은 “농협에서 내년 농자재 신청을 하라고 하더라. 그걸 보는데 한숨이 났다. 전자레인지 참외라는 이야기도 있고…마음이 답답하고 눈물이 난다”며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텔레비전을 눈이 빠져라 본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마디 할 때마다 성주사람을 버린 것 같더라. 그렇게 찍어줬는데…내 발등 내가 찍은 것 같고. 하지만 끝까지 사드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내자”고 말했다.
성주여고에 다니는 한 학생은 “갑자기 사드 소식을 듣고, 잘 모르니까 검색도 해보고 찾아봤다. 찾아볼수록 정부의 억지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6km 안에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구역이라는데, 성주읍내까지는 2km다. 되고 싶지 않는 관계자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발전기 소음 문제도 상설전기를 쓰기 때문에 괜찮다고 한다. 그런데 상설전기 쓰려면 송전탑을 지어야 한다. 거기서도 전자파가 나오지 않느냐. 성주군민 70%가 참외농사를 하고 있다. 취미가 아닌 생계수단이다. 그냥 인구가 적으니까 성주에서 나가라는 말로 들린다. 인구가 적으면 국민이 아닌 게 되는 것도 아닌데. 우리 목숨은 자기네들과 상관없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사드 반대에 바깥 세력, 안 세력이 없다”
사드반대대경대책위 성주 촛불집회 참석해
“5만 성주군민, 5백만 대구경북민, 5천만 국민이 함께 사드 막자”
정부와 언론이 ‘외부세력’ 운운하고 있지만, 성주군민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22일 저녁 대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열리는 ‘사드 반대 평화 집회’를 앞두고 김두현 사드배치반대대구경북대책위 집행위원장이 촛불집회장을 방문했다.
김두현 집행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와 국방부는 아무래도 잘못 건드린 것 같다. 여러분들은 이미 이기고 있습니다. 정부가 아무리 흔들어대도, 보수언론이 아무리 왜곡해도 여러분들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며 “그 투쟁에 함께 하겠다. 5만 성주군민, 5백만 대구경북민, 5천만 국민이 함께 사드 배치 막아내자”고 말했다.
이수인 투쟁위 기획실무팀장은 “백악관 청원 서명운동에 10만 명이 필요하다. 8월 14일까지인데 우리의 목표는 1백만 명”이라며 “사드 반대에는 바깥 세력, 안 세력이 없다. 밖으로 많이 알려 달라”고 말했다. 현재(22일 오전 2시 기준)까지 사드 배치 반대 미국 백악관 청원 서명에는 9,933명이 참여했다. 8월 14일까지 10만 명이 서명하면 백악관으로부터 2달(60일) 내에 공식 논평을 얻을 수 있다.
지난 월요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고 온 이강태 씨는 “나라가 아무거나 가져다 놓지 못하게 하도록 하는 법안을 박주민 의원이 상정했다. 그러면서 정부 시책으로 삶의 터전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었던 분들도 만났다. 제주도 강정마을, 밀양 송전탑, 그리고 제주도 제2공항 예정지 성산읍 대책위 주민들을 만났다”며 “저희보고 안타까운 얼굴로 이런 말씀을 하더라. 분열되지 말라고. 뭔가를 주면서 주민을 갈라놓고 분열시킨다. 분열은 저들이 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태 씨는 “저들이 노리는 프레임에 말려들지 말고, 우리는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는 걸 반대한다, 절대 이 사실을 잊지 말자”고 강조했다.
가천면 주민 배현무 씨는 “강정 이야기하면서 보상으로 군민을 갈라치기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정부나 국방부는 사드 배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문제가 없으면 보상할 이유도 없다. 문제가 없다면서 보상할 이유가 뭐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투쟁위, 23일부터 서울 1인 시위 차량 지원키로
22일 사드반대대구경북대책위, 대구서 평화집회 예정
서울에 올라가 1인 시위를 담당하는 이희열 씨가 앞에 나와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 투쟁위가 1인 시위자에게 차량을 격일제로 지원하기로 했다. 오는 23일부터는 승합차량을 통해 서울에 올라갈 예정이다.
서울역 집회를 마치고 돌아온 김안수 투쟁위 공동위원장은 “절차를 무시하고 우리를 무시하고 인권을 짓밟으면 돌아서서 물게 된다. 정부가 각성할 때까지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며 “집행부에 다소 미흡하지만 여러 과정을 통해 조율해 나가고 있다. 정부처럼 어제 예정지, 오늘 최적지라는 발표 절대 안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양한 의견을 접수해서 토론하고, 참고 이러면서 결론을 내고 있다. 그러니 늘 믿어 달라”고 말했다.
한편, 사드배치반대대구경북대책위는 오는 22일 저녁 7시 대구 한일극장 앞에서 사드 반대 평화대회를 연다. 23일 오전 11시에는 성주 내 천주교 신자들이 사드 반대 평화 미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