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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방용품, 온열질환 의료비 지원 등 한시적이고, 시혜적인 대책으로 폭염 대책이 그치고 있다. 주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땜질식 처방에 그치게 된다. 폭염 피해는 온열질환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질환·사망 대책을 넘어 주거환경 개선과 도시 폭염 대책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9일 오후 ‘반빈곤네트워크’ 주최로 ‘대구광역시 폭염 및 도시 열섬현상 대응 조례 개정을 위한 토론회’가 대구시의회에서 개최됐다. 발제자로 나선 서창호 반빈곤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폭염취약 계층의 존엄한 삶 보장을 위한 폭염 및 도시열섬 현상 대응 조례 개정 방안을 제시했다. (관련기사=지난해보다 온열질환자 23% 증가···9월 늦더위 주의(‘24.09.06))
서창호 집행위원장은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올 여름 평균 기온과 열대야 일수가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온열질환자도 56명에서 63명으로 12.5% 늘었다”며 “대구 연평균 폭염 일수는 33.1일로 전국 폭염일수(17일)에 비해 높고, 고령자 1인 가구가 8.5%로 전국 평균(7.9%) 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8월 대구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노숙인, 쪽방주민, 독거노인 등 3대 취약계층들을 중점적으로 폭염 등 재난으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며 “쪽방 에어컨 설치와 통합돌봄 모니터링단 구성이 눈에 띄지만, 폭염 재난을 준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짚었다.
그는 “폭염기간 동안 임시라도 냉방시설이 되어있는 주거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기초수급자, 65세 이상 독거노인, 온열질환자 등 일상 생활공간과 가까운 공공임대주택 또는 대구도시공사 다가구매입임대 공가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폭염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지난 2021년 폭염 등 위기상황시 공공임대주택지원 업무협약서를 대구시와 LH대구경북지역본부, 대구쪽방삼당소, 한국부동산원 등과 MOU를 체결했지만 폭염기간 공공주택 공급을 현실화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폭염 대응 기본계획에 시민들이 참여하는 자문위원회 등을 통해 시민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위해 적극적인 공론화도 필요하다”며 “폭염 주거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대구시의 재난관리기금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 순서에서는 강정우 대구쪽방상담소 사무국장, 김정한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장정희 전 녹색당 대구시당 사무처장, 박성은 대구시의회 정책지원관이 참여했다. 주최 측은 “토론자로 대구광역시 재난안전실 자연재난과에 참석 요청을 했으나, 아쉽게 참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강정우 사무국장은 “지난해 대구에 96대, 올해 15대의 에어컨이 쪽방에 설치됐는데, 70~80년대 지어진 건물이라 전체 설비용량이 적고 노후돼 있어서 냉방기기 사용에 따른 화재 위험이 있다”며 “전기료 문제로 쪽방 주인 측에서는 에어컨 설치를 꺼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 주거복지 로드맵 2.0으로 시작된 주거취약계층 주거상향 지원사업으로 쪽방촌을 벗어나 쾌적한 주거환경으로 주거상향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대구지역은 쪽방촌 주민이 신청하면 소득 기준 심사 후에 대기 기간을 거쳐 입주 가능하다. 적절한 주거공간이 있다면 에너지 취약계층 에너지 불평등을 완화하고, 폭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한 사무국장은 “폭염이 우리에게 평등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며 “집에 에어컨이 고장 나 2주일이 걸린다고 해서 센터로 찾아온 회원이 있었다. 장기간 앉아서 생활해야 하는 장애인에게 욕창은 위협적인 질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기료가 걱정돼 에어컨을 켜기 어렵거나, 화재 위험으로 선풍기를 켜지 않는 경우도 있다. 활동지원사가 퇴근 하면 (에어컨을 스스로 켜고 끌 수 없어) 찜통같은 더위와 싸우는 사람도 있다”며 “폭염이라는 불평등이 유독 취약계층에게만 위협적으로 다가오지 않도록 조례 개정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장정희 전 사무처장은 “쪽방거주민을 위한 임시주거지 지원에 관한 개정 필요성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이분들이 적정 주거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주거공간 개선사업이 온실가스 배출을 고려한 ‘온실가스 인지예산’을 적용한 계획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은 대구시의회 정책지원관은 “지자체는 예산과 근거를 가지고 일을 하는데, 재량권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최근 폭염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있고, 예산도 1년에 1억도 되지 않아서 조례 개정에 무리가 없겠다고 생각했다”며 “지난 6월 폭염 조례를 개정하려 했지만 집행부와 의견 조율이 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