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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뉴스민>의 외부 기고자와 문장부호 표기법을 두고 이견을 주고 받았다. 이견은 ‘낫표’ 사용 방식에서 생겼다. 낫표는 겹낫표(『』)와 홑낫표(「」)가 있고, 한글맞춤법은 각각의 사용법을 달리 정하고 있다. 겹낫표는 책 제목이나 신문 이름 등을 나타낼 때 쓰고, 홑낫표는 소제목, 그림이나 노래·시 등 예술 작품의 제목, 상호, 법률, 규정 등을 나타낼 때 쓴다.
사용법이 정해져 있다면 이견이 생긴다는 게 이상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하늘 아래 ‘반드시’란 건 사실 잘 없고, 한글맞춤법도 마찬가지다. 언론사는 대체로 한글맞춤법을 원용하지만, 사용의 편의나 지면상의 이유, 시대상 등을 반영해 자체 교정·교열 원칙을 만들어 쓴다. 언론사의 모든 구성원이 이를 숙지하고 쓰는 건 아니지만, 사정에 따라 편집기자, 교열기자 등을 두는 방식으로 일관된 원칙에 따라 기사와 외고 등을 출고하고자 노력한다.
사실 <뉴스민>은 2012년 창간 후 지금까지 내부 교정·교열 원칙을 엄격하게 세우지 않았다. 2016년 무렵에 간단한 표기 원칙을 정한 건 있지만, 있는지도 모른 채 유명무실하게 운영됐다. 큰틀에서 한글맞춤법을 원용하되 세부적인 건 편집자(편집국장)에게 권한이 위임되어 있었다. 큰 무리는 없었다. 2012년 이후 꽤 긴 시간 한 사람이 편집국장을 맡아와서 ‘나름의 일관성’은 유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 편집국장이 교체됐고, ‘새로운 일관성’이 들어섰다. 내부 사정이지만 최근까지 ‘나름의 일관성’과 ‘새로운 일관성’은 <뉴스민> 내부에서 병존해 왔다. 각자의 권한이 달랐기 때문에 큰 마찰 없이 병존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 ‘나름의 일관성’은 <뉴스민>에서 그 권한을 완전히 내려놨다. 얼마 전 외부 기고자와 이견을 주고 받게 된 건 바로 ‘나름의 일관성’을 ‘새로운 일관성’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생긴 마찰음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적잖은 시간, 크고 작은 마찰이 예상된다.
<뉴스민>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게 됐다. ‘나름의 일관성’이나 ‘새로운 일관성’ 대신 ‘<뉴스민>의 일관성’을 세우는 일이다. 외부 기고자와 이견을 주고 받은 일은 그 시작을 알리는 일이라고 개인적으론 생각한다. 편집국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은 입장에선 가장 먼저 세워야 할 ‘<뉴스민>의 일관성’은 교정·교열 원칙이다. 누가 편집국의 책임자가 되더라도 <뉴스민>을 통해 전달되는 기사와 외고는 일관된 원칙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AI가 기사를 쓰는 시대에 그게 무슨 의미냐고 할 수 있다. 내년이면 창간 100년이 되는 미국의 시사 잡지 <더 뉴요커>엔 ‘오케이어(OK’er)’라는 직책이 별도로 있다고 한다. 단순 교열을 하는 수준을 넘어서 문법, 문학 그리고 삶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원고를 다듬고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 여전히 AI가 아니라, 사람이 ‘오케이’해야 하는 영역은 있고, 언론사는 그 영역의 역량 차이가 언론으로서의 역량도 가를 것이다.
다만, 문법, 문학, 삶에 대한 깊은 이해도 좋지만, <더 뉴요커>가 <더 뉴요커>일 수 있는 건 그보다 앞서 100년 동안 지켜진 ‘<더 뉴요커> 다움’에 있을 것이다. 개별 오케이어의 지혜가 더 해져 ‘<더 뉴요커> 다움’을 다채롭게 만들 순 있지만, 그것도 단단하게 자리잡은 ‘<더 뉴요커>의 일관성’ 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이제 겨우 창간 12년을 넘기는 <뉴스민>이지만, 감히 <더 뉴요커>를 들먹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케이어’가 교체되더라도 여전히 <뉴스민>이 <뉴스민>일 수 있도록, ‘<뉴스민>의 일관성’을 세우는 숙제를 해나가는데, 많은 독자의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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