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수요 늘어나는데, 갈 길 먼 대구 노인생활지원사·아이돌보미 처우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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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돌봄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과 의존도가 높아지는데 반해, 대구시의 민간위탁 돌봄노동자에 대한 처우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민주노총 대구본부, 공공연대노동조합, 계명대학교 여성학연구소는 ‘대구시 민간위탁 생활지원사·아이돌보미 노동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진행된 설문조사에는 생활지원사 334명, 아이돌보미 108명이 참여했으며, 두 개 직종 모두 가장 필요한 개선 과제로 ‘복리후생수당 개선’을 꼽았다.

‘생활지원사’는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독거노인 등에 전화 안부 묻기, 자택 방문 등 지자체가 주관하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업무를 수행한다. 2020년부터 시작된 노인맞춤돌봄서비스에 따라 대구에선 약 40개 수행기관에서 1,915명이 생활지원사로 일하고 있다.

‘아이돌보미’는 일시적 돌봄 수요가 있는 맞벌이 가정 등을 방문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구시 아이돌봄서비스’ 운영 주체는 대구시고, 각 구·군 9개 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다. 1,431명이 아이돌보미로 일하고 있다.

두 직종은 정부 지침과 예산에 따라 일하지만, 고용은 민간위탁에 맡겨져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현재 기본급 외 교통비, 통신비, 명절휴가비 등 각종 수당 및 복리후생 경비는 지방비로 지원 가능하게 되어 있어 지자체마다 처우에 차이가 큰 상황이다.

이번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구시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수당이나 명절 상여금도 적은 축에 든다. 17개 광역시·도 중 생활지원사 처우에 대한 수당을 예산으로 배정하지 않은 곳은 대구를 포함해 경북, 부산, 울산, 전남, 전북, 충북 7곳이다. 기초지자체 중 남구와 달성군이 10만 원을 수당으로 지급하고 있는 게 전부다.

명절 상여금도 수성구, 북구, 동구, 남구가 6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통상 10만 원에서 20만 사이로 책정된 타 지자체 명절 상여금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

아이돌보미도 마찬가지로 광역시·도, 시·군·구마다 처우가 제각각이다. 대구시는 기본급 외 수당이 전무한 반면 타 지자체는 독감예방접종비, 교통비, 건강검진비, 처우개선비 등을 적게는 3만 원에서 많게는 10만 원 이상 지급하고 있다.

▲10일 오전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민간위탁 생활지원사, 아이돌보미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민주노총 대구본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생활지원사 응답자 334명 중 ‘직원 복지에 만족하는지’ 묻는 질문에 46.4%(155명)가 ‘매우 아니다’ 또는 ‘아니다’를 택했다. ‘경력과 자격증에 대한 수당이 임금에 산정되는지’에 대해선 71%(237명)가 ‘매우 아니다’, 8.7%(29명)가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교통비, 통신비 등 서비스 제공을 위한 부대시간 및 비용이 임금에 산정되는지’에 대해서도 30.8%(103명)가 ‘매우 아니다’를, 15.6%(52명)가 ‘아니다’를 택했다. 별도로 진행된 FGI 면접조사에서도 ‘정해진 월급 외 수당이 없다’, ‘명절상여금이 필요하다’ 등의 응답이 나왔다.

가장 필요한 개선 과제로 ‘복리후생 보상’이 20.2%(178명)로 1순위를 차지했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위한 고용 안정’ 15.4%(136명), ‘중점돌봄군 배정 인원 1인으로 제한하고 시간 조정’ 11.9%(178명) 순으로 꼽혔다.

아이돌보미 응답자 108명 중에는 ‘휴게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문항에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이 14.8%(16명), ‘매우 그렇다’라고 응답한 사이 22.2%(24명)였다. ‘경력과 자격증에 대한 수당이 임금에 산정된다’는 문항에 대해선 ‘매우 아니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55.6%(60명)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교통비, 통신비 등 서비스 제공을 위한 부대시간 및 비용이 임금에 산정되나’는 문항에서도 56.5%(61명)가 ‘매우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가장 필요한 개선 과제로는 생활지원사와 마찬가지로 ‘복리후생 보상’이 19.8%(48명)로 1순위를 차지했다. ‘최소 근로시간 보장(월 60시간 이상)’ 17.4%(42명), ‘아이돌보미 경력과 자격증이 임금에 산정’ 14.9%(36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생활지원사의 경우 이용자에 대한 감정적 교류와 생활체크 등 다수의 업무를 전화로 진행하고 있고 물품지원 등을 위한 차량이용이 필수적이며, 아이돌보미의 경우에는 영유아, 어린이를 상대하고 있기 때문에 독감예방접종 등이 필수”라며 “이런 상황임에도 대구시는 교통비, 통신비, 예방접종 등에 대한 지원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성구에서 13년째 아이돌보미로 일하고있는 구미숙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대구본부 돌봄지부장은 “대구의 아이돌보미들은 타 지역에 비해 낮은 처우 속에서 일해야 하며, 이는 아이들을 돌보는 노동자들의 사기와 서비스의 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아이들에게 더 나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대구시가 지원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