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대구 탈시설 증언대회, “삶, 발걸음을 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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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봉 씨는 태어난 후 가장 오래된 기억이 장애인 거주시설에서의 생활이다. 태어나니 시설에 있었다. 기억나는 가족은 없다. 시설에서의 생활은 자유가 없는 삶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밥 먹고, 같이 청소를 하고 일을 했다. 정해진 시간에 잠을 자야 했다.

일하는 시간이 그나마 태봉 씨가 꿈꿀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돈을 모아서 집을 마련해 혼자서 살고 싶다는 꿈이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없었던 시설에서 태봉 씨는 그저 조용히 혼자 보내는 시간이 점점 절실해졌다.

탈시설을 결심하고 39년 만에 시설에서 나온 지 11개월. 태봉 씨에게는 하루하루가 새롭다. 혼자만의 시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고립된 삶을 원하지는 않았다. 원할 때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통해 동료 장애인들과 함께 요리 자조 모임에도 나가기 시작했다.

“시설에서 나와서 내가 직접 결정하고 마음대로 살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시설에서는 사람들이 많아서 시끄럽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사는 것이 싫었거든요. 저는 낮은 층, 조용한 주택을 구해서 살고 싶어요. 친한 사람들과 선생님들이 집들이도 올 수 있는 곳이어야 해요.”(전태봉)

5일 오후 3시, 태봉 씨처럼 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을 시작한 탈시설 당사자 6명이 모여 자립생활에 대한 증언을 이어갔다. 이날 대구 중구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열린 제6회 대구지역 장애인 탈시설 증언대회는 당사자 증언과 축사, 공연 등으로 채워졌다.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지역공동체 부설 나로장애인자립생활주택지원센터가 주최한 이날 증언대회는 200여 명이 참석했고, 2시간가량 진행됐다.

▲5일 오후 3시 제6회 대구지역 탈시설 당사자 증언대회가 열렸다.

이날 탈시설 8년 차인 이동희 씨는 “장애 때문에 시골 할머니 댁에 맡겨졌는데, 10살이 되니까 가족들이 나를 시설에 보냈다. 그 길로 19년을 시설에서 살았다”라며 “시설에서는 방도 좁고 혼자 지낼 수 없었다. 시설에 같이 살던 언니가 자립생활을 시작했고, 그걸 나에게도 알려줘서 용기 내서 나왔다. 체험홈 시기까지 치면 10년이다. 마음대로 하고, 내가 결정한 일에 책임지면서 살고 있다. 자유를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날 증언대회에 참석한 육정미 대구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용기 있는 여러분들의 증언이 올바른 변화의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탈시설은 시설을 떠난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진정한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위해 사회 전체가 변화해야 한다”라며 “일할 수 있고, 활동지원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변화를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주최 측은 “9월 7일은 사회복지의 날이다.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하는데도 한국에서는 탈시설에 대한 인식조차 충분히 확산되지 않았다”라며 “권리이자 삶인 탈시설은 자립생활을 실현하고 지역사회에 포함될 권리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증언대회는 탈시설 자립생활 당사자들의 경험을 통해 당사자들의 언어로 공론화하는 자리”라며 “당사자의 말에서 정책과 지원체계 필요성을 알아달라”라고 강조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