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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과 바람’로 비유되는 재생에너지 산업의 민간 기업 주도 현상이 우려를 낳고 있다. 국내 전기 발전원을 기준으로 가스발전소의 60%,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90% 이상이 민간 기업에 의해 생산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한국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대부분 국가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단계에서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민간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10일 ‘에너지 전환의 공공적 경로, 각국 사례와 시사점’ 공공재생에너지 국제심포지엄이 서울 중구 바비엥2 교육센터에서 진행됐다. ‘공공재생에너지연대’가 주최하고, 공공운수노조·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사회공공연구원·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가 함께 주관했다. 1부는 ‘공공 재생에너지의 세계적 추세와 미국, 호주 사례’에 대한 기조 강연과 발표 및 토론이, 2부는 ‘공공 재생에너지 대안의 모색: 영국, 우루과이, 코스타리카, 한국’을 주제로 발표 및 토론이 진행됐다.
먼저 기조강연에 나선 션 스위니 에너지민주주의노조네트워크 코디네이터는 재생에너지 산업이 민간기업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 전세계적 추세라고 했다. 션 스위니 코디네이터는 “(민간기업은) 중국, 미국, 유럽연합의 재생에너지 투자 8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재생에너지 선도국 대부분이 민간 투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면서 “풍력, 태양광, 배터리 저장장치 등의 확대는 전력구매계약(PPA)과 같은 장기 계약에 의해 주도되는데, 공공자금이 민간 생산자에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식으로 패키지화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산업 성장 방식과 관련해, 션 스위니 코디네이터는 “10년 전 독일의 에너지 전환 방식을 모델로 해서 유럽이 그 모델을 따랐는데, FIT(Fees in Tariff: 발전차액지원제도) 보조금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됐고,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졌다”며 “이후 제도가 단계적으로 폐지되면서 급격한 둔화가 발생했고, MW당 보조금이 감소했음에도 전력구매계약으로 인해 보조금 비용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호주의 구체적 사례를 통해 국외 상황에 대한 공유도 이뤄졌다. 패트릭 로빈스 미국 뉴욕에너지민주주의연합 코디네이터(공공전력 뉴욕연합(PPNYC) 공동의장)는 “2019년 공공 전력 캠페인을 통해 뉴욕주의 상황을 조사해보니 대형 민간 자본회사들이 재생에너지를 통해 막대한 임대 수익을 올리는 것을 확인했다”며 “재생에너지 자금 조달에서 골드만삭스와 같은 대형은행 자금을 활용하고, 결과적으로 시장 기반 접근 방식으로 이뤄지게 된다”고 말했다.
콜린 롱 호주 빅토리아주노동조합협의회 정의로운전환 담당자도 “호주는 대부분 에너지 자산이 민영화되던 1990년대 수직적으로 통합된 국영 전력기관을 해제하기로 결정하면서 악화됐다”며 “호주의 주요 에너지 기업인 AGL과 같이 소매업을 겸업하는 3대 발전사만이 발전과 소매 사업을 운영하고, 대부분 재생에너지 발전사는 독립형 발전사다. 정부가 투자 수익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에 상당한 투자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빅토리아 주에서는 정부가 주전력공단(SEC)의 정부 자금에 대한 접근 권한을 사용하여 민간 투자자와 협력하여 새로운 발전 용량에 투자한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민간 투자자의 수익을 보장하는 차액 계약 제도인 용량 투자 계획(Capacity Investment Mechanism)이 있다”면서 “그러면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민간 투자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공공 자금을 사용해야 한다면 공공이 직접 소유하고 공공 자금을 투자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짚었다.
한국 역시 재생에너지 90% 이상 민간기업
“새로운 수익창출 통로… 기업들 높은 수익률 거둬”
“햇빛과 바람은 모두의 것, 사유화 안 돼”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대안, 공공재생에너지’라는 발표를 통해, 한국 상황을 전했다. 구 기획실장은 “한국은 2001년 ‘전력산업 민영화’가 강행됐다. 한국전력에서 발전 부문이 자회사로 분리·분할되고, 재벌 대기업에 발전산업이 개방됐다”며 “그 결과 민자발전(IPP)의 비중이 40% 가까이 차지하고, 발전원 별로 보면 가스발전소의 60%가,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90% 이상이 민영화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분적으로 민영화된 한국 발전산업의 문제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된 에너지 위기에서 더욱 극심하게 드러났다”며 “3년 간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는 공공부문으로서 에너지 요금인상을 최대한 억제했고, 그 결과 각각 40조, 15조의 적자를 떠안게 되었다. 반면 SK, GS, 포스코 등 대기업 3사는 3년간 6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누렸다”고 언급했다.
구 실장은 2023년 8월까지 허가받은 77개 해상풍력발전 용량의 93%가 민간사업자라고 지적하면서, “1GW당 약 6조원의 투자가 필요한 해상풍력 사업에, 2030년까지만 100조 원 정도가 소요되는데 대기업은 이를 새로운 먹잇감으로 보고 있다. 20년 동안 전기요금과 보조금으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새로운 민자사업”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여기에 맥쿼리 같은 투기자본과 에퀴노르, 오스테드 등 해외기업이 대거 진출하고 있고 국내 대기업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사회기반시설이 될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대거 민영화된다”고 지적했다.
구 실장은 기업에서 재생에너지 산업을 주도하며 발생하는 문제로 국민들의 부담을 들었다. 그는 “한국정부는 공공부문에는 재생에너지 투자 여력이 없다며 사기업만 지원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의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분담하고 지불할 것인가는 앞으로 이루어질 전환에 있어서 핵심 문제”라며 “주요 재생에너지 시설이 해외자본과 민간기업에 의해 장악된다면 민영화로 높아진 비용을 우리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이 시민의 주머니를 털어 사기업의 부를 채워주는 과정이라면 전환의 정당성도 훼손된다”고 말했다.
또 에너지산업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가져가는 ‘과도한 수익률’도 문제로 봤다. 그는 “1GW 해상풍력 표준투자비를 6조원이라고 하면, 그중 사업자는 자기자본으로 15%인 9천억원을 조달하고, 나머지 85% 5조 1천억원은 금융대출이나 투자를 받는다. 그런데 민간사업자는 자기자본이익률을 15% 이상 기대한다”면서 “공공부문이 해상풍력을 한다면 5% 미만의 적정투자수익률이면 충분하다. 공공이 하느냐 민간이 하느냐에 따라 10%의 차이가 발생하는데, 금융조달 금리도 민간 부문이 2%p 정도 높다”고 언급했다.
공공 재생에너지 확대 방식은 국가에 의해 설립되고 운영되는 발전공기업과 지자체에 의한 지방공기업, 시민참여형 협동조합 등이 있다. 구 실장은 “에너지 전환 시대에 가장 중요한 바람과 햇빛은 누가 독점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것”이라며 “제주도가 제주에너지공사를 설립하고, 2016년 풍력자원 공유화 기금을 마련에 나섰다. 전남에선 2022년 재생에너지 사업 공영화 지원 조례를 제정해서 재생에너지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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