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고양이별 소풍 배웅기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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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는 어떤 걸 좋아했나요?”

장례지도사가 물었다. 라떼 생일에서부터 입양 과정, 사망일, 사망 이유, 질병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 라떼가 싫어하는 것, 좋아하는 간식까지 세세하게 물었다. 상담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됐지만, 한 없이 짧게만 느껴지는 라떼의 11년 생애를 추억할 수 있는 기회였다.

지난 2일 림프종을 앓던 반려묘 라떼가 세상을 떠났다. 방문 전 예약을 하고, 부산 외곽에 있는 한 반려동물 장례식장로 갔다. 장례식장에선 보호자 이름, 반려동물 이름과 종, 몸무게 등 정보를 물었고 사진도 보내 달라고 했다. 당일 화장과 메모리얼 스톤까지 제작 하려면 늦어도 저녁 7시까지는 와야 한다고 했다. 장례식장 주차장에 들어서자, 장례지도사가 마중을 나왔고 두꺼운 담요에 쌓인 라떼를 대신 받아 주었다. 라떼는 염습실로 가고, 나는 상담실로 안내를 받았다.

상담을 통해 선택해야 할 것들도 다양했다. 기본 장례에서부터 수의나 관, 생화 장식 등 종류 따라 비용이 달라지는 패키지는 최소 25만 원에서 최대 85만 원까지 비용 차이도 컸다. 화장 후 유골을 확인할 것인지도 물었다. 화장 후 유골을 틀에 넣어 작은 돌로 만드는 ‘메모리얼 스톤’을 만들 것인지도 결정해야 했다. 여러 종류의 메모리얼 스톤 보관함 역시 골라야 했다. 선택이 쉽지 않을 땐 동행한 친구가 옆에서 조언을 해줬다. 친구는 4년 전 첫 반려묘가 당뇨로 무지개다리를 건너 장례를 치렀다.

별도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라떼와 마지막 시간도 가졌다. 모니터에 라떼 사진이 띄워졌다. 집에서 챙겨와 장례지도사에게 건넨 간식과 장난감도 어느새 라떼 옆에 놓였다. 6.8kg였던 녀석이 마지막에는 3.8kg로 떠났다. 통통하고 부드러운 털 대신 척추뼈 하나하나 느껴지고, 그루밍을 하지못해 여기저기 꼬질꼬질 하던 모습으로 바뀌었다. 장례식장에는 친구들이 동행해 함께 라떼를 추억하고 또 명복도 빌어줬다. 친구들은 장례 비용에 보태라며 조의금도 건넸다.

장례지도사는 시종일관 차분했고 정중했다. 장례지도사는 라떼 발도장을 찍은 작은 종이를 건넸고, 발에 묻은 잉크를 직접 닦으며 마지막으로 작고 말랑한 발을 만질 수 있도록 했다. 또 눈 앞에서 라떼의 털을 일부 잘라 건네 주었다. 라떼의 검은색과 흰색 털 일부를 손톱만큼 잘라 투명한 봉지에 담았다. 내 머리카락 한 올을 뽑아 라떼 발에 빨간실로 묶어주기도 했다. 장례지도사는 붉은 실이 가진 인연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이들은 반려동물의 죽음을 ‘무지개 다리 건넜다’고 표현한다. 또 ‘고양이 별’이나 ‘소풍’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늙거나 아팠던 반려동물이 더이상 아프지 않고 편하고 행복하라는 의미가 담았다고 생각한다. ‘반려인이 죽으면 먼저 간 동물이 마중을 나온다’는 말도 있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그 말이 위로로 다가왔다.

대기실에는 두통약과 커피, 차 등이 구비되어 있고, 벽면 한 켠에는 반려동물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 애정이 담긴 보호자들의 메모도 보였다. 더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 나에게 와줘서 많은 사랑을 표현해준 고마움, 더 이상 만질 수 없고 직접 볼 수 없다는 슬픔까지 하나, 하나 공감이 갔다. 화장과 메모리얼 스톤제작까지는 거의 자정이 되어서야 끝났다. 장례지도사는 메모리얼 스톤이 53알이 나왔다고 했고, 특이하게 청록색이 나왔다며 따로 보여줬다. 장례확인서와 라떼 사진을 인화한 액자 등과 함께 담아 나에게 주었다.

라떼가 떠난 후 상실감과 우울감, 죄책감, 후회, 무력감 등 여러 감정이 밀려 든다. 그때 항암치료를 했더라면,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더라면, 내가 잘 돌보지 못해 아프게 됐던 것이라는. 라떼가 점점 식욕을 잃어가던 중에 여러 종류로 사뒀던 츄르도 다 먹지 못하고 떠났다. 병원에서 처방 받은 약과 암에 좋다는 영양제도 많이 남았다. 라떼가 좋아하던 내 베개 위와 옷장 맨 아래 칸, 그리고 집안 곳곳에 배를 깔고 누워 있던 모습이 때때로 아른거린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